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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 이상의 미술

17.07.04 0

일상에서 마주하는 간판과 로고, 수많은 이미지는 다량의 메시지를 전한다. 때문에 ‘정보 변별’은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매 순간 쏟아지는 기하급수적인 정보 때문에 대다수의 정보들은 ‘휘발성 물질’처럼 ‘순간’ 소비 된다. 문제는 정보에 대한 정확한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소비된다는 점에 있다.

 

Brian Glenney and Sara Hendren have begun a campaign to change the design of wheelchair signs, https://www.bostonglobe.com

 

The original International Symbol of Access, designed in the 1960s by Susanne Koefoed (left), Alternative Handicapped Accessible sign by Sara Hendren (right), http://nautil.us

 

2009년, 고든 대학의 브라이언 글레니(Brian Glenney) 교수와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은 뉴욕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장애인 마크에 낙서를 한다. 교수와 디자이너라는 배운 사람들이, 그것도 낙서를, 심지어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로고에다가 했다는 게 공노를 살만도 한데, 이 사건은 큰 깨달음을 주며 마무리 된다. 아주 간단한 낙서만으로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쉈기 때문이다.

 

사라 헨드런의 장애인 마크, 출처: http://awesomefoundation.org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장애인 마크는 휠체어에 앉은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어떠한 감흥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 이 로고에 대해 사실 우리는 별다른 생각이 없다. 그저 ‘예전부터 저 모양이었으니까’, ‘휠체어를 탄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했구나’ 정도의 직관적인 정보만 내재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라 헨드렌의 낙서에는 기존에는 찾기 힘든 주체성이 가미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의 낙서행위는, 그간 우리가 장애인들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Tre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http://www.artribune.com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사건(?)이 불현듯 떠오른 건, 현재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진행중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Tre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展 때문이다. 전시는 기원전 4세기경, 부유한 컬렉터인 시프 아모탄이 자신의 보물을 싣고 항해를 하다 인도양에서 침몰되었다는 아피스토스(apistos)호에 관한 이야기다. 데미안 허스트는 이번 전시에서 2008년경 발견된 아피스토스호의 유물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20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유물은 성치 않은 상태로 곳곳이 손상되어 있거나 산호가 붙어있다. 동시에 그는 발굴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선보였는데, 10년간의 오랜 발굴 작업을 관객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Tre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http://treyspeegle.com

 

그런데 이 모든 건 ‘페이크(fake)’다. 한마디로 ‘구라’라는 얘기다. 말마따나 ‘믿을 수 없는’ 이 유물들은 사실 3년 전에 제작되어 바다에 강제 침수 당했고, 곳곳이 손상되고 산호가 핀 다음에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 없는 관객들은 그가 제시하는 사진과 곳곳에 핀 산호를 보고 별다른 검증 없이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모든 사실을 알고 난 관객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진짜라고 믿은 것들이 실은 가짜였고, 그토록 믿었던 진실이 거짓이라니! 아니 설령 작품이 거짓이라 한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으면 진위여부에 관계 없이 ‘진짜’가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고서 말이다.

 

http://www.cellophaneland.com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나아가는 방향은 대중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믿음에 의해 결정된다. 때문에 ‘옳고 그름’과 ‘사실과 아님’에 관계 없이 ‘왠지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이다. 무분별 하게 생산되는 정보들도, 아무 의도 없이 만들어진 로고들도, 관람객을 속이는 작품들의 공통점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사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작업은 의미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현대의 예술의 역할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기존의 관념을 깨고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의 관점을 반추하는데 있을 것이다. 

 

http://www.amsvans.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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