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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여백과 선의 미학, 성립(seonglib)

17.08.16 1

<전지적 작가 시점>은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성립(seonglib)

 

 

성립의 작업은 마치 펜을 마구잡이 식으로 그은 듯한, 하지만 그 안에 명확한 인물이 드러난다. 본인은 본인의 작업을 어떻게 정의하나.

저는 작업 안의 여백과 선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빈 공간을 만들어 놓고, 선과 닮은 우리의 모습을 그리곤 하죠. 다만, 그 여백을 채우고 선을 이어나가는 건 오롯이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 작업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중이라 쉽게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요. 처음에는 제 작업스타일이 단순히 인물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그리는 거라 생각했는데, ‘보이는 것’ 보다 ‘안 보이는 것’들에 흥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백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의 작업 스타일을 갖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지금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온 건 드로잉을 시작한지 2년정도 지났을 무렵부터였어요. 당시에는 ‘나만의 스타일’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뿐이었죠. 그래서 그만큼 열심히 그렸어요. 사진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그리기도 했고, 그 반대로 그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공통분모가 나왔어요. 그것들을 묶어 한 장의 그림 안에 넣으면서 지금의 드로잉이 탄생했어요

 

 

평균 작업 시간이 궁금하다.

작업마다 다르지만 드로잉은 한 장에 5분정도 소요되고, 영상작업은 더 오래 걸려요. 보통 그리는 시간보다 구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죠. 요즘에는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구상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작업량이 상당히 많다. 지금까지 대략 몇 장의 드로잉을 그렸나.

얼마 전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영상작업에 쓰인 드로잉까지 합치니 2만장이 넘더라고요.

 

 

성립의 작업을 타투화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타투 도안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의미가 특별할 것 같다.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타투는 평생 안고 가야 할 그림인데, 정말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불편한 일도 있어요. 저는 그림에 대한 성의로 약간의 후원을 부탁해요. 단 천원, 5천원이라도 상관없으니 그림에 대한 애정을 보여달라는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제안에 연락이 두절되거나 거절하는 분들이 많아요. 몇 번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최근에는 많이 거절하는 편이에요.

 

 

 

작업 시 성립이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 설명해달라.

드로잉을 할 때는 주로 연필과 콘테를 사용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죠. 크레파스부터 물감, 색연필, 파스텔, 형광펜 까지, 많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작년에 그림수업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림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각 도구마다 느껴지는 매력이 어떻게 다른가.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필과 콘테는 흑백의 매력이 있어요. 드로잉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지만 그만큼 사용하기 어려운 재료기도 하죠. 또,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성도의 차이가 크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필의 필압이 좋아요. 연필로 선을 그었을 때 반짝이는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지금을 살면 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침묵한다 

 

인물을 주로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어떤 인물을 그리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 그림엔 주인공이 없어요. 성별의 구분도 거의 없는 편이고요. 그래서 여자를 여자처럼, 남자를 남자처럼 그리지 않아요. 때문에 인물이 ‘어떻게 생겼냐’의 문제는 제 작업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어떤 인물을 마주할 때 “작업해야겠다”고 느끼나.

가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을 만날 때가 있긴 해요. 어떤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들이요. 생각해보면, 그런 분들은 대부분 저와 비슷한 감상이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혹은 드러나는 행동에서 큰 영감을 받은 적이 많아요.

 

색채가 가미된 성립의 드로잉 

 

흑백 톤의 그림이 주를 이뤄서인지 색이 가미된 작품이 더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그동안 색을 사용하지 못한데 아쉬움이 컸나 봐요. 그림수업을 위해 색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되레 색을 사용하며 작업하는 일이 즐겁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즐거움이 그림에도 자연스레 드러나나 봐요.


컬러콘테를 이용한 작업 시, 색의 번짐과 빛을 표현하는 방법이 신비롭다.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

딱히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중학생 때 입시미술을 준비하면서 2년정도 파스텔을 배운 적이 있어요. 방법적인 면은 그때 배웠던 것들이 큰 도움이 됐는데, 그 중 한가지 방법은 밑색에 정말 많은 색을 섞는 거예요. 그러면 그림의 색감이 풍부해져요. 지우개 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색들이 나오고요. 때문에 색의 풍부함이 결과물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줘요.



성립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

지금까지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본 거 같아요. 그런데 정말 너무 많아요. 음악부터 영화, 풍경, 소리, 사람, 대화까지…. 정말 많은 곳에서 영감을 받고 있어요. 가끔은 음악을 듣다가 여러 장면이 연상돼서 마음이 울컥하기도 하고, 때론 영화에 나왔던 대사 한 줄에 큰 영감을 받기도 해요. 그만큼 영감은 다양한 곳에 녹아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작가로서 그 영감을 어떻게 시각화하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트엽서 

 

 

단순히 그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굿즈 제작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굿즈와 그 이유는.

굿즈는 사실 보답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굿즈로 큰 돈을 벌 생각은 없어요. 되레 그림이 소비되는 느낌 때문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물질로써 보이는 굿즈는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라 꾸준히 만들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엽서나 포스터 같은 지류를 선호하는데, 그림의 느낌이 가장 잘 사는 것 같아서예요.

 

굿즈 제작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지금까지 많은 굿즈를 제작했지만 대부분 적자가 났어요. 제가 돈 계산에 어둡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언가 판매한다는 게 어째서 죄송하게 느껴지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간 성립의 작업을 보면 그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성립에게 그림은 어떤 존재인가.

저는 따로 취미도 없고 흥미를 갖고 있는 것도 많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을 잘 만나지도 않고요. 때문에 누군가 쉴 때 뭘 하는지 물어보면 항상 ‘그림을 그린다’고 답해요. 또 그렇다고 해서 항상 작업만 하는 건 아닌데, 작업 외에 그냥 그리며 노는 시간이 많아요. 때문에 그림은 제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이에요.

 

성립의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눈앞에 있는 당장의 목표는 저만의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단순히 작업실이 아니라 복합적인 공간이요. 그리고 최종적인 목표는 ‘성립’이란 이름으로 클래식이 되는 거예요.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성립(seonglib) 


http://notefolio.net/seemot
http://instagram.com/seonglib
http://seemott.tumblr.com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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