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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반가웠어, 나의 바비(barbie)

17.05.29 0

어셔렛 바비(The Usherette Barbie), 2007

핑크 수트 바비 바비(Preferably Pink Barbie), 2008

 

갈라 가운 바비(Gala Gown Barbie), 2012

 

할리우드 바비(Hollywood Hostess Barbie), 2007

 

길게 뻗은 다리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긴 속눈썹과 금발의 머리를 가진 바비인형은 여자아이라면 대리만족을 느껴봤을 욕망의 대상이자 상상을 실현시켜주는 대리자였을 것이다. 어린 나이 임에도 어째서 바비인형이 죄다 백인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있었지만, ‘긴 다리’와 ‘긴 팔’의 몸매를 보고 나면 그 정당성이 느껴지곤 했다.

 

토키도키 바비(tokidoki Barbie), 2015 

 

코치바비 (Coach Barbie) 2013

 

조나단 애들러 바비(Jonathan Adler Barbie), 2009

 

더 블론드 다이아몬드 바비(The Blonds Blond Diamond Barbie, 2012

 

그리고 어느 순간, 단순히 인형을 가지고 노는 상상놀이 단계를 지나 이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고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적이며 원단을 주문하고, 소질도 없는 바느질에 관심이 생겼다. 그런데 인형은 살아있지 않으니까, 맛있는 음식을 직접 먹을 순 없으니 고무찰흙으로 이것저것 만들어가며 플라스틱 냉장고를 채웠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귀찮을 법도 한데, ‘내가 입고 내가 먹는 거다!’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현실의 내가 가질 수 없는 상상의 것(각종 예쁜 디자인을 가진 가구라든가, 인형의 얼굴과 몸매!)들이 인형을 통해 실현된다는 만족감이 컸다.

바비인형의 엄마, 루스 핸들러(Ruth Handler) 

바비 인형은 1945년 미국에서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을 설립한 루스&엘리엣 핸들러 부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녀의 딸인 딸 바바라가 종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착안한 바비 인형은 우스콘신주 윌로우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설정으로 마치 현존하는 emt한 스토레텔링을 세워 더욱 인기를 끌었다. 아이의 장난감에서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디자이너와 셀러브리티와의 협업으로 시대를 반영하는 바비의 노력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맥락에서 <Barbie : the ICON>展은 여러모로 유년시절의 총집합이었다. 다만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전시된 바비들이 입은 옷과 가지고 있는 소품들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했다고 해야 하나. 한마디로 ‘고급 진 아이들’이 왕창 늘어선 전시장은 패션쇼 같기도 했고, 고급인맥이 모인 사교장 같기도 했다.

 

커리어 우먼 바비(Day to Night Barbie) 1984, 처음으로 여성 CEO을 맡은 바비

경찰관 바비(Police Officer) 1993

대통령 바비(President) 1999

 

미육군 군의관 바비(U.S. Army Medic) 1993

 

공군 파일럿 바비(Air Force Pilot) 1990

 

TV뉴스 앵커 바비(The News Anchor), 2010

 

1990년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남자들의 분야라고 생각했던 직업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1990년의 파일럿 바비, 93년 경찰관과 군의관에 이어 1995년에 출시한 소방관 바비와 축구선수 바비. 바비는 직업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늘어선 바비들이 ‘살아있는 여성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태어난 바비일수록 기존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던 직업을 갖고 있어서다. 일명, ‘경찰관 바비’, ‘미군 바비’, ‘축구선수 바비’로 일컬어지는 이 아이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여성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경마장에서의 하루 바비(Day at the Races Barbie) 2006

 

런던 트위드 바비(Tweed Indeed Barbie) 2006

 

블랙&화이트 트위드 수트 바비(Black&White Tweed Suit Barbie), 2017

 

무비 믹서 바비(Movie Mixer Barbie), 2007

 

팜 비치 브리즈 바비(Palm Beach Breeze barbie), 2010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흘렀음에도, 길다란 팔다리를 가진 백인여성이 바비의 주를 이루어 아쉬웠다. 물론, 과거에 출시된 바비를 모아둔 컬렉션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이제는 남성이 하는 일도 할 수 있는 바비’라는 여성상보다 흑인과 아시안 같은 다양한 인종의 여성상을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레드 플레어 바비(Red Flare), 1962. 외투, 모자를 비롯한 지갑까지 모두 빨간 새틴으로 제작됐다. 이 바비는 재클린 오나시스 캐네디의 모습을 오마주해서 만든 인형으로 그녀의 헤어스타일, 옷을 그대로 재현한 인형으로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빈티지 슈퍼스타 바비(일본 단독 출시) 일본인 수집가, 1978. 초기 바비인형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일본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특히 이번 희귀 바비를 출품한 일본인 개인콜렉터의 수집동기 역시 바비의 초기작이 일본에서 생산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 스틸러 바비(Scene Stealers), 1969. 매우 구하기 힘든 콜렉션 중 하나로 바비모드(MOD) 수집가들에게 매우 인기 있고 비싼 수집품 중에 하나로 꼽힌다. 

 

인첸티드 이브닝 바비, 1965. 토끼털 숄더를 두른 바비.1960년부터 63년까지 제작된 인형으로 매우 인기가 높았다 초기버전은 허리에 3개의 스팽글과 구슬 악세사리 였으며 후기 버전은 새틴장미가 새겨져 있다. 신발뿐만 아니라 목걸이, 귀걸이 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인형은 매우 드물다. 

 

컬러 매직 골든 바비(Color Magic Golden Barbie) 1966. 가장 찾기 어렵고 가장 비싼 빈티지 인형 중 하나. 일부 컬러매직 바비의 경우, 매우 선명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경우가 더 가치있다고 평가 받는다. 머리카락을 염색할 수 있는 재료가 포함되어 있으며, 다리를 구부릴 수 있다. 

 

트위스트 앤 턴 바비(Twist&Turn), 1966. 영문의 첫글자를 따서 ‘TNT’라고 불리기도 한다. 긴 속눈썹, 구부릴 수 있는 다리와 처음으로 비틀 수 있는 허리를 가지고 탄생했다. 좌우로 비틀 수 있는 허리를 가진 이 인형은 당시 매우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그럼에도 전시는 타임머신이 되어 유년시절을 회상시켰고, 일종의 성찰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어느새 꿈꾸던 ‘성인여성’이 된 내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바비에 투영시켰던 모습과는 얼마나 닮아있는지, 혹은 당시 그토록 바랐던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언젠가 내 아이가 가지고 놀 바비인형과, 몇 십 년 후에 변해있을 바비 컬렉션이 또 어떤 모습일지 미래를 기대해본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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