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으로 예술하기

17.06.01 1

<Tulips>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으레 ‘예술’이나 ‘미술’이란 단어를 보면 경직이 된다. 어쩐지 ‘예술’과 ‘미술’이 어릴 적부터 한 길만 올곧게 걸어온,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논할 수 있는 주제이자 행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주 보수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논하자면, 이러한 생각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물 속에 나와 조금 크게 눈을 뜨면, 인간의 눈길이 닿고 사유를 통해 탄생한 모든 것들이 예술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은 네덜란드 작가 아리 반트 리에(arie vant riet)의 작업이다. 부드러운 꽃의 선들이 작품의 소재만큼이나 평화롭고 투명하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 ‘압화’작품이나 셀로판지로 만든 작업이 아닐까 생각했다. 꽃잎 속에 숨은 암술과 수술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잎사귀의 잎맥들도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어서다. 그런데 작가의 본업을 알고 나니 작품이 그럴 만도 하다. 그의 직업은 의사, 어느 날 문득 ‘자연을 x-ray로 담아내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Chamaerops, euphorbia and bufo bongersmai

original x-ray negative


Tulips

original x-ray negative

 

Poppy, penstemon, rododendron and lizards

original x-ray negative

 

Tulips

 original x-ray negative

 

객관적인 증상과 딱 맞아떨어지는 수치만 믿을 것 같은 그의 직업과 ‘예술’은 직관적으로 접점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성과 감성이 교집합을 이뤄 탄생한 그의 작업을 보고 있자니 ‘그래, 예술은 언제나 주변에 있구나’ 싶다. 어쩌면 하루의 대부분을 글을 쓰며 보내는 나조차도 문자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예술을 하고 있는지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모두 ‘예술가’인데, 한편으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진짜 예술가’가 맞나 싶다. 참 쉽고도 어렵다, 예술.


사진출처 
http://instagram.com/arievantriet
http://www.x-rays.nl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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