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가진 추상을 그려요, 페이스 오 맷(FACE-O-MAT)

17.03.16 0

FACE-O-MAT – Your Face in 3 Minutes! from Tobias Gutmann on Vimeo.


스위스 예술가 토비아스 구트만(Tobias Gutmann)은 자신이 만든 ‘수동 추상화 자판기’인 페이스 오 맷(Face-O-Mat)을 들고 세계 이곳저곳을 누빈다.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는 만큼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인종과 생김새, 그리고 그들이 가진 문화적 배경은 다양하다.

 

Face-O-Mat project, Tobias Gutmann, since 2012

 

하지만 ‘페이스 오 맷’에서 만큼은 모두가 공평하다. 자판기에 주문을 넣은 사람들의 얼굴이 간결한 곡선과 심플한 도형, 규칙적인 패턴으로 통일되기 때문이다. 으레 ‘초상화’라 하면 모델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하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될 것 같은데, 그의 그림은 색다르다. 자판기 앞에 앉아 티켓을 넣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편안한 표정을 짓고, 그림이 완성돼 작품을 받는 일련의 과정이 매력 그 자체다. 

 


Face-o-mat wanders around the world, meets people from diverse cultures and draws abstract interpretations of what he sees in faces.

페이스 오 맷(Face-o-mat)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얼굴을 추상적으로 해석해 그림으로 그립니다.


Face-O-Mat 외관과 내부

 

페이스 오 맷은 2012년 12월 1일, 스톡홀롬에서 제작됐다. ‘초상화 자판기’하니 왠지 지하철 역사에 있는 증명 사진기가 떠오르는데, 외형은 뭐 별반 차이가 없다. 다른 게 있다면, 철제가 아닌 박스로 만들어졌고 귀여운 무늬로 장식했다는 점?

 

손님은 페이스 오 맷 앞에 앉아 지폐(혹은 쿠폰)을 넣은 뒤, 자판기 안에 있는 토비아스 쿠트만과 3분 가량 대화를 나누면 된다. 


게다가 사용자가 자판기 앞에 앉아 티켓을 넣고 초상화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림을 받는 시스템도 일반 자판기와 유사하다. 그런데, 페이스 오 맷을 샅샅이 살펴보면 뭔가 좀 특이하다. 초상화가 제작되는 기계 안이 각종 붓과 만년필, 다양한 색상의 물감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도구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My goal is to visually interpret the sound of a person,
rather than what I see on the surface.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히 사람의 얼굴에서 보이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내면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요.

 

Face-O-Mat project, Tobias Gutmann, since 2012

 

실은 모두가 예상했듯, 페이스 오 맷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래서 손님이 의자에 앉으면 토비아스 구트만이 재빠르게 손님의 특징을 캐치해 그림으로 그려낸다. 받아 든 초상화는 오밀조밀하고 (왠지 대충 그린듯한) 특유의 굵은 선과 알록달록한 색상이 귀엽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의 초상화는 단순히 귀엽다는 감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비단 드러나는 인물의 외형을 그리는 것이 아닌, 그만의 해석방식으로 손님의 내면까지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일 것이다.

 

Face-O-Mat project, Tobias Gutmann, since 2012, 모든사진 출처: face-o-mat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어린 시절 가게 놀이를 했던 때가 생각난다. 동시에 페이스 오 맷에 직접 지폐를 넣고 초상화를 의뢰해보고 싶기도 하다. 벌써 그가 방문한 국가가 15개국 정도는 된다고 하니, 문득 ‘흰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아마도 토비아스 구트만에게 ‘흰 천과 바람’은 페이스 오 맷이겠지. 그리고 그는 여전히 세계를 여행 중이다. 만약 한국에도 올 생각이 있다면, 그를 꼭 만나고 싶다. 내가 가진 추상은 과연 어떤 얼굴일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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