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tory  /  피플

[전지적 작가 시점] 현실적인 공감의 순간들, our own night

17.04.13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our own night 

Strangers Friends Lover Strangers

 

An autumn evening

 

Moonlight

 

Girls of the tennis court

풍경이나 사물대신 특별히 인물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다면.

습관적으로 인물부터 그리는 게 익숙해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인체를 두루뭉실하게 표현하거나 뼈 마디의 특징을 살려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매번 그렇게 스케치를 하다 보니 인물을 대상으로 작업한 게 많아진 것 같아요.

 

다소 멍한 표정의 인물표현이 눈에 띈다.

네, 맞아요. 저는 주로 새벽에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시간대에 유난히 고민거리나 막막한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멍한 표정의 인물을 설정해서 보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어요. 또, 인물의 포즈나 배경, 분위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의도한 점도 있어요.

 

작업을 해야겠다고 영감을 주는 요소가 궁금하다.

일러스트마다 영감을 얻는 계기가 다르지만,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또, 현재 20대를 보내고 있는 저와 친구들의 고민, 그리고 그에 관한 이야기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럴 때면 왠지 모르게 힘도 얻고, 작업도 잘 되는 느낌이에요.

 

 

before sunset

 

The evening of November

 

색채작업 또한 눈에 띈다.

저는 색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색 조합 단계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요. 색채작업 때는 주로 색감이 좋은 사진을 참고해 스포이드 툴로 찍어보고, 블렌딩 툴을 이용해 그 색과 가장 어울리는 조합을 찾으며 수정하죠. 대부분 그래픽으로 작업해서 색상조합에 한계가 없는데, 그만큼 다양한 조합을 찾을 수 있어요.

 

our own night의 그림에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녹아 있다.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나.

해석은 모두 각자의 몫이지만, ‘사람 사는 것 다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마치 누군가 내 일상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이지만 ‘너만 그런 거 아냐. 괜찮아’라는 사소한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 단호한 출근

단호한 출근, 오늘도 망설이지 못하고 일상을 출발해야 하는 당신에게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작업인가.

한동안 출퇴근길에 브로콜리 너마저의 <단호한 출근>이라는 노래를 듣곤 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일어나기 싫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벌떡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는 일상에 너무 공감을 해서 펜을 들게 됐습니다.

 

전반적으로 푸른 빛과 상반되는 붉은 색이 눈에 띈다. 

색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가장 유의하며 작업했어요. 바쁜 출근 길과 사람들의 무표정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분위기와 대조되도록, 배경은 따뜻한 색감을 사용했어요.

단호한 출근, 브로콜리 너마저

 

전반적인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평소에 스케치를 틈틈이 하는 편이에요. 이것 저것 끄적이다 보면 자연스레 소재거리가 떠오르거든요. 그 후에는 연습장을 핸드폰으로 촬영해 스캔한 후, 포토샵으로 2차 수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생각했던 분위기와 색감에 맞춰 그래픽으로 작업해요.

 

River

 

그럼, 자신만의 ‘단호한 출근’을 하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딱히 노하우라기 보다는 일단 제가 잠이 너무 많은 편이라서 아침에 알람을 못 들을 때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항상 5분 단위로 5개 정도의 알람을 맞추는데, 그러면 적어도 지각은 안 하더라고요.

 

작업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과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늘 그렇듯 색감을 가장 중시해서 작업했지만,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도 색감조합이었어요. 막상 스케치를 하고 미리 정해둔 색감을 입혀보니 생각했던 분위기가 전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리조리 색을 바꿔보다가 파란색과 주황색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대조되는 색감이라 의외로 생각했던 분위기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렇게 지금의 <단호한 출근>이 탄생했습니다.

 

# 세로

"각각의 창작물들은 '세로'보다는 '가로'가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위 아래로 줄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나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도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출처: 월간 윤종신 1월호 '세로'

 

작업 <세로>의 의미에 대해 알려달라.

어느 날 새벽에 가수 윤종신의 <세로>라는 노래를 듣다가 가사와 의미가 너무 좋아 인터뷰를 찾아보게 됐어요. 기사 중에 “각각의 창작물들은 ‘세로’ 보다는 ‘가로’가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위 아래로 줄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나열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도 행복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라는 구절을 보게 됐는데, 다시 한번 ‘세로’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아마 창작자라면 모두 한번쯤 느껴봤을 고충이라 왠지 씁쓸하기도 했어요. 그런 감상에서 작업이 시작됐어요.

 

our own night의 작업 대부분이 이러한 사선 구도이거나 특정한 프레임 안에서 진행된다.

2차 스케치 후에 포토샵을 이용해 구도를 재배치하면서 안정적인 구도를 찾아요. 무엇보다 평소에 마음에 드는 인물이나 화보, 사진을 모아두고 구도 잡는 연습을 하죠.

 

 samsung x our own night

 

작품마다 하트 수가 모두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왠지 작업 <세로>의 의미와 더해져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고충이 짐작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작업물’ 자체는 저의 생각이 온전히 담겨있는 창작물인데, 어느 순간부터 팔로워들이 누르는 하트 수로 작업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가치’는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단순히 하트 수로 창작자의 생각과 작품의 가치가 결정되는 현상이 씁쓸하게 다가왔어요. 사실, ‘유명 작가’와 ‘무명 작가’로 나뉘게 되는 것도 서열이나 순위를 나누는 것인데, 언젠가부터 불필요한 경쟁구도가 심화되고 계급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세로>를 작업하면서 많이 멍했어요.


문득 <세로>속에 나열된 작품이 our own night의 작품인지 궁금하다.

네, 맞습니다! 아마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알아봐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나열된 작품은 모두 제가 직접 찍었던 사진이나 작업했던 일러스트들을 흑백으로 처리한 작업물이에요.


# Works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CTRL+S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CTRL+S> 각 작품에 숨은 에피소드에 대해 알려달라.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언젠가 트위터에 올라왔던 내용에서 영감을 받아 제가 성장해왔던 모습을 바탕으로 작업하게 됐어요. 누구나 한번쯤 현재 상황에 무뎌져 무의식적으로 ‘아, 집에 가고 싶다’고 읊조려 봤을 거라 생각해요.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렸어요. 계획했던 모든 다짐도 결국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여전히 침대 위에서 손가락만 움직이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해서 그렸는데, 그리고 보니 더욱 한심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다음주부터는 인생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렸어요.

<CTRL+S를 생활화하자>를 그리게 된 계기도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이에요. ‘이거 하나만 더...! 이것만 더...!’ 하다가 6시간동안 작업했던 아이콘이 컴퓨터가 멈췄다는 알림과 동시에 시원하게 날아가버렸거든요. 그 때 컴퓨터를 부수고 싶은 분노에 가득 차 후다닥 그리게 됐어요. 그날은 이상하게 작업이 잘 되더라고요.


각 작업에서 유의했던 부분과 그림 속에 숨은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해 설정했던 장치가 궁금하다.

우선, 세 작품은 모두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내재되어 있어요. 일단 제가 누워있는 걸 좋아하고, 그만큼 게을러요. 각각의 작품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는 생각으로 작업했는데, 어떤 거창한 장치라기 보다는 정말 현실적인 모습을 그렸어요.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현재에 무뎌진 무표정한 모습을,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침대에서 한없이 밍기적 대는 모습을, <CTRL+S를 생활화 하자>는 분노하는 표정을 나타내고자 했어요.

 

의식의 흐름(feat. 미세먼지) 

 

이처럼 our own night의 작품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듯 하다. 그만큼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이 있나.

사실 최근에 너무 바빠서 새로운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새로운 작업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또 열심히 청춘들 마음을 취향 저격할 그림을 그릴 계획입니다.


our own night

 

http://notefolio.net/ourownnight
http://instagram.com/ourownnight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