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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강렬한 욕망의 표출, 박달리(DALI PARK)

17.11.27 1

<전지적 작가 시점>은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당신의 악몽을 쫓아드립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작품인가.

졸업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당시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라서 악몽 같은 부분들을 퇴치하려고 부적의 형태로 작업하게 됐죠. 무엇보다 마음에 와 닿은 글귀가 있었는데요, 바로 팀버튼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었어요.

나는 삶이란 궁극적으로 비극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건 대단히 긍정적인 방식의 비극성이다. 모든 사람이 결국에는 죽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비극 아닌가. 살다보면 비극적인 일을 수도 없이 겪기 마련이지만, 그게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비극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일이 좋다.

라는 글을 본 후, 악몽의 순간들에 시달리기보다 그저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떨쳐버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악몽퇴치 부적 포스터 시리즈 2016


다소 그로테스크한 표현과 미신적인 요소가 눈에 띈다. 혹시, 그림의 각 요소가 상징하는 의미가 있나.

그러고 보니 이 그림을 본 친구가 <곡성>같다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작업에 미신적인 요소가 등장한 건, 당시 이집트 미술에 한창 빠져있던 시절이었거든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집트의 ‘사후 세계관’과 한국의 ‘부적’이 결합된 미신적인 작업이죠. 몸체의 머리를 보면 잘려있거나 뱀(악마)에게 목을 졸리고 녹아내리는 등, 비극적인 순간(죽음)을 상징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유쾌해지도록 명도와 채도가 높은 컬러를 사용해 키치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부적’이라는 매체 특성상, 기하학적 무늬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부적에 대한 레퍼런스를 조사하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요, 부적에 등장하는 한자에는 원뜻이 없어서 제작자가 함의하고자 했던 의미를 알 수 없다고 해요. 다만, 제작 과정에서 심신의 기(氣)를 그려 넣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치불면부(治不眠符)’라는 잡귀와 근심을 퇴치하는 부적을 알게 됐어요. 그림 속 기하학적 무늬는 제 나름대로 그 뜻으로 재해석해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악몽퇴치 부적 포스터 시리즈 2016

 

그림을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림을 통해 특별히 받았으면 하는 감상이 있다면.

‘악몽 퇴치 부적 포스터’답게, 현재 악몽 같은 순간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전반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사이즈는 캔버스 40 호 정도로 꽤 큰 작업인데, 변형 캔버스로 천을 이어 붙여서 작업했어요. 첫 단계로 작은 스케치를 한 후에 바로 캔버스에 옮겨 아크릴과 포스카를 사용해 채색했습니다. 하지만, ‘눈’이나 ‘별’ 같은 요소는 금박 실을 사용해 자수를 놓기도 했어요.


본 작품을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 보다는 작업을 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서 애정이 많이 가는 그림입니다.

 

# 욕망에 관하여 

 

욕망에 관하여 (2017) x mixxmix

본 작품을 작업하는데, 특별히 영감을 준 작가와 작품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석류 주위에 벌이 날아다녀 잠에서 깨어나기> 작품에서 영감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호랑이의 내장, 벌거벗은 인물, 잘린 석류 등, 각 요소들의 ‘안’을 표현한 점이 흥미롭다. 특별한 장치를 두기 위한 연출인지 궁금하다.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개념적으로 알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고자 '안'의 모습을 연출하게 됐어요.

 

석류 주위에 벌이 날아다녀 잠에서 깨어나기, 달리, 1944


‘욕망’과 작업에 등장하는 요소들(호랑이, 석류, 뱀, 깃발 등)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각 요소들은 모두 욕망의 모습을 의미하고 있어요. 호랑이는 욕망의 대상을 얻고자 돌진하는 탐욕의 모습을, 석류는 가슴을 그려넣어 성적 욕망의 모습을, 뱀은 악마와 같은 오염된 욕망을, 깃발은 성취에 대한 욕망을 상징합니다.

 

다소 강한 명도의 컬러조합이 눈에 띈다. 해당 컬러를 선정한 기준이 있다면.

강한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부분도 있지만, 평소에도 강한 명도와 대비의 색상 조합을 즐겨 쓰는 편입니다.

 

# SUMMER GIRLS

 

SUMMER GIRLS (2017) x MIXXMIX

 

다양한 개성을 지닌 소녀가 등장한다. 어떤 ‘소녀’를 표현하고 싶었나.

보이는 그대로 개성을 지닌 자기 주도적인 소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동시에 특정한 신체적 연령대에 국한되는 ‘소녀’보다는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여성들이 지닌 ‘소녀적인 부분’을 표현하고자 했죠. 개인적으로 소녀감성은 나이가 어떻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정동이라 생각해요.


인물표현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그려낼 인물을 먼저 상상하고, 캐릭터의 성격이나 등장하는 단편적인 장면들을 상상해요. 그리고 그 느낌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합니다.

 

Monster University, 2016

 

포켙-걸즈, 2017

Occult Tamagotchi, 2017


박달리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피부색과 그가 지닌 외형적인 특징이 강렬하다. 특별히 인물 표현에 구애받지 않는 이유가 있나.

우리가 살아오면서 특정 대상에 대해 느끼는 편견이나 제한된 프레이밍을 깨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선호해요. 또한,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소녀로서 받아온 편견을 다루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의 저와 지금의 모든 소녀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꼭 예쁘지 않아도 돼, 잘 보이지 않아도 돼’라고요.

 

박달리의 그림을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특별히 영감을 받은 작품이나 작가가 있나.

개인적으로 개의치 않게 생각하는 편이고, 즐거운 놀이를 했던 어린 시절을 좋아해요. 영감을 받은 작품을 꼽자면, 애니메이션 <파워퍼프 걸>과 앞서 언급했던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좋아했고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 중학교시절부터 비요크(bjork)의 음악도 자주 들으며 작업했어요.

 

# ETC.

 

 작당모의 #1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이나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12월 초중순 쯤에 제가 제작했던 드로잉 모임인 [작당모의#1] 멤버들과 연말 전시 <작당모의 돌잔치>를 기획 중이에요. 추가로 내년 2월 중순에 또 다른 단체 전시를 진행할 것 같아요.


박달리의 장/단기 목표가 궁금하다.

단기목표는 그 동안 모은 장비들로 그림을 그리고 실험하는 것입니다. 장기목표는 큰 꿈인데, 제 그림을 기반으로 비영리 재단을 설립하는 거예요. 최종목표는 제 스스로가 새로운 장르가 되는 것입니다.


박달리(DALI PARK)

http://notefolio.net/DALIPARK
http://instagram.com/dali__park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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