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주는 디자인

18.02.10 0

Brian Glenney and Sara Hendren have begun a campaign to change the design of wheelchair signs, https://www.bostonglobe.com


출퇴근 하는 지하철역에 기분 좋은 변화가 생겼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구간의 장애인 마크가 새롭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휠체어의 역동적인 형상에서 ‘주체성’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이렇듯 소소하게 변하는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편이 뿌듯해진다. 그러나 마냥 또 좋지만은 않은 건, 내가 일하는 사회에서 하루 동안 마주치는 ‘휠체어를 끄는 장애인’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관련 기사: <보는 것 이상의 미술>

 
The original International Symbol of Access, designed in the 1960s by Susanne Koefoed (left), Alternative Handicapped Accessible sign by Sara Hendren (right), http://nautil.us


불과 몇 달 전, ‘요즘에는 장애인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정규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학급에 있던 장애인 친구는 단 한명 뿐이었다. 그러니 주변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없으면 쉬이 그런 생각을 하기가 쉽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설이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립된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어떻게 외출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토록 쉽게 ‘장애인이 별로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을 만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명제를 시사할 수 있다. 진짜 장애인이 줄어들었거나, (자의로든 타의로든) 장애인이 외출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후자에 이르면, 아침마다 마주하는 장애인 마크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If you can't stand up, STAND OUT!


그러다 문득, 예쁜 휠체어를 만드는 아일랜드 자매가 떠올랐다. 장애가 있는 동생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그녀의 언니가 휠체어용 ‘스포크 카드’를 디자인한 것이다. 흔히 자전거의 스포크 카드를 붙이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휠체어라니 조금 생소하다. 자전거와 휠체어 모두 ‘주체성’을 전제하고는 있지만, 휠체어의 경우 ‘재활을 돕는다’는 이미지가 강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아일베 킨(Ailbhe Keane)이 제작한 스포크 커버는 휠체어도 하나의 디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pokes people, https://www.izzywheels.com


그녀의 디자인이 특별한 건, ‘발상의 전환’이라는 좋은 아이디어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디자인으로 용기와 희망을 전한 데 있다. 실제로 자매가 설립한 스타트업 회사 이지휠(izzywheels)의 SNS에는 휠체어의 차가운 물성 대신 스포크 커버의 활기찬 기운이 흠뻑 전해진다. 때문에 그녀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izzywheels, @izzywheels


평창 패럴림픽 개최와 새롭게 바뀐 장애인 로고, 휠체어용 스포크 커버 등, 이러한 변화를 보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근래 들어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단순히 장애인에 대한 스트레오 타입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하는 일일 것이다.


이지휠(izzywheels)

http://izzywheels.com
http://instagram.com/izzywheels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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