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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와 태도의 중요성, Illusion of body

17.03.14 1

Illusion of the Body, Gracie Hagen, 2013

 

며칠 전, 우연찮게 공감하는 문구를 봤다. 우리나라 특유의 오지랖과 기형적인 미(美)의식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선 끼니를 거른 사람에게 개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질문보다 “다이어트 하나 보네?”라는 멘트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언뜻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문제는 사실은 폭력이다. 사회가 생각하는 미(美)의 기준이 날씬한 몸매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혹여 본인의 몸에 살이 쪘다면 ‘빼야만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언사이기 때문이다. 언어결정론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화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google에서 '아이돌 몸평'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물 

 

특히, 미디어에는 아이돌에 대한 숱한 ‘얼평’과 ‘몸평’이 난무한다. 아니, 따지고 보면 ‘얼평’과 ‘몸평’은 직업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만약, 주체가 여성이라면 ‘평(評)’을 당하는 부위가 나노 단위로 쪼개지기도 한다. ‘발목이 굵어서’, ‘반바지를 입었는데 셀룰라이트가 보여서’, ‘얼굴은 예쁜데 덩치가 커서’등,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가끔 인터넷 기사나 아이돌 사진에 달린 얼/몸평 댓글을 보면, 새삼 그들의 세심함과 예민함에 놀랄 때가 많다. 그리고 가끔은 나와는 상관 없어 보이는 그 댓글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다들 아닌척해도 날 이렇게 쳐다보고 있던 거야?’하고 말이다. 때문에 평소 즐겨 입던 옷이나 패션, 화장에 대해 숱한 ‘자기검열’을 거친 적도 있다. 그럴 때면 왠지 모를 위축감이 들었다.

 

Illusion of the Body, Gracie Hagen, 2013

<Illusion of the Body>시리즈는 우리의 몸이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규범을 다룬다.우리는 미디어가 ‘예쁜 사람들’만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그러한 이미지와 스스로를 비교한다. 동일한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자세로 나란히 놓인 사진을 보기 어렵다. 이러한 대비는 문화로 장착된 신체이미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미디어 속 이미지는 카메라 앵글과 포토샵, 그리고 빛이 일궈낸 환상이다. 사람들은 구조화된, 아주 적합한 상황에서 매력적으로 보여지며, 2초 후에는 아주 완벽한 모습으로 변하곤 한다.

나는 시리즈를 통해 인종과 성별에 따라 신체의 범위(모양과 사이즈)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보통(Normal)”이란 건 없다. 각각의 사진은 같은 조명과 같은 각도아래에서 진행됐다. 당신의 몸이 스스로 얻어낼 수 있는 신체의 자세와 크기, 모양을 찬양해라. 인체는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Gracie Hagen

 

Illusion of the Body, Gracie Hagen, 2013

 

그레이시 헤이건(Gracie Hagen)은 미디어 속 왜곡된 미(美)와 인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꼬집는 <Illusion of the Body>시리즈를 기획했다. 그녀는 같은 각도와 조명아래에서 두 가지 장면을 촬영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모델의 포즈’였다. 사진 모델로는 다양한 인종과 성별, 그리고 다양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진을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위축된 포즈와 이상한 자세의 모델은 어딘가 모르게 괴이하다. 모델들 또한 스스로의 몸이 아름답지 않은 것을 인식하듯, 위태로우며 때때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Illusion of the Body, Gracie Hagen, 2013

반면, 자신의 신체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좌측 사진은 ‘당당함’이 느껴진다. 동일인이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사진에서 뿜는 에너지와 풍기는 기운이 다르다. 단지 포즈와 태도의 차이일뿐인데, 아름다움이 있고 없다. 그레이시 헤이건의 작업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역시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해 늘 ‘오른쪽의 사진’처럼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Illusion of the Body, Gracie Hagen, 2013

 

역시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 수많은 심리학 서적들이 강조하는 ‘자존감’과도 분명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무턱대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쩐지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오롯이 자존감 문제로 치환하는 건, 잘못된 사회시스템을 개인차원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치 ‘아프니까 청춘이다’ 담론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분명 자존감을 가지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그릇된 사회적 시선이 존재한다.

Illusion of the Body, Gracie Hagen, 2013, 모든 사진 출처: Graceie Hagen

 

물론, 1년 365일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조금이라도 많이 먹었다 치면 가차 없이 머리를 내미는 외계인 뱃살에 스트레스를 받고, 작은 가슴과 도드라진 골반을 싫어하는 본인이 ‘여러분 자신감을 가지세욧! 당당하세욧!’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 또한 당당하고 싶고, 동시에 당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 하지는 못하겠지만, 당당한 태도를 잃지 말았으면 싶다. 

Note: This series is product of passion on the part of the artist & volunteers. If there seems to be certain body types, genders, ethnicities etc that are underrepresented, it is because that type of person has not chosen to be apart of it. I have not intentionally excluded anyone. © Gracie Hagen 2013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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