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는 트리거

17.06.27 0



출처: 김영하 SNS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SNS를 보고 실소를 터뜨렸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그가 새로 출간한 <오직 두 사람>을 기념하여 맥주잔을 제작했는데, 잔이 너무 예뻐 자신의 책을 구매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맥주잔은 특정도서를 포함한 일정금액 이상의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사은품이었다. 어쩌면 ‘제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 이러한 증상은 단지 김영하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새로 출간되는 서적만큼이나 디자인 굿즈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굿즈 사려고 책을 지르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으니 말이다.

 

<오직 두 사람> 맥주잔 굿즈, 출처: yes24

 

물론, 우리나라가 유독 독서를 하지 않기로 오명이 나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다양한 분야에서 발현되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책을 접하는 통로 또한 다양해졌다. 실제로 모 인터넷 서점의 굿즈를 보면, 북 커버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유리컵은 물론이고 냄비받침, 에코백, 북 스탠드 등 일반 디자인상품에 못지않은 질 좋고 예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뭐야,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어~’라고 하기엔 예쁜 상품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작가가 누구인지 묻고 따지지도 않고 신간이 출시되거나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이번에는 어떤 굿즈가 나오려나~’하고 기대하게 된다. (매달 새로운 굿즈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 예쁜 굿즈를 가지려고 작가 본인마저 ‘너무나 너무나 잘 알아서 이제는 안 읽어도 되는’ 책까지 구매했을까!

 

<제인에어> 일러스트 맥주컵, 더부스 x 민음사 x 알라딘, 출처: 알라딘

<보노보노>에코백, 알라딘 x 보노보노, 출처: 알라딘 

 

<무민 뉴 스페셜 에디션> 박스세트, 출처: 알라딘

 

지난 주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17 국제도서전>도 그렇다. 토요일 하루 방문객 수만 해도 작년 총 관람객 수 절반에 맞먹는다고 하니 모르긴 몰라도 ‘책’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접근 통로가 그만큼 많고 다양해진 것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별마당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개장한지 약 한 달을 맞는 <별마당 도서관>에는 약 5만 여권의 도서가 구비되어 있고 ‘열린 도서관’ 컨셉에 맞게 음식물 반입과 독서가 자유롭다. 아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미녀와 야수> 속 엠마 왓슨이 야수의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지었던 행복한 표정을 직접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책이 많다.

코엑스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

 

<별마당 도서관>이 단순 ‘도서관’의 개념을 넘어선 건 저자와의 만남이나 예술가의 악기 연주 등,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 연상되긴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워낙 큰 규모의 쇼핑센터에 위치해있다 보니 조용히 책을 읽는 ‘도서관’이라기엔 번잡한 느낌이 강해서다. 물론, 쇼핑이나 영화, 박람회에 참석한 유동인구를 사로잡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화된 공간이긴 하지만, 어쩐지 이들이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그저 많은 책을 ‘배열해둔’ 느낌이다. 때문에 책을 읽다 음악이 듣고 싶어지면 음악을 듣고, 조용히 내면의 시간에 집중하거나 방문객이 관심 있는 분야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애초에 벤치마킹했다던 ‘츠타야 서점’을 떠올리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관람객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해외 잡지나 최신 전자책 시스템을 구비해두고, 특별한 절차 없이 책을 자유로이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차례대로 냄비받침, 부채, 손목 스트랩, 북도시락 굿즈, 출처: 알라딘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람들을 ‘책’으로 이르게 하는 출판 관련업계의 시도가 반갑기만 하다. 제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고, 츠타야 서점같은 공간 연출이 아니면 또 어떠랴. 예쁜 디자인 굿즈로 예비독자를 유혹하고 잠깐 쇼핑 나왔던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아 책 한 권 손에 쥐어보고 표지 한 장 넘겨보게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때문에 굿즈 디자인이든, 열린 도서관이든 ‘예비독자’를 사로잡을 좋은 디자인과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메인 이미지 출처: 알라딘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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