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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잡지 일러스트의 모든 것, 일러스트레이터 홍승표

14.01.22 3



잡지를 즐겨보는사람, 아니 굳이 즐겨보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 쯤은 홍승표의 일러스트를 만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일러스트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로 쓰이기도 하며 한 책을 대표하는 커버이미지로 사용되기도 한다. 수 년간 보그, W, 마리끌레르, 나일론 등 유수의 잡지사와 함께 일하며 국내 잡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된 일러스트레이터 홍승표. 그에게 잡지사와 함께 일하는 것,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홍승표로서의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표면적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이지만, 일러스트가 저의 꿈이나 최종 목표는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그럼 최종 목표는 달랐나?

원래 전공이 만화 애니메이션이었는데 굉장히 우연찮게 이쪽 일을 하게 됐거든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거지, 딱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야겠다던가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지금도 역시 그저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그 2014년 1월 호 <예술을 사랑한 디자이너들>

 

 

만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유는?

대학 입시 준비를 굉장히 짧게 해서 전공에 대한 이해가 많이 없었어요. 사실 만화 애니메이션 과가 있는지도 몰랐고 특별히 거기 관심을 둔 것도 아니었는데, 결국엔 제일 재미있어 보이고 그림도 많이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죠.

 

그렇다면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배경은 무엇인가?

원래부터 만화보다는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패션 매체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찾아보던 중 패션지 일러스트가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더라구요. 몇 군데에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대학 3학년 때부터 첫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재는 패션지에서 굉장히 사랑 받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던데

아니에요(웃음). 아무래도 함께 일을 한지 오래되다 보니까... 그리고 그만큼 편하니까 저를 찾는 게 아닐까 싶네요.

 

첫 작업은 어떤 매거진과 했나
포트폴리오를 가장 처음 보냈던 곳은 <씨네21>. 그리고 패션지로는 <마리끌레르>. 처음 보냈던 <씨네21>이 잘 풀려서 자신감을 갖고 패션지에도 보냈던 것 같아요. 이후 <보그> 등과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다양한 잡지와 작업한 홍승표의 일러스트들

 


잡지마다 스타일이 다양해서 하는 작업도 다 다르겠다.

어떤 작가들은 자기 스타일이 확고해서 그것과 맞지 않는 건 안 하기도 하는데, 저는 제가 표현할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작업 방식이 그렇기도 하고, 여러 스타일을 커버할 줄 알아야 하는 부분이 만화나 애니메이션과도 닿아있어 익숙하니까요. 그렇지만 동시에 여러 매체에서 일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요구가 다양해지니까 힘들긴 해요. 작업하면서도 가끔 ‘이게 뭐 하는 거지?’ 하고 헷갈릴 때가 있어요.

 

패션지 안에서도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꼴라주 같은 작업들도 하고 있다.

꼴라주 작업의 경우 원래 좋아하기도 하던 차에 마침 작업을 제의 받아 하게 된 거에요. 원래 한 가지 방식으로 작업하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또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없거든요. 아직 젊은데다 이것 저것 많이 경험해보는 게 좋으니까… 나중에 <나일론> 같은 경우엔 대부분의 작업이 꼴라주로 진행되기도 했죠.

- 나일론과 함께 진행한 꼴라주 작업

 

 

 

잡지 이외에도 동화 일러스트나 북 커버 디자인 같은 작업들을 했던데, 각 작업마다 그림의 느낌이나 스타일이 마치 다른 사람이 그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확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작업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것 같다.

의도적이라기보단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부분이 커요. 사실 작업스타일이 때에 따라 급변하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내가 딱 스타일을 한정 짓지 않고 요구 사항이 들어오면 거기에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클라이언트는 좋아하지만 요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고민 중이에요. 일단은 다양한 작업에 거부감이 없으므로 앞으로도 그대로 할 것 같네요.

홍승표가 참여한 <경계 해체와 라틴아메리카 문학>, <여자라면 심플하게>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컬러가 몇 보이는데, 자신의 시그니처 컬러는?

그림을 그리거나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컬러에요. 드로잉은 물론 기본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색감을 표현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 취향으로는 튀는 색깔들을 좋아하는데, 하나만 꼽으라면 핫핑크.

사실 학교에 다닐 땐 흑백 톤에 컬러 하나만 쓰도록 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부터 핑크를 계속 사용했죠. 무채색과 섞였을 때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컬러가 형광이 섞인 연두, 핑크 등이어서 지금까지도 즐겨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작업 자체에 많은 컬러를 섞진 않고, 보통 다른 다른 컬러들의 톤을 다운시킨 뒤, 앞서 말한 핑크나 연두 같은 컬러가 돋보이게 작업해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사용하는 색깔 치고는 너무 야하다는(웃음)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자극적인 색을 사용할 생각이에요.

 

자극적인 컬러 취향이 매체와 작업할 땐 걸림돌이 될 때도 있지 않나

맞아요(웃음). 일하면서 클라이언트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핑크색 좀 죽여달라’는 이야기에요. 나는 많이 죽였다고 생각하는데도 그쪽에서는 너무 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튀는 색을 좋아하지 않는 매체와의 작업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죠.

<Kid Cudi>

 

 

그렇다면 가장 일하기 편했던 매체는?

패션지 <나일론>이 아무래도 성향이 좀 젊은 편이기도 하고 내부 컨텐츠에 튀는 컬러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편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색을 쓰든 한번도 터치 받은 적이 없어요.

 

작업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수작업과 디지털 반반이에요. 디지털 느낌도 좋아하고 수작업도 좋아하지만 두 개를 섞진 않습니다. 디지털은 디지털적인 느낌이 강하게 작업하고, 수작업은 주로 수채화 혹은 불투명수채화 위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작업 시간은 짧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패션지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부분이 있죠. 처음 패션지와 일할 때는 마감 시한이 제법 길었는데, 함께 일도 오래 했고 서로를 잘 알다 보니까 최근엔 거의 하루 이틀 사이에 달라고 일이 진행돼요. 가끔 저녁에 전화 와서 새벽1시까지 보내달라고 할 때도 있는데... 좀 정신 없긴 하지만, 하다 보면 그게 더 맘이 편할 때도 있습니다. 짧게 하면 대부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빨리 딱 하고 끝나니까요. 그 외 다른 작업들도 오래 걸리진 않는 편이에요.

 

수채화 작업은 대부분 초상화들인데, 이런 그림들의 대상이 되는 기준은?

보통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그려요. 특히 비주얼적으로 좋아하는 얼굴들이 있는데,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떠나서 좀 진한 인상. 이상적인 걸로 말하자면 에디 슬리먼 같은 얼굴이 좋아요. 눈 크고 얼굴 훌쭉하고.. 뭐랄까, 나랑 반대되는 얼굴?(웃음). 아무래도 선이 강하면 그리기 좋죠. 사실 일하면서 그린 그림들이 외국인보다는 국내 배우들이 많은데, 동양적인 얼굴은 제 그림이랑 좀 안 맞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최대한 내 스타일에 맞춰 그리려고 하지만 선이 강하지 않은 동양인은 아직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초상화들을 보니 이목구비에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네 맞아요. 전공(애니메이션) 탓도 있지만 워낙 사람을 많이 그렸고, 또 그만큼 자신도 있으니까... 그래서 사람 뒷모습이나 제품, 배경 같은 걸 그려달라고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기에 가장 이상적인 얼굴로 꼽은 <Hedi Slimane>, 그리고 <Rivers Cuomo>

 

<Adam Levine>, <PokerFace>

 

 

 

졸업작품에도 그렇고, 프로필 사진마다 쓰여진 Seoulite는 어떤 의미인가?

책에서 본 말인데, ‘Seoulite’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에요. 말하자면 뉴요커(Newyorker)나 런더너(Londoner) 같은? 대학생 때부터 우리나라를 가지고 작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어요. Seoulite는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책 제목인데, 이후에도 프로필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대한 애정을 책에 담은 것인가?

평소에 외국의 도시나 문화들에 관심이 많아요. 음악이나 패션, 영화 같은 것들. 특히 런던을 정말 사랑하는데, 이렇듯 외국을 보다 보니 상대적으로 서울엔 독자적인 색깔이 부족한 것 같더라구요. 홍대만 해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만 둘러보면 한국적인 것을 찾기 힘들듯이. 그리고 서울에 대해서 말하는 작가들도 별로 없는 것 같구요. 서울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서울에 살고 있고, 이 도시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기에 그런 것들을 Seoulite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Seoulite> 中

 

 

현재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나?

직업 특성상 프리랜서 개념으로 일하다 보니 정기적인 업무 계약을 하진 않지만, 패션지와는 오래 일하다보니 꾸준히 일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다만 작업하는 매체들은 시기마다 좀 차이가 있어요. 올해는 여기서 연락이 많이 오고, 다음해는 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는 것과 같은 패턴이 있죠.

 

늘 바쁘게 일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지?

바쁜 것에 대한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일이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때가 있어요. 매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일을 많이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일을 한다는 건 시키는 걸 하는 거고, 그게 개인 작업할 때만큼 즐겁긴 힘들죠. 내게 생소한 분야라던지 또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경우가 스트레스긴 한데, 작업량이나 시간에 쫓기는 것에 대한 건 없어요.

 

원래 좀 무던한 성격인가

맞아요. 하면 하고 말면 말고.. (웃음)

 

작업할 때 영감을 주는 것들

의외로 다른 그림은 별로 찾아 보진 않아요. 그런 시간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음악, 패션 같은 것들이요. 항상 거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그림을 처음 그리게 된 계기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그리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것을 그릴 때라도 구석구석에 부분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넣어 그리곤 합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스토리텔링 보다는 이미지 자체를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만화를 전공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도 익숙하고, 기승전결이나 페이지를 연결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보니 단편적인 그림만 그리게 되더라구요. 앞으로의 나 자신의 이야기나, 혹은 가치관 같은 것에 대해 그려보고 싶어요. 또 이제는 인물도 좋지만 공간이 함께 표현되는 그림을 그리려고 해요. 학교 다닐 때 애니메이션 배경 감독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그랬는지 배경이 들어가는 그림을 정말 안 그리고 있더라구요.(웃음)

 

언제쯤 볼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저에게는 하나의 도전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홍승표의 청사진
저는 재미없으면 잘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요즘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그림에 대한 재미가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는 일도 좀 줄이고 개인적인 작업에 시간을 더 할애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만화 그리는 것도 다시 생각하고 있고, 이제는 좀 더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그림을 계속 재미있게 그렸으면 좋겠다’ 정도.

 


홍승표
www.seungpyo1984.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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