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일본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 안세홍

17.03.10 0

 

Liu Feng-hai in China

 

Carminda Dou & Martina Madeira Hoar in Timor-Leste


요즘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물론 '요즘'이라는 정의는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가 되고 사회적 이슈가 된 기간을 의미한다. 공론화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재한 사건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2015년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는 조작된 내용의 댓글을 퍼뜨리며 ‘위안부’문제를 막고 있었다.

 

위안부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21세기 가미가제, 출처: YTN 한 컷 뉴스


일본은 아직도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기에, ‘위안부’ 문제는 계속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해결되지 않은 채 말이다. 하지만 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 ‘위안부’ 문제가 서서히 자리 잡고, 그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스트레이트 뉴스를 보듯 위ㅡ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는 것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Jiang Gai-xiang ( Born in 1923 / Sanxi), Drafted year: ?, in China


그래서 유독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눈에 띈다. 영상이란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갖고 있어서 전해 내려오는 구술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감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영화 <귀향>을 봤을 때, 위에서 내려찍은 집단의 모습은 차마 눈을 똑바로 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 영화 상영 기간 동안 관람하지 못해 혼자 보는 동안 몇 장면을 건너뛰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더 무서운 사실은, 만들어낸 영상이 실제보다 더 잔인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3월 1일 개봉한 <눈길>과 이 달 내로 개봉을 앞둔 <어폴로지>가 어떤 방식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룰지 궁금하다.


<귀향> 영화 속 한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어폴로지> 포스터

 

영화 <눈길> 포스터

‘위안부’ 문제는 국가 간의 협상 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대로,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대로 잘못하고 있다. 본질을 흐리고 자기 좋을 대로만 진행하는 전형적인 정치인들의 장난에 ‘위안부’ 문제가 있었다. 그 장난이 시작된 순간 ‘위안부’ 문제에서 개인의 아픔과 개인의 상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의 장난으로 옅어지는 할머니들의 삶의 궤적을 영화는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난 그래서 예술이 좋다. 온갖 곳에서 피하는 것들을 당당히 맞서는 게 예술이니까.)

 

안세홍 작가님

 

영화도 영화지만, 오늘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안세홍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안세홍 작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타국에 계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는다. 작가는 2015년 류가헌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 류가헌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마주친 적이 있다. 그때 작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열린 네이버 크라우드펀딩에서 작가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의 뜻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펀딩이 끝나더라도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기금 마련에 동참할 수 있는 계좌번호가 있다.)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온 지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날 때만 해도 남자로서 그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그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기만 했던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사진가로서 할머니들의 가슴속 깊은 아픔을 사진으로 전달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2003년 서울에서의 사진전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져오며 할머니의 아픔을 공감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2년 일본에서 처음 <겹겹> 사진전을 개최하면서 할머니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계속해서 이어 오고 있습니다. 니콘살롱에서의 첫 사진전이 니콘 측에 의해 부당하게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사진전은 다시 개최 되었고, 전시기간 동안 7,900명의 관람객이 사진전을 끝까지 지켜 주었습니다.

현재 8개의 피해국에 150여명이상의 피해자가 생존해 있습니다. 한국 53여명, 북한 2명이상, 중국 22명, 대만 5명, 필리핀 18명이상, 인도네시아 37명이상, 동티모르 11명, 네덜란드 1명의 피해자가 생존해 있습니다. 처음 조사 이후 생존자은 급격히 줄고 있으며, 연락이 끊긴 경우가 있어 더 많은 피해자가 생존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기록 또한 한국과 대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남아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겹겹에서는 2013년부터 전쟁의 상흔과 피해자들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분들을 지원하는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역사를 감추고 왜곡이 심각해지는 속에서 진실된 역사를 기록하고 알리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출처: <겹겹 프로젝트> 홈페이지 발췌 


Lee Su-dan ( Born in 1922 / South Pyongan), Drafted year: 1940, 18y/o, Korean left in China

“애기야, 누가 널 버리고 갔니? 이제 나랑 같이 살자”

아기는 시종일관 미소를 짓습니다. 하지만 말랑말랑한 피부 대신 반질반질 플라스틱 피부를 가진 아기는 입을 열지 못합니다. 품에 꼭 안고 얼러 보지만 침대 맡에 걸어둔 사진 속 아기들처럼 시선이 어딘가 엇갈립니다. 진짜 내 아기였다면 눈맞춤을 하고 방실 웃어 주었겠죠? 조선어로 자장노래를 불러 주었다면 꺄르르 소리를 냈을까요? 평생 이루지 못한 소원은 초점 흐린 시선과 같이 공허하게 흩어집니다.


그가 담은 사진 속의 할머니들은 많이 쇠약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아가 인형을 들고 자신의 아가라고 생각하시는 할머니를 보고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런데 일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들은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일을 겪은 세대가 없어진다 할지라도, 그 일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세대가 없어진다 할지라도 본질은 남아 있을 것이다.

 

Plamira Pacheco ( Born in 1927 / Same), Drafted year: 1942, 15y/o, in Timor-Timor



1942년 스물한 살에 무단장을 거쳐 동닝으로 들어왔다.
"꼬리치마를 입고, 갖신을 신었어요. 어디메가 어딘지 모르고, 와보니 그딴 데였어요."
"사람들이 날 '가요코'라고 불렀어요. 처음엔 무서워 울기만 했어요."
"도망치고 싶어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디메로 도망을 쳐요. 잡히면 죽어요."

동닝 현 시내에 있는 위안소 건물은 아주 컸다. 일본군은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좋은 건물을 빼앗아 마음대로 사용했다. 여기서 일본 장교들이 모여 큰 연회를 자주 열었다. 할머니는 얼굴이 예뻐서 주로 장교를 상대했다. 그러다 장교의 아이를 임신했고, 낳았다. 아이를 키울 수 없어 할머니는 아이를 중국인에게 맡겼지만 5개월 만에 죽고 말았다. 이후 시먼즈의 위안소로 왔다.

"시먼즈 위안소는 촌이어도 군부대가 많았어요."

"군인을 적게 받으면 주인이 때렸어요. 일본 군이도 술마시고 발로 막 때리는 거예요. 눈앞이 노랬지요."

"매 맞고 있으면 여자들이 다 운다 말이야. 마음 달래는 게 창가하고 신세타령이 전부지."

안세홍, 『겹겹』, 서해문집, 2013, p 45.


모든 일들이 서동요처럼 왜곡되고 구전된다고 해서 진짜가 되는 건 아니다. 물론, 우리는 너무나 나약해서, 편향되기 쉬워서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럴 때마다 국가 간의 농간과 힘겨루기 속에서 진실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문제를 우리 손으로 끊어내야 할 것이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