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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튜디오의 일일] 여성들의 ‘봄’을 위하여, 봄알람 -2

17.08.03 0

[디자인 스튜디오의 일일] 여성들의 ‘봄’을 위하여, 봄알람 -1에서 이어집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메갈리아의 반란>

 

봄알람이 생긴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3권의 책을 출판했다. 빠른 기획력과 행동력이 눈에 띄는데, 빠르게 작업할 수 있던 원동력이 있다면. 

혜윤: 사실 따지고 보면 3권 모두 2016년 내에 출판을 해서, 6개월에 3권을 출판한 셈이에요. 정말 엄청난 속도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도 그렇고, 편집자도 그렇고, 작가도 그렇고, 모두 프로였기에 업무분담이 잘 이루어져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텀블벅 프로젝트 실행 시 ‘시의성(트렌드)’가 중요한지, 아니면 ‘연대(공감)’이 중요한지, ‘행동력’이 중요한지 궁금하다.

혜윤: 독립출판의 영역에서는 ‘행동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뭐라도 시작해야 일이 이뤄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건 ‘성공’과는 별개의 이야기라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하려면 ‘시의성’과 ‘트렌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텀블벅 자체가 ‘연대’와 ‘공감’의 감정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이기에 두 개의 요소는 기본인 것 같아요.

유니게: 모든 사업에서 ‘시의성’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 세 가지 모두 중요해서 순위를 꼽기 어려워요. 하지만 저희는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집단이기에 ‘연대’와 ‘공감’이 중요했어요.

 

<입트페>는 대화과정을 도식화하여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입트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대화과정이 쉽게 눈에 들어오도록 도식화하고 이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유니게: 글의 내용을 도식화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자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프리랜서로 근무하면서 브로셔를 작업할 때 많이 해봤는데, 단행본은 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입트페몬’의 탄생이 궁금하다.

유니게: ‘입트페몬’은 별 생각 없이 시안을 던졌다가 탄생했어요. 이두루 편집자와 이민경 작가가 입트페몬이 너무 귀엽다고 강력히 추진했죠. 저는 아무리 봐도 무섭게 생긴 것 같은데….

 

입트페몬, 본문에 등장하는 입술 캐릭터 

<우리에게 언어가 필요하다(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두 가지 버전 

 

그런데 <입트페> 버전이 두 개더라.

유니게: 텀블벅 프로젝트를 통해 출판한 <입트페>는 형광 톤의 채도가 높은 살구색이 메인컬러였어요. 통일감을 주기 위해 그 색을 본문 폰트에도 사용했는데, 인쇄 퀄리티에 따라 연하게 인쇄되면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때마침 ‘봄알람’을 설립하면서 디자인 전반을 수정했어요


판형은 왜 작게 만들었나.

혜윤: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편의성’만큼 가볍고 쉬운 책이라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또 그만큼 내용이 어렵지 않으니까 작은 판형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유니게: 표지디자인부터 내지, 중간에 삽입되는 일러스트, 컬러 등, 모든 부분을 다 신경 썼어요. 내용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감정, 그리고 아우라를 디자인을 통해 잘 드러내고 싶었거든요. 특히 <입트페>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다 보니,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분홍색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그 색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역설적이게도 대다수의 페미니즘 서적은 분홍컬러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록산 게이(Roxane Gay)의 <나쁜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좋아하고 분홍색을 좋아하는 나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의도적으로 분홍색을 사용했지만, 그 외의 책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요.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후 출판한 <외않페>에선 나혜석, 권기옥 등 역사 속에서 잊힌 여성을 캐릭터로 표현하는 시도를 했다.

유니게: 역사 속 여성인물을 페미니즘으로 표현한다는 게 굉장히 까다로워요. 그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날씬한 여성만 그리면 안 되고, 젊은 여성만 그려서도 안 되고, 나이가 많은 여성을 그릴 때 주름을 없애면 안 되는 그런 톤앤매너를 정하기가 힘들었어요. 여성인물이 너무 획일적인 미(美)의 기준에 부합하면 안 되니까요. 그와 동시에 조형적인 미(美)는 갖춰야하니 통일성을 설정하기가 어려워서 고충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여성인물을 굿즈로 만들 건가.

유니게: 네. 여성인물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을 그려서 간단한 설명을 첨부한 컬러링 북을 제작하고 싶어요.

 

여성인물 굿즈 

 

특별히 굿즈를 제작한 이유가 있나.

혜윤: 정확히 말하자면 <외않페>의 구성품으로 여성인물 굿즈를 제작했지만, 역사적인 여성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을 기억하자는 취지에 기반하고 있어요.

유니게: 제가 처음 페미니즘 굿즈를 만들었을 때만해도 여성인물에 주목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저 같은 젊은 사람들이 쉽게 소비하고 즐기는 굿즈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1년간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유니게: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죠.

혜윤: 조금씩 세상이 변하는 게 느껴져요. 저는 메갈리아 등장 이전에도 페미니스트였는데 절망감이나 무력감이 만연해있었거든요. ‘내가 떠들면 뭐하나. 아무런 영향도 없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봄알람>을 하면서 ‘내가 이만큼 말하면 그래도 이 정도는 듣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오히려 <봄알람>을 시작하고부터는 그런 무력감보다 페미니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힘들어요.

 

동일방직 시위의 여공, 출처: 한겨레

 

앞으로도 계속 여성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인가.

혜윤: 네. 앞으로도 계속 여성에 대해 이야기 할 거예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책도 잊혀진 여성철학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소규모 출판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니게: 일단 디자인 퀄리티가 좋아야 내용에 대한 신뢰감이 가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디자인이 이상하면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비전공자들이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외주에 맡기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DDP포럼 때도 제일 강조했던 게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이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정부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혜윤: 이미 독립출판을 시작하신 분들은 자신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와 의도가 분명하기에 저희의 조언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봄알람

http://baumealame.com
@baume_a_lame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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