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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히읗(ㅎ)의 재탄생, 히쩌미

17.07.12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히쩌미(이혜빈)


 

히쩌미는 특정 자아를 가진 독립적인 인물인가, 아니면 일정한 특징을 공유하는 캐릭터 인가.

평소에 한글로 구성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히쩌미’는 이모티콘 ‘(ㅎ.ㅎ)’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문자 그대로 우리말 자음인 ‘히읗(ㅎ)’이 들어간 얼굴의 캐릭터예요.

 

히쩌미

 

어쩐지 ‘면’으로 구성된 인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인물의 턱과 목이 뭉툭한 느낌이 무척이나 귀여운데.

긴 입시시절을 마치고나니 주변에 자신만의 느낌으로 작업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늘 입시그림만 그려왔던 저로서는 그게 너무 부러웠죠. 저 또한 개성 있고 재미있는 ‘저만의 캐릭터’를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그렸었는데, 그러던 중 ‘히쩌미’를 만나게 됐어요.


인물의 ‘입’을 생략한 이유

초창기의 ‘히쩌미’는 입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눈이 똑같은 모양이다 보니, 눈보다는 입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입이 있는 ‘히쩌미’는 제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차분하면서도 귀여운 느낌보다 뭔가 조잡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그때부터 입을 그리지 않았어요. 대신, ‘히쩌미’의 주변을 채우는 사물과 배경, 그리고 전반적인 색감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업 초창기의 히쩌미


배경에 자신의 캐릭터를 삽입하는 스타일의 작업이 인상 깊다. 아이디어가 굉장히 독특한데.

지난 1월에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동안 찍었던 사진을 특별하게 남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함께 여행했던 지인과 저를 촬영한 사진 위에 ‘히쩌미’를 얹으면서 이런 스타일의 그림이 시작됐어요. 반면, <Tiny people>시리즌 제가 상상하는 소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업이에요.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저는 사실 스케치를 꼼꼼하게 하는 편은 아니에요. 때문에 대략 위치를 잡아 선을 따고, 생각했던 색을 토대로 채색해요. 채색 후에는 그림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게 수정을 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막상 완성된 그림을 보면 원래 생각했던 색이랑은 많이 바뀌어있더라고요.

 

여행 중인 히쩌미

 

온전히 그림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실제 배경에 캐릭터를 합성하는 작업 특성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래서 ‘스탬프 툴’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에요. 제가 하는 작업이 아무래도 정교한 느낌의 그림이 아니다 보니 사진 원본에 그대로 찍힌 날리는 머리카락, 혹은 옷자락처럼 삐져나온 부분을 다듬어서 작업해요. 그런 부분까지 그대로 표현하기엔 많이 어색해보이기 때문이죠.


그 외에, 작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배경이 될 ‘사진’이에요. 작업 시 원본 속 인물의 크기나 사진의 화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인물이 너무 크거나 작으면 작업이 완성된 후에도 어색해 보이기 때문에 그리기 전에 사진 속 인물의 크기를 제일 먼저 파악하고 작업을 해요. 또 화질이 너무 안 좋으면, 인물이 선명한 그림선과 분리 돼 부각되기 때문에 그런 사진은 제외하는 편이죠.

 

그래피티(graffiti), <Tiny People> series

 

유일하게 그림 작업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노트 겉표지 위에 작업한 그림이다.

<Tiny People>시리즈는 제가 직접 찍은 사물 사진 위에 ‘히쩌미’를 등장시킨 그림이에요. ‘SSE Project’ 76호 작가로 참여하면서 기획한 그림인데, 좋은 기회덕분에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뜻 깊었죠. 매번 여행사진 위의 히쩌미만 그리다가 처음으로 사물이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기도 해요.


작업 특성상 항상 사진기를 들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네. 그래서 평소에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연출할 수 있는 장소로 찾아가 사진으로 찍곤 해요. 생각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냥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사물을 찍죠. 그러면서 계속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Tiny People> series


실생활에서 ‘이거다!’싶은 장면을 마주하면 작업으로 완성된 모습이 눈에 보이나.

<Tiny People> 시리즈 작업을 하는 동안은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작은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뭘 했을까?’ 라는 상상을 하면서요. <목욕탕>의 경우, 향기롭고 따뜻한 커피가 온천과 비슷하단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목욕탕 느낌을 자아내는 카페를 찾아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죠.


작업을 하려면 평소에도 상상력이 풍부해야 할 것 같다.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사물의 재질과 모양, 그리고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요.


작업 시 사용하는 툴(tool)이 궁금하다.

포토샵을 이용해 브러시나 펜툴로 그림을 그려요.

 

우주착륙, <Tiny People> series

 

<Tiny peope>시리즈 중, <우주착륙>속 등장인물이 너무 귀엽다. 

사진 속 장소는 친구네 집이에요. 친구네 집에 걸린 미러볼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마치 행성같아 보여서 작업하게 됐어요.


대중들이 히쩌미의 작업을 보고 받았으면 하는 감상은.

저는 일상에서 보거나 느낀 것들을 작업으로 나타내는 편이에요. 때문에 ‘일상’이 주제인 만큼, 편안하고 귀엽고 소소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Tiny People>시리즈는 ‘이런 사물에서 이런 것들을 볼 수 있구나’ 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찾는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장소 속의 히쩌미  

 

그간의 작업을 보면 작품이 풍기는 전반적인 색감이 사랑스럽다. 색상조합은 어떻게 하나.

개인적으로 파스텔 톤의 색감을 좋아해서 그런 톤의 색감을 많이 사용해요. 아무래도 연한 톤의 작업이 여리여리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고, 그런 느낌을 히쩌미를 통해 표현하고 싶거든요. 색상조합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선 좋아하는 색들로 채색한 다음, 전체적으로 조합이 잘 이루어지도록 조절하고 있어요.


사진 촬영 단계에서 미리 인물의 구도를 미리 설정하는 편인가. 

여러사람들로부터 여행사진을 공모 받아 작업하기 때문에 구도를 미리 설정하지는 않았어요.

 

목욕탕, <Tiny People> series

 

그렇다면 인물의 포즈나 자세는 어떻게 설정하나.

그림 속 상황들을 일일이 상상해보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특히 <목욕탕>의 경우에는, 목욕하는 사람이 있으면 목욕을 마치고 나와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사람, 온몸을 뜨끈하게 데우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라고 상상하며 그렸죠.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이나 패션은 어떻게 연출하는지 궁금하다.

주로 제가 평소에 입는 스타일로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입고 싶지만 입을 수 없는 패션을 히쩌미를 통해 실현하고 있기도 해요.


그 외, 인물 표현에서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작고 동글동글한 손 표현을 가장 중요시해요. 손이 예쁘게 그려졌을 때 기분 좋거든요. 

 

무도회장, <Tiny People> series

 

이처럼 실물 사진을 이용한 작업과 일반 일러스트 작업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던 사물들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또, 그림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섬세한 요소를 사진과 함께 표현함으로써 완성도가 높은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요.


현재 계획 중인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올 11월쯤 발행 예정인 폴란드 만화잡지 <Klub Zine>에 참여했어요. 여러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 만화작업을 진행 중인데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히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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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stagram.com/g_g.g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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