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tory  /  피플

[인터뷰] 평범한 삶의 기록, 김희수(heesoo_kim)

17.03.13 0

김희수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좋다’. 그런데 그렇게 느낀 이유를 표현하기가 곤혹스럽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정과 무표정으로 건조하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들에게 풍기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아우라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림의 분위기 때문인지 김희수는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테이블을 두고 마주한 그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자신을 그저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칭하는 김희수를 만나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그림 그리는 사람 heesoo_kim(희수킴)입니다. 항상 희수킴으로 불리고 싶은데 ‘김희수’라고 불러주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heesoo_kim(희수킴)이더라. 왜 희수킴으로 불리고 싶나.

불리는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렇다고 본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제 이름 특유의 중성적인 이미지가 마음에 들거든요.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4월 18일까지 김희수의 <Normal Life>展이 개최된다. 

 

이름도 그렇지만, 그림체가 감성적이고 몽글몽글해서 여성작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런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김희수의 그림을 보면서 왠지 오랫동안 미술외길을 걸어온 사람의 그림이 아닐까 싶었다.

대학입시 때 미술을 해보긴 했지만 학부시절엔 광고영상를 전공했습니다. 광고론, 마케팅론 같은 수업을 들으며 디자인을 했죠. 대학 졸업 후에는 29살까지 사진을 했습니다.


광고와 사진이라니, 가지고 있는 배경이 정말 의외다. 전업 작가 생활은 어떻게 시작했나.

그냥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졌어요. 사실, 제가 저를 홍보하거나 무언가를 제안하는 비즈니스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온전히 하고 싶은 매체를 찾다 보니 그게 그림이 된 거죠. 그냥 그땐 그림이 멋있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Normal Life Serise, 김희수

 

붓이나 굵은 펜으로 한 번에 그은 듯한 느낌, 종이의 질감, 아날로그 감성 같은 김희수만의 스타일을 갖기까지 많은 변천사를 겪었을 것 같다.

엄청 많았죠. 29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고등학생 때 이후로 그림에 손을 뗐기 때문에 빨리 손을 풀어야 했습니다. 그때는 뭘 그릴지 고민하면 안 되는 시기였죠. 그래서 다짜고짜 페이스북에 접속해서 친구들의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딱히 제 스타일이 가미된 그림은 아니었고, 일반적인 인물화였죠.


그게 시작이었나 보다.

제가 생각하는 미(美)가 ‘여성’에 가까웠기에 여성의 뒷모습도 그려보고, 거울에 비친 얼굴도 그려보고, 여러 가지 모습의 여성을 그려봤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도 저만의 스타일이 없었어요. 인체에 대한 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죠. 인체를 이해하지 못하니 인체를 그릴 수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정식으로 공부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가 서른한 살이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기까지 그냥 스타일이 없는 ‘그림을 하고 싶은 사람’이었죠.


말이 2년이지, 당시에는 힘들었을 거 같다.

지금에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속상했죠. 제가 눈물이 별로 없는 편인데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울었습니다(웃음). 밤마다 답답함과 울분이 올라왔거든요.


그럼, 특별히 김희수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아직도 이름을 알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림을 꾸준히 그릴 뿐이죠. 그래서 ‘작가’라는 호칭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어색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린다’는, 제가 해야 할 몫을 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 그림을 알아봐주시는 건 온전히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Nomal Life>展 전시장 전경


그간 김희수의 그림을 보면서 순수예술과 대중미술의 접점에 있는 작가 같다고 생각했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개인적으로 항상 궁금했던 의문점이 있는데,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장난으로 모교 근처에 벽화를 그린 적이 있습니다. 특별한 메시지가 있던 건 아니지만, 그걸 그리면서 “대체 한국의 대중미술은 뭐지?”라는 생각을 했죠. 해외의 경우, ‘대중미술’이라 하면 앤디워홀이라든지, 장 미쉘 바스키아, 뱅크시처럼 떠오르는 작가가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중미술의 정의를 모르겠으니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중간을 믿어요. 예술 하는 친구들에게 종종 욕을 듣기도 하지만, 저는 순수와 상업 사이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니,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대중미술의 정의를 찾았나.

말씀드렸다시피 전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부터 관련된 이론적인 기법을 습득하기보다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 그림의 많은 부분은 대중들이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에요. 물론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서 의도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그림의 매력이 무엇인지, 이 그림이 가진 메시지는 무엇인지는 제가 의도하는 바보다 대중들로부터 해석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건 나도 그리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갤러리에 방문한 어떤 어머님께서도 그러시더라고요. “이건 내 딸도 그리겠다!”고. 하하. 하지만 대중들이 미술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이유에는 각자의 취향과 감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 그림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분들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다작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주일에 작업하는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그때마다 다른데, 최근에는 전시 때문에 그리기가 힘들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때 메모를 하는 정도입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사람을 만나지 않습니다. 한 한 달 정도 외부와 통제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한 작품을 그리는데 얼마나 소요되길래.

조그만 그림이 6개월 걸릴 때도 있고, 큰 그림이 6시간 걸릴 때도 있습니다.


무슨 차이인가.

그림을 구성하는 색감이라든가 분위기입니다. 객관적인 기준은 없어서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작업을 하는데, 그 멈추는 순간을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김희수가 드로잉에 사용하는 도구, 출처: @heesookim_


작업에 쓰이는 도구가 궁금하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저렴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드로잉은 300원짜리 돌돌 까서 쓰는 색연필을 사용하고, 조그마한 붓과 먹으로 작업하기도 합니다. 캔버스 작업도 단순해요. 붓과 아크릴 물감, 딱 두 가지를 사용하죠.


다작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그린 작품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관리법이 있나.

관리를 막 합니다. 하하. 그래서 선배 화가님께 혼났어요. 사실 포장을 안 해서 그렇지 그림은 차곡차곡 잘 쌓아두고 있습니다. 종이에 그린 그림들은 죄다 박스에 보관하고 있고요. 망가진 작품도 모두 보관할 만큼, 제가 지나온 흔적들은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Normal Life Serise, 출처: @heesookim_


많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작업에 질릴 때는 없나.

그림이 재미없었을 때는 있지만, 질린 적은 없습니다. 그런 때는 저를 업(UP)시켜 줘요. 예를 들어,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 하면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노래를 틀죠.


음악이 작업하는데 많은 힘을 주나 보다.

그렇죠. 저는 힙합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림 때문인지 여자라는 오해도 많이 받거나 감수성이 예민할 거라는 오해를 받는데, 사실 아니에요. 약간은 중간에 있는 사람입니다. 스케치를 하거나 몰입을 할 때는 예민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나.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슬럼프에 쉬라고들 하지만 전 반대예요. 그 시기를 잘 극복하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작업을 합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팁이 ‘더 많은 작업하기’인 셈이다.

네. 그래서 저는 평소의 ‘열심히’와 슬럼프 시기의 ‘열심히’의 의미가 다릅니다.

 

Normal Life Serise, 김희수

 

그러고 보니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무표정이다.

무표정이 예쁘지 않나요? 오히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예쁘지 않을 것 같아서 대부분 무표정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가 많이 등장한다.

말씀드렸다시피 여성이 제가 생각하는 미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화상도 여자로 그리죠. 남자가 한 컷에 등장하는 경우는 없어요. 연인이 등장하는 그림에만 남성을 그립니다.



Normal Life serise


작업하는 동안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디인가.

‘감정’입니다. 감정이 나오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그림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낄지는 온전히 관객의 몫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당사자로서 어떤 종류의 감정이든 느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색깔과 구도는 두 번째입니다.


개인적으로 김희수의 장점이 ‘그림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 손 글씨도 좋더라.

모두 일기장에 있는 글귀입니다. 사실 악필이라 최근에 가독성을 높였어요. 예전엔 아무도 못 읽은 정도였거든요, 하하. 그런데 그렇게 적은 글들이 제게 그림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는 김희수의 손글씨 


그림을 보여준다?

적어놓은 글들이 “너 이런 그림을 그려!” 라고 시킬 때가 있습니다. 그럼, 순간적으로 당시의 상황이 느껴지고, 그 감정에 처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죠. 그래서 평소에도 최대한 많은 것들을 남기려고 합니다.


김희수에게 기록하는 행위는 곧 내면의 대화 같은 느낌이다. 글과 그림의 선순환 구조라고 해야 하나.

25살 때부터 일기를 썼지만, ‘반드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억지로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난날의 기록을 보니 당시의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글을 썼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생소한 글’을 접한 거죠. 충격이었어요. 동시에 ‘인간은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 하구나’ 싶었습니다. 기록은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작년과 같은 전시명을 가진, <Normal Life>의 의미가 궁금하다.

저는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고,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구성한다고 믿습니다.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평범한 삶이 이어지고, 그 안에서 특이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야 할까요. 또, 부자로 태어나면 그들에게는 부자의 삶이 'Normal Life'일 거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Normal Life'일겁니다. 그런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현상을 그리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가 사는 삶‘, 그 자체기도 하죠. 그래서 'Normal Life'라는 키워드로 작업하면서 상상력에 제한이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럼 지난해의 <Normal Life>展과 올해의 <Normal Life>展의 차이는 단지 ‘시즌’이겠다.

너무 간단하겠지만, 그 말이 맞습니다. <Normal Life>는 그냥 제가 살아온 흔적이죠.

 

전시 홍보 영상, 영상은 김희수 페이스북에서 관람할 수 있다.

 

특이하게 전시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했더라.

제 작업실에서 촬영한 영상인데, 그림을 올려다보는 여인의 모습이 떠올렸습니다. 영상 감독인 친구에게 모든 걸 맡겼는데, 딱 하나 ‘감정’만 전달했죠. ‘크루’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제 주변엔 그림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하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매체를 이용해 작업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림 말고 다른 매체를 해보자는 생각이 드는 때가 분명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림이 너무 좋아요. 그림이 멋있고요. 그런데 아직 제 그림이 멋있지는 않아서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No love, No life

 

만약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김희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것저것 할 줄 아는 파출부입니다.


하하,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냥 손재주가 많아서 평소에도 잡일을 많이 합니다. 페인트 칠하라면 칠하고, 뭐 만들라면 만들고. 친구들이 절 파출부로 부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결코 파출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heesoo_kim(희수킴)은 어떤 작업을 하는 사람인가.

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만약 ‘그림’이라는 표현을 뺀다면 ‘동시대를 기록하는 사람’이고요. 저는 제 기록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록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의 모습이나 우리 사회에서 느껴지는 감정, 친구들에게 듣는 우울한 이야기를 기록하죠. 제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저만의 철학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저와 주변의 삶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heesoo_kim(희수킴)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제 생각과 삶, Normal Life입니다. 사실 여기에 다 있죠. 일상생활 속 친구들의 이야기나 당시에 느낀 친구들의 감정 같은. 

 

Henri Matisse


그럼, heesoo_kim(희수킴)이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사실 좋아하는 작가가 있지만, 드러내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 인생의 전환을 준 작가를 한 분 꼽자면 ‘앙리 마티스’입니다. 적어도 이 사람처럼 되지는 못해도, 그래도 ‘그림은 아름답고 멋있구나.’ 라고 알려준 작가입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지금 같은 사람’입니다. 저는 저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만든 제 삶을 존중하죠. 그림도, 전시도, 삶도 ‘저답게’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heesoo_kim(희수킴)의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단기적인 목표는 최근 친구들과 꾸린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그냥 마음은 조급해도 행동은 침착하고 신중하게, 지금 해나가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김희수(heesookim)

http://notefolio.net/heesookim_
http://instagram.com/heesookim_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