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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도 익숙한 ‘양아치’

18.01.12 0

When Two Galaxies Merge, Yangachi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진행된 양아치 작가의 전시는 공간의 이름과 아티스트의 이름을 생각해볼 때 두 가지의 세계가 공존한다. 최상의 물품을 판매하는 상업 집약체인 ‘에르메스’에서 상품가치라곤 모두 빗겨나갈 것 같은 ‘양아치’작가의 개인전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그렇다. 이는 전시장의 입구에서부터 건물을 지키는 머리를 단정히 넘긴 보디가드들, 그리고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카페를 지나면서 도드라진다. 즉, ‘양아치’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세상의 위계질서 속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에르메스’ 건물을 지나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입구부터 이어지는 이질감은 양아치 작가의 ‘낯선 조합’을 예견하게 한다.

 

‘갤럭시, 사랑’ Mixed media, 55 x 61 x 93cm, 2017

 

'갤럭시, 대륙이동설 클럽, not 8Hz’ Mixed media

 

When Two Galaxies Merge, 2017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양아치 작가의개인전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초록색 커튼과 바닥에 진열된 다양한 작품이 눈에 띈다. 전시의 첫인상은 한 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불친절하게 나열되어 있는 느낌이다. 앵무새와 새장, 심벌즈, 마네킹 등의 독특한 오브제들이 굉장히 화려하게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것들이 한껏 치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기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게 이상한 생각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 정도였다. 혹시 그저 이 상황을 즐기고 이해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When Two Galaxies Merge, 2017

 

그러나 전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전시가 그저 이질적인 오브제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만날 수 없는 것들이 필연적으로 만나 발생하는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작가가 ‘의도한’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오히려 현실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있다. 특히, 작품 <사랑 8Hz>는 청각을 시각화한 작업으로, 우연한 결과로 생긴 결과의 재미를 잘 나타낸다. 작가는 사람의 청각에서 분별하기 어려운 8Hz 소리에 복숭아를 올려놓았더니 복숭아가 흔들흔들 반응하는 것을 보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비록 다른 오브제에 비해 크기는 작았지만 임팩트가 강렬했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에는 작가 개인의 내러티브가 녹아있어 작품을 감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작품에 담긴 이야기들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우리의 인생이란 것을 알고 나니 이질적인 조합들이 낯설지만 익숙하게 보였다.

 

‘갤럭시, 사랑, 8Hz’ Mixed meda, 80 x 60 x 75cm, 2017, 출처: BAZAAR

 

작가가 곳곳에 심어놓은 암호 같은 이야기를 나의 인생과 이야기에 접목시키다보면, 전시는 마무리된다. 화려하면서도 이질적이고 낯선 것들의 조합, 그러나 그런 성격을 지닌 것들이 모여 새롭게 이야기가 생성되는 과정은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다. 최고의 상품을 파는 건물에서 진행되는, 가격을 알 수 없는 것들의 조합은 모순적이고도 복잡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양아치 작가의 작품들은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그러므로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양아치’의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은 온전히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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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http://yangachi.org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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