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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나 봤니, 정당 굿즈

17.04.12 0

<god의 육아일기>에 매료되어 윤계상에게 한창 빠져있던 초딩시절, 당시 받았던 가장 큰 선물은 ‘윤계상 수첩’과 ‘윤계상 부채’, 그리고 ‘윤계상 사진’이었다.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학용품이었으니 손대는 것조차 아까워 10년 동안 고이 간직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돌 아이콘의 굿즈 상품, 출처: YG shop

 

그만큼 굿즈는 의미가 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속한 그룹, 혹은 그를 상징하는 무언가가 생활 용품으로 둔갑하여 나와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게 특별해서다. 그래서 아이돌 굿즈는 상품 그 자체보다 제품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특정 팬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만약 굿즈의 디자인과 질(quality)까지 괜찮다면, 그 가치는 배가 된다. 해당 굿즈가 특정 팬층이 아닌 일반인층에게도 소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선 그저 ‘예쁜 상품’인 줄 알고 사용했던 굿즈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상징하는 제품이란 것을 알면 해당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고, 또 당사자나 지지자 입장에선 ‘괜찮은 굿즈’를 빌미로 새로운 팬을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YG 아이돌 굿즈에 달린 댓글, 출처: 직접 캡처

 


때문에 ‘브랜딩’이 중요하다.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브랜딩은 수용자들이 특정 대상을 떠올렸을 때 그에 따라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감정, 느낌을 말한다.) 대체로 ‘이미지 메이킹’ 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전략은 말로만 들었을 때 어렵게만 들리지만, 대부분 그것을 상징하는 ‘디자인’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다.

 





5개 정당의 PI, 출처: 각 정당 홈페이지

이는 흔히 ‘요즘 젊은 것들은~’이란 관용구로 시작하던 ‘정치’에도 해당했다. 과거에는 왠지 정치란 돈 많은 사람‘만’, 엄마아빠 같은 기성세대’만’, 정치하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분야로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지만, 교육수준이 향상되고 정치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사회 불평등 구조의 심화나 최근 일어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한 사건들이 고착화되며 나타난 움직임일 것이다. 여하튼 여러 이유에 의해 나날이 젊은 층의 투표참여는 늘고 있고, 10대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는 움직임도 일고 있으니 정당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젊은층을 내버려둘 수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텀블러와 컵 디자인 

더불어민주당 가방과 수건 

 

그런 점에서 지난해 이뤄진 ‘더불어 민주당’의 로고 작업이 인상 깊다. 단순히 로고 디자인이나 바꿨겠거니 싶었는데, 그 후로 선보이는 행보들이 신선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더불어 민주당이 출시한 디자인에 대해 ‘윈도우 로고가 생각난다’, ‘촌스럽다’등의 의견도 난무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정당 특유의 정체성을 잘 다져가고 있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버스 시안과 실제 버스

 

더불어민주당 현수막 시안과 '더더더더더더더', 출처: 오마이뉴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시각적으로 ‘시끄러운 디자인’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더’를 강조한 머그컵, 에코백, 텀블러, 스티커는 정말 시끄럽기 짝이 없다. 특히, 기자회견 시 벽면에 거는 천막디자인은 눈에 띄는 순간부터 눈과 귀가 시끄러워지는 것 같다. 실제로, 부으면 부을수록 더 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은 머그컵이나 그에 반해 너무나도 단호한 에코백 디자인은 그 나름의 매력을 풍기는 동시에 기존의 정당 브랜딩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해당 물건들은 ‘정당 굿즈’라는 특수한 태생덕분에 한정판으로 제작되어 판매되었지만, 정치도 신선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더불어민주당 굿즈 실물, 출처: http://blog.naver.com/vitominc

 

이처럼 정치도 디자인과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많은 정당이 이런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정당도 이런 거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드는, 정치는 우리와 동떨어져있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디자인 브랜딩 경쟁 말이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 굿즈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서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처럼, 각 정당이 앞다투어 굿즈를 내고 경쟁한다면 그것 또한 정치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물건은 물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당과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앞으로는 ‘질(quality)’좋은 정책을 기반으로 디자인마저 좋은 정책 브랜딩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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