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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건조하고 섬세한 나만의 세상, 지욱(jeeeoook)

17.03.09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지욱

2016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공식포스터

 

테이블 야자1,2

 

지욱(jeeeoook)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일본 판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작업적으로 영감 받은 부분이 있나. 

<사치코의 보물상자>는 의도적으로 책가도(높게 쌓아올린 책더미와 여러가지 일상용품을 적절히 배치한 정물화)를 연상하도록 작업했지만, 하고 있는 작업 대부분이 섬세하고 납작한 인상이기에 그런 감상을 주는 것 같아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에 민화나 일본판화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전반적으로 작품의 이미지가 담백하고 깔끔하다. 

그리는 대상의 개성을 절제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물을 그릴 때 최대한 원형(原形)을 그리는 편이고, 사람을 그릴 때는 성별과 나이 정도만 가늠할 수 있도록 작업하거든요. 사실, 그런 최소한의 정보까지 드러내지 않고 싶어요. 아무래도 그림 전반을 구성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선호하기 때문에 정돈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지욱만의 색감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전체적인 톤을 미리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색채작업을 하는 동안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적으로 스케치와 잘 어울리는 색을 사용하려고는 하지만 굉장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따로 기준이 있지는 않아요.

 

사랑, 간파하려는 사람과 간파당하지 않으려는 사람  

 

Cherry Pennyworth 싱글 <Lauren> 앨범커버 B컷

 

인물의 머리가 없다든가 꽃병이 사람의 상반신이 되는, 다소 초현실주의적인 그림들도 많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풍경을 그리는 것보단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무엇보다 제가 이해한 풍경을 표현할 때 초현실적인 요소가 필요하더라고요.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작업 키워드

평평, 분할, 은유, 건조

 


# 사치코의 보물상자

 

사치코의 보물상자, BIFAN 20/20/20 출품작, 이시히 카츠히토 감독의 <녹차의 맛> 일러스트

 

<사치코의 보물상자>의 작업계기가 궁금하다.

부천영화제 20주년 기념으로 20편의 영화를 20명의 작가들이 표현한 전시를 했어요. <사치코의 보물상자>는 당시 출품했던 작업이에요. 담당 아트디렉터님이 제게 어울릴 것 같다며 <녹차의 맛>이라는 영화를 추천해주셨죠. 영화의 오브제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인 ‘사치코’가 보물상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 안에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담길 것 같았어요. 또, 영화자체가 초현실적인 상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장면이 많아서 그런 느낌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아오면서 깎아낸 손톱들

 

그림의 일부분에 대해 ‘살아오면서 깎아낸 손톱들’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성년이 되는 동안 깎아낸 사치코의 손톱이에요. 솜털같은 느낌으로 그렸지만, 관객이 그 의미를 알지 못해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길 바랐어요.

 

<사치코의 보물상자>도 그렇지만, 지욱의 그림은 등장인물의 제스쳐가 인상적이다. 특히 손 표현이 눈에 띄는데 작업 시 어려움은 없었나.

보통 제 왼손을 보고 작업하는데, 손이 예쁜 편이 아니라 가끔 슬퍼질 때가 있어요.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감상은 무엇이었나. 

우리 모두 각자의 이슈 안에서 살고 있지만, 함께 모여있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진행했어요. 이 메시지가 그림의 뼈대가 되지만, 관객에게 꼭 그것만을 전달하려는 건 아니에요. 정갈하고 소박하고 따듯하며 일상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느낌을 전달 할 수 있다면 만족해요.

 

영화 <녹차의 맛> 이시이 카츠히토, 2004, 출처: 네이버 영화

 

<사치코의 보물상자> 작업 동안 가장 중시한 부분

자유로운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그림을 보고 영화를 다시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를 그려 넣은 것도 그렇고, 녹차를 가운데에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사치코의 보물상자>의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는 과정, 그리고 아이디어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초현실적인 요소를 넣되, 과하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폐기한 아이디어가 노트 한 권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 후에는 컴퓨터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모양을 변형했다가 구도를 바꿨다가 요소를 추가했다가 뺐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해 스케치를 확정했죠. 그리고 전체적인 색감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해 실제 출력을 해서 채색작업에 들어갔어요. 기본적인 색감을 만들고 난 후에는 미세하게 조정해서 조화롭게 만들었고요. <사치코의 보물상자>는 유난히 모든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 1/75


<1/75초>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1/75초>라는 무용공연에 판매할 엽서를 제작한 거예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용수고, 포즈또한 안무의 일부분이죠. 가장 불안정한 균형으로 버틸 수 있는 ‘찰나의 순간’에 집중한 그림이에요. 그 찰나의 동작과 구도가 일상적이지 않다고 느껴져서 그림으로 표현해봤어요.


배경으로 단색의 원색을 사용했지만, 눈에 띄고 자극적이라기보단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세트로 몇 장씩 구매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려봤어요 (하하). 엽서 낱장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도록 한가지 색만을 사용 한거죠. 결과적으로 완판했답니다.

 

 

마찬가지로 색감도 색감이지만, 작품의 구도가 인상 깊다.

이 시리즈는 안무 자체가 워낙 훌륭해서 따로 구도를 설정하지 않았어요. 불안정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모순된 찰나의 순간’에 대한 감상을 약간의 장치로 추가했을 뿐이죠.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과 그 이유

개인적으로 파란 그림을 좋아해요. 사실, 평평한 바닥에서 행해지고 있는 안무라 실제로는 무용수들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데, 레이아웃을 살짝 비틀었더니 안정감 있게 경사로를 오르는 것 같아서 맘에 들었어요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그림과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빨간 그림을 좋아했어요. 아마 특정 담뱃갑 디자인이 떠올라서 좋아했던 게 아닐까요?

 

 

# 이름 없는 벌레들

 


어떻게 시작된 작업인가.

<Fortune> 매거진 삽화 의뢰를 받았을 때 폐기된 아이디어를 완성해 봤어요. 위험 속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을 그렸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자와 벌레가 궁금하다.

남자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위험에 처한 자신을 안전한 곳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이건 그의 상상일 수도 있고, 곧 다가올 현실일 수도 있죠. 창밖의 벌레는 위험할 수도,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야말로 ‘정체 모를 벌레들’이에요. 하지만 남자에겐 웬만하면 시도하고 싶지 않은 모험이죠.

 

지욱은 프레임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현재 새로운 시도로 작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프레임을 이용한 그림을 종종 그려는 편이에요. 이야기의 일부분 같기도 하고, 프레임간의 관계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요즘에는 새로운 시도라기보다 효과적으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지욱(jeeeoook)

 

http://notefolio.net/jeeeoook
http://instagram.com/jeeeoook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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