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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프리뷰] 천재들은 철부지 같아

17.04.11 1


“천재들은 철부지 같아”

사진작가 패티 보이드(Pattie Boyd)가 자신을 사랑했던 두 남자에게 남긴 무심한 코멘트다. 막장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일이 심심찮은 해외 연예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패티 보이드가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과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교집합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챘을 거다. 그야말로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 세 명의 막장드라마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회자 될 만큼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마치 SNS의 관종을 보며 ‘왜 저러고 살까’싶으면서도 자꾸만 접속하며 염탐하게 되는 괴상한 심리와도 닮았다. 

 

1960년대 모델로 데뷔한 패티 보이드, 출처: pinterest

 

살짝 벌어진 앞니와 큰 키의 매력을 가진 패티 보이드는 60년대 영국을 대표하는 모델이었다. 실제로 202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에 와서도 그녀의 사진은 일절 촌스럽지 않다. 그만큼 자신만의 매력이 확고했고, 분위기 또한 출중했다. 여하튼 그러던 중, 패티 보이드가 비틀즈의 <A Hard Day’s Night>에 출연하면서 막장 드라마의 서막이 시작된다.

 영화 <A hard Day's Night> 조지 해리슨은 패티 보이드에 첫눈에 반한다. 

 

조지 해리슨은 매력이 넘치는 패티 보이드에게 첫눈에 반했고, 구애를 하지만 당시 그녀에겐 2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둘은 사귀게 되고 결혼에 성공한다. 아무래도 애초부터 임자 있는 사람을 건드려 시작된 사랑이, 결국엔 모두를 파멸로 치닫게 한 것 같다. ‘남의 눈에 눈물 나면 내 눈물엔 피눈물 난다’는 속설이 검증된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Tripod set to capture us with the first bloom of roses in our garden, 결혼초기, 1968

 

이 때만 해도 둘은 행복했다. 그러나 조지 해리슨의 바람기와 약물중독은 그녀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패티 보이드가 몇 번이고 눈 감아주며 넘어갔지만, 해리슨은 정신을 못 차렸고 자신의 친구 에릭 클랩튼에게 자신의 부인을 넘겨주기에 이른다. 해리슨과 재결합을 반복하던 그녀가 영영 그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건, 보이드에게 첫눈에 반한 클랩튼이 해리슨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자 “그럼 내 부인을 가져”라고 말했던 가벼움 때문이었다. 하긴, 자신에게 애정이 없어 보이는 남편대신 누군가 나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며 <Layla>라는 노래까지 지어 바치니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당신이 외로울 때, 당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면 무엇을 할 건가요. 

Layla, 당신은 날 무릎 꿇게 만들었죠.
Layla, 이렇게 부탁할게요
Layla, 이토록 흐트러진 내 마음을 잡아주세요. 

당신의 옛날 남자가 당신을 실망시켰을 때, 당신을 위로하고 싶었어요.
비보처럼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됐어요. 당신이 내 세상을 뒤집어 놓은거예요. 

 

늦은 밤이에요. 그녀는 어떤 옷을 입을지 고르고 있어요.
그녀는 메이크업을 하고 그녀의 긴 금발머리를 빗어요.
그리고 내게 물어요. "어때, 괜찮아보여?"
그러면 대답해요. "응, 오늘밤 너무 예뻐"


그렇게 돌고 돌아 에릭 클랩튼과 패티 보이드는 결혼한다. 좋게 마무리된 사이가 아니라 그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해리슨도 식에 참석해 둘의 결혼을 축하해줬다고 한다. ‘그렇게 패티 보이드와 에릭 클랩튼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면 좋으련만, 둘은 끝내 행복하지 못했다. 해리슨과 마찬가지로 클랩튼은 마약중독과 바람기를 버리지 못했다. 결국, 지난한 재혼 생활을 하던 패티 보이드는 그와도 이혼을 하고 사진작가이자 자선 사업가로서 자아를 찾는다.

 

Pattie Boyd & Eric Clapton


사실 그녀는,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남편뿐만 아니라 그들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통 사람들은 겪을 수 없는, 그들만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A memorable week in Southern India,1968

Paul recording his experiences in Rishikesh Indi, 1968

 

taken for Ringo's tour magazine

 

Rare snow in Oxfordshire, 1974

Eric going river fishing, 1986



An idea for the album cover, 1972

George came to tea at our house in Surrey, 1976

Eric messing around with a mask in the Bahamas, 1975


Ronnie Wood in costume in the Bahamas, 1975
모든 사진 출처: http://pattieboyd.co.uk

 

세기의 뮤지션들의 뮤즈가 되고, 그녀만을 위해 작곡한 노래가 히트를 쳐 세간에 불리는 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로맨틱, 그 이면에 담긴 비참하고도 괴로운 사랑이야기는 오랫동안 그녀를 정신과 치료를 받게 만들었다. 세간에는 누구나 겪을 수 없는, 로맨틱하면서도 막장인 사랑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그 사랑의 말로는 대부분 마약중독이나 자살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곧 개최할 사진전시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한 패티 보이드는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74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패션 센스와 눈빛, 그리고 당찬 태도가 눈에 띄었다.



조지가 <Something>을 들려주며 '너를 위해 썼다'고 했어요.
에릭은 저에게 영감을 받아 많은 곡을 썼는데, 주로 초저녁에 기타를 연주하며 들려줬죠.
어느 날, 외출을 앞두고 마음에 드는 옷이 없어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에릭이 30분 동안 저를 기다려서 화를 낼 줄 알았는데,
"You look wonderful, tonight"이라고 말해줬죠.
사진 출처: 중도일보


누군가는 자신의 과거 사랑이야기와 인맥을 팔아 삶을 연명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 덕분에 톱스타들의 원초적인 본능, 그리고 ‘그들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인간이구나’ 싶어서 흥미롭기만 하다. 패티 보이드의 <Rockin' Love>展 성수동 에스 팩토리(S-FACOTY)에서 29일부터 8월 9일까지 개최된다.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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