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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금호미술관 <빈 페이지(Blank Page)>展

17.07.21 0

<빈 페이지(Blank Page)>展, 금호미술관 

 

지금 금호미술관은 8월 31일까지 기획전 <빈 페이지(Blank Page)>展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묘사할 수 없는 감각의 세계를 추상적인 서사로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때문에 일반적인 화이트 큐브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를 떠올렸다면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흠칫 놀랄지도 모르겠다. ‘빈 페이지’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 이상의 감각을 건들이며 관람자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김주리와 문준용, 박여주, 박재영, 박제성, 양정욱, 진달래 & 박우혁이 참여했다.

 

트와일라잇 존 3, 래디언트 라이트 필름, 박여주, 2017

 

특이하게도, 전시는 관람객이 미술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단순히 ‘조금 특이한 인테리어를 했나보다’는 감상이 ‘박여주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면, 관람객들은 흠칫 놀라기 마련이다. 다소 눈에 띄는 컬러로 빛을 반사하는 공간에 있노라면, 작가의 작품 이름처럼 그야말로 새벽을 향유하는 느낌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입구에 X자 형태의 패턴을 입힘으로써 관람자에게 공간의 내외부를 인지하고 그 경계를 지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일기 생멸2> 마른 들쑥, LED 조명 & 사운드, 2017

 

감각의 세계를 묘사하는 전시인 덕분에 작가들이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이 다채롭다. 그 중에서도 박재영 작가와 김주리 작가의 작업이 눈에 띄는데, 다른 작과와는 다르게 다소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박재영이 연출한 암흑의 공간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조성되는 동시에 공간 밖으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며 의아해진다. 그렇게 관람객이 초조해질 찰나, 문을 ‘쾅’하고 닫는 소리에 놀라고 만다. 

마른 들쑥과 인공조명으로 연출한 김주리의 <일기 생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어딘지 혼란이 가중된다. 수풀에서 들을 법한 귀뚜라미 소리와 약간의 습한기운, 그리고 주기적으로 밝았다 어두워지는 공간연출이 마치 시간공간을 초월한 듯 하다. 몰입의 순간 갑작스레 사라지는 풍경은 미술관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과 현실 공간 사이에 감각의 교란을 일으킨다. 

<비행> 문준용, 2017 

 

문준용 작가는 감성적인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보였다. <비행>은 관람객 앞에 큰 스크린 두개를 배치해 관람객이 X자 모양의 표식에 올라서면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인식해 복합한 인터랙션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비행’이란 제목에 걸맞게 사용자가 양팔을 벌려 하늘을 나는듯한 동작을 취하면, 마치 실제로 스크린 속을 활공하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매순간 새롭게 그려지는 이미지는 가능한 사계들이 무수히 만들어지고 서사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불안한 여행> 박여주, 2015

 

작품의 제목과 가장 걸맞는 공간을 연출한 듯한 느낌이다. 박여주의 <불안한 여행>은 입구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박여주 작가의 작품은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회색벽을 기준으로 두 개의 공간이 분리된다. 붉게 발산하는 빛을 향해 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관람객의 이동은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섬’ 외에 빛에 대한 우리의 인지 또한 전환시킨다. 흥미로운 지점은 작품 특성상, 선행 관람자의 다리를 후행 관람자가 보게 되고 이 역시 새로운 공간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녁이 돼서야 알게 된 세명의 동료들> 양적욱, 2016

 

<아일랜드 에피소드:스쳐 지나가던 사람들> 박재영

 

<여정> 박제성, 2015

<패턴 연습> 진달래&박우혁

 

상위에 언급한 작품 외에도, 빛과 그림자로 <저녁이 돼서야 알게 된 세명의 동료들>을 연출한 양정욱의 작품과 관람객을 명상과 사색의 장으로 인도하는 박제성의 <여정(2015)>, 어두운 공간에서 쉴 틈 없이 새로운 패턴을 생성하는 진달래&박우혁의 <패턴 연습>또한 만나볼 수 있다. 처음에는 그들의 작업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곱씹어 보면 오감을 통해 작품을 느끼는 생생한 체험이 될 것이다.  



전시기간 2017년 5월 24일 – 2017년 8월 31일
운영시간 AM 10:00 - PM 6:00 (*월요일 휴관)
관람료 5,000원
전시장소 금호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8)
문의 금호미술관 / 02-720-5114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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