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으로의 회귀, 그리너리

17.06.26 0


Green was the silence, 녹색은 침묵이었다.

wet was the light, 빛은 촉촉하게 젖었고,
the month of June trembled
like a butterfly.... 6월은 나비처럼 파르르 떨렸다 ....

- Pablo Neruda - 파블로 네루다/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펜톤은 6월의 색인 ‘그리너리’를 2017년의 색상으로 꼽았다. ‘그리너리’란 연두색 계열의 파릇파릇한 새싹이 연상되는 컬러로 ’자연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펜톤은 그리너리가 전 세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언급했다. 아무래도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점차 심각해지고 그만큼 삭막해진 현대인들의 일상이 자연을 더욱 가까이에 끌어들인 모양이다.

 

 

구찌 2017 s/s, 출처: vogue

Key pieces in Greenery, 출처: GLIMPSES AT FASHION

펜톤이 꼽은 트렌디한 색상인 만큼, 그리너리는 패션트렌드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구찌를 비롯한 명품브랜드는 이미 녹색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을 선보였으며, 스트릿 패션 브랜드에서도 그리너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쩐지 온몸에 푸르른 녹색을 둘러싸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시 한가운데서 자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보테니컬 아트, 출처: http://trendland.com

 

플라워 디자인, 출처: http://happywedd.com

최근에는 서점에서도 보테니컬아트(botanical art,식물화)부터 꽃을 다루는 플라워디자인까지, 식물에 관한 예술 서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꽃꽂이’라 불리던 플라워디자인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때 꽃다발이라 하면 특별한 기념일에나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최근에는 일상생활에 성큼 들어와 가정과 일터의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그만큼 꽃과 식물로 일상의 ‘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플랜테리어, 출처: Heart Home 

 

플라워디자인을 비롯해 식물디자인 또한 부상하고 있다. 반려동물처럼 식물을 삶의 동반자 삼아 기르는 ‘반려식물 문화’를 비롯해 가정에서 정원을 가꾸는 ‘보타니컬 하우스’, ‘플랜테리어’ 트렌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어느덧 식물을 가꾸는 문화가 자연과 도시의 삶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지며 가지를 뻗어나가고, 잎이 무성해졌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안식을 취하기도 하고 활력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그리너리’는 실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시조경의 일부분으로 길거리에 자리 잡은 은행나무와 벚꽃나무만이 아닌,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건축의 외부장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밀라노 외벽, 출처: http://popupcity.net

 

실제로 밀라노에서는 ‘플라워 프린트(flowerprints)’라고 불리는 ‘꽃의 외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장장 35m가 넘는 길이의 외벽은 2000여개가 넘는 꽃들로 장식되었고, 그 종류 또한 장미와 백합을 비롯해 허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만큼 외벽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거리의 행인에게 봄의 신선한 향기를 제공한다. 지나갈 때 마다 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니 그야말로 걷고 싶은 거리, ‘꽃길’이 아닐 수 없다.

 

런던 도심숲, 출처: http://popupcity.net

 

런던 또한 도심 속의 환경을 개선하는 ‘MINI’s LIVING 프로그램’을 통해 도심 속 자연의 기능적이고 유연한 환경을 제안한다. 이는 런던 스트릿에 ‘작은 숲’ 혹은 ‘온실’이라 할 수 있는 공공정원을 설치함으로써 공공의 공간과 개인 공간의 연결을 돕고 숲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작은 수목원이라고 할 수 있을 이 공간에서 런던의 시민들은 상쾌한 숲속의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런던 도심숲, 출처: http://popupcity.net

 

어쩌면 ‘첨단기술’과 ‘과학’이라는 단어는 ‘자연’과는 동떨어진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미래를 묘사하는 영화를 보면, 화려한 기술의 향연을 볼 수 있는 반면 그만큼 자연환경은 소실되어 있지 않은가? 애니메이터 샤샤 카츠(Sasha Katz)는 이 같은 기술과 식물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는 기술과 식물의 관계를 각각 다른 장식요소로 분리하기보다, 기술에서 뻗어 나오는 식물의 움직임을 하나로 표현했다. 그녀의 작업을 보면, 키보드에서 줄기가 뻗어나오는 작품, 스마트폰 밖으로 꽃을 피우는 작품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기술 속에서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a Symbiotic Relationship Between Plants and Technology, by Sasha Katz, 출처: http://www.thisiscolossal.com

 

이처럼 ‘그리너리‘ 트렌드는 패션에 걸쳐 그림, 플라워디자인, 실내외 장식과 도심환경 개선, 그리고 기술적 분야까지 다양하게 영역을 뻗어가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일상에서 녹색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생기, 안락함을 느끼며 분주한 일상에서 휴식과 여유를 향유할 수 있다. 이렇듯 그리너리 트렌드는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이름에 걸맞게 앞으로도 우리의 삶을 자연으로 조금이나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채이

예술과 디자인, 그 안의 다채로움을 좋아합니다.
룰루랄라한 즐겁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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