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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글 좀 구경하세요!

17.04.19 1

 

세종대왕, 출처:http://blog.naver.com/silversonik


이 스물여덟 글자를 가지도고 전환이 무궁하다.

<훈민정음>, 정인지 서문 중에서

 

한글을 막 깨우쳤을 무렵,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한 글자를 이루는 게 너무 신기했다. 또, ‘ㄱ’은 왜 ‘기역’으로 읽히고 ‘ㄴ’은 왜 ‘니은’으로 읽히는지, 무엇보다 해당 자음을 발음할 때 어말종성(두 번째 글자의 받침, ‘기역’의 ‘역’중 ‘ㄱ’을 말한다.)이 목표자음과 일치하는 현상을 보면서 너무나 신기했다. 더욱이 한글은 ‘레고’와 같은 매력이 있는데,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자/모음을 합성하면 어떤 글자든 만들 수 있고 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다 한글이 고도로 발달한 표음문자이기 때문이란 걸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이 외에도 한글은 비단 모국어라서가 아니라 여러가지 매력적인 요소를 지닌 문자임이 분명했다.

 

훈민정음 언해본, 출처: 고구려 역사저널

 

무엇보다 한글에 애착이 간 건, 문자에 깃든 ‘애민정신’때문이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음절이 되고, 음절이 모여 단어가 되고 또 그것이 확장되어 구문이 되고, 최종적으로 이야기가 되는 일련의 과정은 결국 인간의 ‘정보의 습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언어능력은 학습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되기에 만약 ‘한글’이 습득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면, 세상은 오로지 ‘배운 자’들에 의해 굴러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쉬운 문자로 소통하고 배울 수 있도록 인본주의 사상에 따라 만들어진 ‘한글’이 더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15세기 훈민정음 창제로 말미암아 그 전까지 완전하게 떠돌던 우리말을 제대로 적을 수 있게 되어, 대중교육이 가능해지고 마침내 문맹에서 해방의 계기를 맞게 됐다. 그 이후 한국어가 정교해졌으며,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잠재적인 가능성은 끝없이 커나갈 수 있게 되고, 우리의 뜻과 생각은 고쳐 짜일 수 있었다. 출처: <한글 디자인과 ‘어울림’> 안상수


인사동 내 한글간판, 출처: http://blog.daum.net/life4car/32 


하지만 한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진 건, 여러 디자이너의 작업물과 언젠가 마주했던 인사동의 한글간판 덕분이다. 항상 한글을 언어, 문화, 심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생각했기에 문자의 조형적인 특성을 분석해본다든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어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동 거리에 줄지어 내걸린 한글간판을 보며 한글이 디자인적으로도 모자람이 없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문자임을 실감했다.

 

 꿈방구 before & after

 

모란고추방앗간 before & after

 

마수걸이 before & after

 

솜씨방가구 before & after

 

진주순두부 before & after

 

꽃섶 before & after

 

대남사 before & after

 

담아요 before & after

 

궁글레 한·분식 before & after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before & after
출처: <한글한글 아름답게> 프로젝트 중 <방방곡곡> 



무엇보다 2014년에 시행했던 네이버의 한글간판 사업이 인상 깊다. 해당 캠페인은 네이버와 서울시 주최로 이뤄졌는데, 그중에서도 청계천 내 헌책방 거리를 한글간판으로 교체한 작업이 유독 눈에 띈다. 서점이 ‘한글의 더미로 이루어진 책’을 파는 장소기도 했고, 청계천이라는 오래된 거리의 특성이 되레 그 거리를 구성하는 ‘한글’로 디자인됨으로써 새롭게 태어났다는 점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하나서점 before & after

 

정은도서 before & after

 

유림사 before & after

 

글방 before & after

 

평화서림 before & after

 

대광서림 before & after

 

밍키 before & after

 

동아서점 before & after

 

대원서점 before & after

 

상현서림 before & after
출처: <한글한글 아름답게> 프로젝트 중 <청계천 헌책방 거리>

 

한글의 조형적 특성이 돋보이는 이 작업은, 마찬가지로 ‘애민정신’을 떠오르게 한다. 우리의 것이라서, 항상 마주하는 문자라서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상에 새로움을 더해서다. 그러니까, ‘한글 디자인’이 꼭 디자이너가 하는 특정 작업이나 잡지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네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오래된 거리든 새로운 가게든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은 제 모습 제 말에 어울리는 생명적이고 질서 있는 시스템이자, 자연 성음의 원리에 맞고, 끝없이 구르고 변통자재 하는 유기적 디자인의 탄생이다. 나아가 한글 창제에 담긴 넓고 싶은 뜻과 포부가 ‘어울림’의 뜻에 맞는 완전함을 지향하는 ‘큰 디자인’이며 ‘어울림의 디자인’으로 제시한다. 출처: <한글 디자인과 ‘어울림’> 안상수

 

<한글 디자인 교과서> 안그라픽스, 출처: 안그라픽스

 

이렇듯 인간이 내는 소리를 추상화해 기호로 만든 한글의 표음적인 특성은, 어쩌면 그 자체로 디자인일지도 모른다. 또한, 쓰는 대로 발음된다는 한글의 유기적인 특성이 한글이 있는 곳에 어디든 디자인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에 한글은 ‘디자인’ 그 자체다.



한글디자인 관련 전시 

전시명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시기간 2017년 2월 28일 – 2017년 5월 28일   
장소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3층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문의 국립한글박물관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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