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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No exit, 심규동 작가의 <고시텔>

17.05.26 1

‘시발비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시발비용’이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홧김에 치킨을 시켜 먹는다든가 평소라면 대중교통 이용했을 텐데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는 비용을 말한다. 시발비용과 맥락을 같이 하는 또 다른 신조어에는 ‘탕진잼’과 ‘YOLO’가 있다. ‘탕진잼’은 사람들이 ‘다이소’에서 값싼 물건을 잔뜩 사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인형 뽑기에 몇 만원을 쓰는 상황을 말한다. ‘YOLO’라는 단어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미래를 계획하기가 불안정하고 현재밖에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이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용어다.

 

‘시발비용’의 정의, 출처: 트위터 

 

미래를 계획하고 그 계획에 맞춰 희망차게 살아가는 것이 교과서에 나오던 모습이라고 한다면, ‘헬조선’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국가를 명명하는 우리의 모습은 그 희망찬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서, 국가적인 것보다는 개인적인 것에서 안정을 찾는 우리의 모습에서 ‘더불어 삶’이라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될까. 말이 좋아 ‘시발비용’이고 ‘탕진잼’이지,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혼자 아등바등 움직이며 그것을 ‘순간의 행복’이라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는 젊은 세대일수록 자기계발이 중요한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내가 한 선택과 내가 쓴 돈이 바른 것이었냐”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러한 소비는 ‘자학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무도 우리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돌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세대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한 소비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참고기사: <멍청, 쏠쏠, 시발비용을 아시나요> 

 

<고시텔> 출처: 심규동 페이스북

 

이러한 현상은 그 어떤 것에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희망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작은 성취감이라도 느끼기 위해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눈 앞에 펼쳐진 현실 중에서 내 손에 잡을 수 있는 건 거의 없고,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늘 우리의 삶을 엄습한다. 때문에 그나마 현실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작은 성공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성공은 허상과 같다. 쉽게 부서지는 모래성과 같은 것이 오늘날 우리의 삶이다.

 

<고시텔> 심규동, 출처: 텀블벅

 

이런 우리의 팍팍한 삶을 심규동 작가는 ‘고시텔’이라는 공간에서 답한다. 작가의 전시는 재미있게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진행되었다. 전시를 보러 간 다음 날이 대선이라 회관은 사람들로 붐볐다. 회관에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짐을 검사 맡고, 내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했다. 그리고 사물함을 쓰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심규동 작가는 국회의원들이 오고 가면서 전시된 작품을 보길 바랬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회관’이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같이 전시를 보러 갔던 친구는 작품을 보고 단번에 자신이 살았던 고시원 생활을 떠올렸다. 그나마 ‘좋은 고시텔’에서 6개월을 살았다던 친구는 그곳에 살면서 우울증이 올 뻔 했다고 한다. 고시텔은 창문이 있으면 10만원이 더 올라가는데, 그마저 없는 공간에서 지내게 되면 네모 성냥갑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아주 좁은 방안에서, 텔레비전과 침대의 위치가 모두 똑같이 정해져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꿈을 꾸고 현실을 살고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보낸다.

 

<고시텔> 심규동, 출처: <도시 안의 섬, 고시원에서의 10개월 담은 사진들> 

 

전시에 갔을 때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심규동 작가는 고시텔에서 약 10개월 간 머물면서 6개월 정도 사람들을 설득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가 사용했던, 사진에 나온 고시텔의 비용은 월 22만원이었다. 작가가 찍은 사진을 보면 아주 작은, 비슷한 구조의 네모 속에 갇혀있는 듯한 사람들이 보인다. 비슷하지만 다른 방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고시텔의 침대는 작고 공간은 협소하다. 그래서 침대 위까지 짐을 둔 사람도 있고, 책상을 사용하지 못해 침대를 책상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짐과 사람이 만나서 인지 고시텔은 더욱 빡빡해 보인다. 작품의 위쪽에는 ‘The Room, No exit’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그것을 보면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 더욱 절실해진다. 누군가의 집을 본다는 것이 이렇게 무거운 마음일 수 있는 것일까?

 

<고시텔> 심규동, 출처: <도시 안의 섬, 고시원에서의 10개월 담은 사진들> 

 

왜 고시원 사진을 찍으려 마음먹었나

“나부터 고시원에 꽤 살았다. 기간을 다 합치면 4년쯤 된다. 옆방에는 10년째 고시원에 사는 아저씨, 멀쩡하게 취업한 회사원들이 함께 지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완전한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은 고시원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는데

“강릉에서 간호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 대학 입학 직후부터 휴학하고 서울에 올라와 아르바이트하며 사진을 공부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어디서 만난 누구인가. 사진 찍히는 걸 달가워하던가

“서울 신림동의 ‘S고시텔’에서 2015년 11월부터 10개월간 살았다. 그때 찍은 이웃들이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거기 살던 30여 명 대부분이 거절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 포함해 7명이 전부다. 고시원에 사는 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나나. 처음엔 복도랑 현관, 옥상만 찍다가 6개월쯤 지나면서 친해진 형님과 아저씨들에게 부탁했다. 고시원 사람들은 혼자 지낸 기간이 길어 외로움도 잘 탄다. 중장년층 중에서는 원룸을 구할 돈이 있어도 외로워서 고시원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다. 서로 방문 열고 소주 한잔 나누는 게 일상이다.”

출처: 중앙일보 <1평 고시원 삶 전시하는 심규동씨>

 

<The Etsy UK+The Selby> project, 출처: The selby

 

물론 이들의 일상이 항상 무거움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고시텔이 항상 슬픔만이 존재하는 공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고시텔’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다. 짐과 사람이 한데 엮여 고시원 방 자체가 세상과는 담을 쌓는 짐이 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심규동 작가의 작품은 최근 대림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토드 셀비(Todd Selby)’의 <The Selby House>展 속 작품과는 대조적이다. ‘즐거운 나의 집’을 말하는 토드 셀비의 ‘집’과 심규동이 표현한 ‘집’은 너무나도 다른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집’이라는 한 단어로도 묶일 수 조차 없는 느낌이다. ▶ 관련 칼럼 읽기 <잠깐 너네 집 좀 구경할게, 토드 셀비>



<고시텔> 심규동, 출처: 텀블벅

 

심규동 작가의 작품을 보고 어떤 사람은 ‘작가가 영리하다’고도 했다. 물론 영리할 수 있다. 이제는 자꾸 들어서 진부해진 ‘N포세대’라거나 ‘헬조선’이 주는 어감이 여지없이 드러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저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자 했던 장면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진정한 창조는 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약간 어긋나게 되새김으로써 세계의 신선함을 드러내 주는데 있다.” –이우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기에 없던 것을 창조해내는 것보다 있던 것을 가차없이 보여주는 예술에 우리는 더 공감한다. 작가의 이번 전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졌다.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되어 ‘성공을 이뤘다’는 그 사실이, 이 전시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마도 사람들은 어떠한 희망도 없이 오늘을 ‘살아 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느낀 게 아닐까. 사진에서 묵묵히 자신의 목숨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을 목격했을 수도 있다. 작가의 사진 위에 적혀있던 ‘The room, No exit’라는 문구가 실은 ‘The world, No exit’의 다른 문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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