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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전

17.08.24 0

한 선배기자가 재미 있는 사람의 블로그를 발견했다며 직접 url을 입력해가며 보여줬던 일이나 ‘요즘 관심이 생긴 부부가 있어’라며 부부의 일상을 이야기하던 친구의 모습에 놀란 적이 있다. 처음엔 단순히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개인의 성향’쯤으로 여겼지만, 사실 이러한 현상은 낯설지가 않다. 지인과의 만남에서 SNS로 맛집을 검색하거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인물의 일상을 쉽게 탐하는 일이 흔하디 흔해서다.

이러한 현상에는 매체 발달이라는 사회적 배경과 관음의 심리가 작용한다. 그러나 조금 더 파고들면, 우리는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자신이 팔로우하고 있는 인물을 공통된 범주로 묶어봐도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뭔가’를 우리는 ‘취향’이라 부른다. 

 

2017 Gucci S/S에는 꽃과 동물이 등장했다, 출처:http://www.luisaworld.com

 

사실 과거에는 취향이 그리 중요한 문제(issue)가 아니었다. 당장 먹고 살기 급급했기에 개인의 취향을 고려할 수가 없었고, 사람들의 취향 또한 지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불 시대가 도래하면서 취향은 중요해졌다. 개인의 소비패턴이나 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소품종 대량생산을 했던 과거와 다품종 소량생산이 도래한 지금의 시대는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르다. 때문에 개인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지갑을 열고, 그 기준은 자신이 반영된 물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요새 유행하는 ‘탕진잼’이나 ‘YOLO’라는 용어의 등장에도 취향은 조용히 녹아있다. 


탕진잼.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 재물 따위를 흥청망청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친 신조어로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용어.

YOLO족(族).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의 줄임 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 용어.

보태니컬 시리즈, 출처: 다이소

 

두 단어는 ‘소비’의 측면에서 한 범주로 묶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소비행위에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취향은 트렌드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과거에 없던 디저트 문화와 편집샵(select shop)의 등장,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 플랜테리어(planterior)의 유행을 꼽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는 디저트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다. 꽃과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였다. 커피는 일부 계층만, 꽃은 졸업식과 입학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같은 물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때문에 커피숍은 단순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문화공간으로, 꽃과 식물은 단순 선물하는 것 이상의 인테리어 소재로 변모한 것이다.

 

<Drop Time>  Azuma Makoto, 그는 식물이 인테리어 및 작업 소재로 훌륭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나아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식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 

 

<Flower Bottle> for The Imperial Hotel Plaza, by Azuma Makoto

 

<Interpretations> for Dries Van Noten’s, by Azuma Makoto

for Gucci 90th Anniversary, by Azuma Makoto

for ‘Lady Dior’ by Azuma Makoto

 

for Perrier-Jouët, by Azuma Makoto, 출처: http://www.theaviso.com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취향은 비즈니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사람들의 취향 때문에 문화가 형성되는 것인지, 사회가 제시한 트렌드에 의해 사람들의 취향이 변한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취향이 미래의 시장을 결정할 것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취향’은 무엇일까? 디자인 컨설팅 전문회사 PPS 구병준대표는 미래의 취향이 ‘전문 취미의 등장’에서 발현될 것이라 예측했다. 중요한 건, 취향이 곧 개인의 신분을 대변하는 매체로 작용할 것이란 사실이다.

 

3만불 시대는 식물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주거 및 생활관련 산업이 확대된다. 의식주 중심의 산업 중 주거와 관련한 사업군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개 중이며, 이는 2010년 이후부터 IKEA의 글로벌 사업확장과 북유럽 인테리어가 트렌드화 됐다. 4만불 이상은 여가 및 취미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되며 전문적인 취미생활이 유행을 일으킨다. 소비자들은 모든 작품과 상품들이 신분을 대변하고, 생활을 대변하는 오브제로 인식되며 생활양식을 대변하는 결과물을 찾을 것이다.

 

 

Held at sketch London, one of the capital’s most unique restaurants,
the Mayfair Flower Show is open from 17 – 29 May 출처: http://www.amara.com

 

이렇듯 산업의 이동과 문화의 변화를 도모하기에 취향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의 트렌드는 변화가 너무 빨라 그 속도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개인의 취향을 발견했다면, 고유의 역사를 쌓아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길 바란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 하나의 브랜드로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취향을 단순히 자신을 과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더 큰 가치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미 형성된 취향을 좇는 흐름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다양한 취향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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