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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별 것 아닌 위로, 김나훔

17.07.07 0

빛바랜 톤과 밤톨머리의 사내, 단번에 의도가 파악되는 메시지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의 작업적 특징이다. 작품을 보다 갑자기 웃음이 터지거나 "맞아 맞아, 나도 그런적 있어!"하는 감상들은 그의 작업을 보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광경을 특별하게 만드는 그의 작업을 보며 진정한 ‘위로’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쩌면 위로는 그리 특별한 게 아닐수도, 그저 나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이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런 맥락이라면 김나훔은 ‘위로자’라는 제 이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저는 그림이랑 글자를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특이하다. ‘나훔’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한데.

‘나훔’이라는 이름은 교회에 다니시진 않지만 성경공부를 했던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나훔’은 히브리어인데 ‘위로’ 혹은 ‘위안이 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어릴 적에는 이름이 특이해서 놀림을 많이 당했는데, 이름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고 나서는 작업하는 데서도 좋은 영감을 얻고 있죠.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

 

원래 제과 제빵을 전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림은 어릴 때 흥미위주로 그린 게 다였어요. 그래서 ‘그림은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뭔가를 꾸미거나 만드는 일은 좋아해서 정말 단순하게 그런 재능을 제과와 제빵으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식을 다루는 요식업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저 막연히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창작을 한다’는 즐거움에 초점을 두고 일하다 보니 생각보다 일이 많이 힘들었어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계기는.

막상 베이커리 일을 해보니 너무 일을 못하더라고요(하하). 사고도 많이 치고 많이 덤벙거렸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내가 잘하고 재미있게 하는 일은 뭘까’하면서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일러스트가 뭔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어요. 특별한 동기 없이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발로 차지 말라고>

 

<셀카 속 넌 어디에>

 

지금의 작업 스타일을 갖추기 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제 스타일’이라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그저 막연히 그래픽디자인이나 로고디자인, 혹은 브랜딩 디자인이 저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그림 그리는 일 자체가 좋더라고요. 동시에 ‘한글’을 재미있게 그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림 작업과 글자 작업을 따로 했는데, 지인 분들이 두 작업을 하나로 합쳐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막상 그림과 글자를 합쳐보니 포스터 형식의 작업이 되더라고요.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건지 대중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만약 그때 한 작업에만 집중했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그럼, 일러스트 작업과 타이포그래피 작업의 매력은 뭔가.

저는 사실 일러스트 작업과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구별하지 않아요. 글자 또한 그림 작업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한글 작업의 매력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다는 점 같아요. 메시지가 문자로 정확히 표현되는 만큼, 많은 정보가 흘러 넘치는 환경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사람들에게 잘 각인되는 것 같아요.

 

김나훔이 기록한 한글 간판과 서체

 

그럼에도 한글의 조형적인 매력이 궁금하다.

한글은 정말 아름다운 문자라고 생각해요. 제가 충무로에서 일하다 보니 오래된 인쇄소를 많이 접해요. 그만큼 오래된 간판을 자주 보는데, 글자가 많이 삐뚤빼뚤해도 그 나름대로의 규칙과 배열이 있어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떤 툴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간판을 작업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해요. 그럴 때마다 작업 욕구가 샘솟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력 있는 간판을 마주칠 때마다 사진으로 찍어 수집하고 있어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이름을 알렸던 <내리면 탑시다> 작업을 보면, 김나훔은 대중과 접점에서 소통하는 작가 같다. 

사실 제가 작업하는 스타일이나 메시지가 다양한 편이에요. 그래서 유쾌한 그림도,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 그림도, 소녀 감성이 느껴지는 작업도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쾌한 작업을 선호하는데, 아무래도 ‘공감’때문인 것 같아요. 제 그림을 보면서 ‘어? 나도 저런 적 있는데!’하고 본인의 기억을 떠올리는 거죠. 또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한글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다 보니 제 작업을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서 각인되는 것 같기도 해요.


대중들에게 특별히 듣고 싶은 평이 있나.

글쎄요. 특별히 듣고 싶은 평은 없는데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ㅋㅋㅋㅋㅋㅋㅋ’하고 웃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제가 웃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람이 좋고,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개그본능이 있기도 해서 사람들이 저보고 재미있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신이 나요.

 

그럼 김나훔은 실제로도 재미있는 사람인가.

공식석상에서 ‘저 재미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자칫했다간 “한번 얼마나 웃긴지 해 보라지~”하는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으니까요(하하). 일전에 아르바이트 면접에서도 “저는 제가 유머러스 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어요. 저는 재미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럼 작가로서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제 이름이 ‘위로가 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김나훔’ 다운 사람이 되는 거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 잠시라도 웃고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cup>

 

<왜 반말>

 

김나훔의 작업에 등장하는 남자가 본인인지 궁금하다.

사실 사람들이 ‘그림에 항상 같은 남자가 등장한다.’고 말씀해주기 전까지는 제가 같은 인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해당인물은 제가 아니에요. 물론 작업에 제 자신을 투영하기도 하지만, ‘인물’보다는 ‘상황’과 그것을 묘사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 일상생활에서도 인물의 표정이나 상황, 그리고 일이 전개되는 과정에 집중하는 편이라 인물이 특정 누군가를 상징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스토리텔링 형식의 메시지를 넣는 작업이 쉬울 것 같진 않은데.

맞아요. 매번 그렇게 상황을 정해서 작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요. 걸으면서 잡생각도 많이 하고 일상생활에서 재미있는 일을 겪거나 웃긴 사람들을 보면 꼭 적어둬요.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아무래도 인물의 ‘표정’같아요. 전 사람 표정을 잘 보거든요. 왜 웃고 있는데 미묘한 늬앙스에 따라 ‘썩소’이기도 하고, 단순한 ‘미소’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요.
 

<보조배터리>

 

<퇴근임박>

 

<요구르트>

 

<감자튀김>

 

인물의 표정은 어떤 레퍼런스를 통해 얻나.

사실 표정의 미묘한 차이는 자기가 직접 지어보지 않는 이상 자료를 얻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자가 실험을 많이 하는 편이죠(하하). 실제로 작업해둔 자료를 보면 웃긴 게 참 많아요. ‘아! 이런 느낌이지!’하고 혼자 웃는 일도 많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이에요. 외국인들은 제스처도 많이 하고 표정도 다양한데, 그런 점에서 좀 아쉬워요. 그래서 인지 저는 감정표현이나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김나훔의 작업은 색감 또한 일관된 느낌이다.

그림 작업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빛 바랜 톤의 따뜻한 느낌을 좋아해요. 그래서 대비가 강한 그림이나 화사한 그림보다 톤 다운된 느낌의 작업을 하고 있어요.

 

충무로에 위치한 서울털보, 김나훔이 메뉴판 속 서체 디자인을 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서울털보>도 김나훔의 내면 같은 느낌이다.

맞아요. 이곳은 제 취향의 공간이에요. 제가 직접 메뉴판 작업을 했는데, 이런 느낌의 작업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자개옷장도 그렇고, 식물들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공간이죠.

 

개인작업 시 평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그냥 그리는 그림 보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리는 그림이 많아요. 아무래도 작업을 하며 저 또한 위로를 받는 거겠죠. 완성하고 나면 그림을 그리기 전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위트 있고 재미있는 작품도 많지만, 시사적이거나 함의적인 작품도 많다.

개인적으로 세계평화나 기근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가깝게는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국가 간의 전쟁, 사회의 불합리함까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제 작품을 접하는 분들이 그림을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답답한 면이 해소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시>

 

<다음으로> 이제는 미래로 가고 싶다.

 

<집> 천국이어야할 곳이 지옥이 될 때

 

<취업난>

 

<education>

 

특별히 작업을 하고 싶을 때가 있나.

영감을 받아서 순간 무엇인가 떠오르고 ‘이거 재미있겠다!’ 싶으면 바로 작업하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작업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불만을 소재로 다루는 일이 즐거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안에 일어나는 일 말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독서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책을 읽으며 ‘세상에는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과 즐거운 일이 많구나’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최근에는 외부자극을 통해 다양한 영감을 받고 있어요.

 

어떤 책을 읽나.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데 소설보다 에세이를 좋아해요. 에세이가 특별히 재미있거나 유쾌하지는 않은데, 소소한 일상의 소재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중간에 삽입된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는데, ‘나도 언젠가는 저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세이 <뭐> 김나훔, 2016

 

그렇다고 하기엔 김나훔도 에세이 <뭐>를 출간한 이력이 있다.

작년에 그림 에세이를 출간하긴 했지만, 그동안 작업했던 그림을 단순히 모아둔 형식이라 한층 더 발전한 에세이를 출간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많이 읽고 쓰며 연습하고 있어요.

 

만약, 지금의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지금의 김나훔을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결국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사진이면 사진, 글이면 글, 음악이면 음악으로요. 따지고 보면 재능이 허락하는 한에서 지금과 매체만 다를 뿐, 무언가를 창작하는 삶을 살았을 거예요.

 

일러스트레이터 김나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지 않았어도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결국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첫 걸음을 뗄 때 “저 분야는 내가 할 수 없으니까 넘을 수 없는 벽이야”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우선이에요. 요즘에는 원데이 클래스 문화가 발달하기도 해서 과거보다 특정분야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기도 했어요. 그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흐릿해졌으니, 그만큼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들이대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단순히 생각에서만 그치지 말고 실행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죠. 막상 해봤더니 내 안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다 한들 정형화되지 않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왕 하기로 했다면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나훔의 장/단기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저의 작업을 화면 밖으로 끌어내려고 해요. 벽에 걸린다든가 조형물로 표현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거든요. 또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에세이다운 에세이를 출간하려고 해요. 장기적으로는 즐겁게 계속 창작하면서 사는 게 목포예요. 분야를 막론하고 이끄는 대로,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나훔

http://notefolio.net/nahum
http://blog.naver.com/g3735671
http://instagram.com/nahumki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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