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집, 하우스비전(HOUSE VISION)

18.03.29 0

짧은 생애동안 청계천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길음 뉴타운이 새롭게 개발되고 정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는 마치 노란장판과 체리색 몰딩을 뜯어내고 올 화이트로 리모델링한 집을 보는 느낌이랄까. 때문에 디자인이 가미된 도시를 마주할 때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일상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건, 도시 속 사람들이 마치 이 도시가 태초부터 존재한 듯 아주 자연스레 받아드린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1년, 2년이 되자 도시와 사람들은 서로에게 녹아들기 시작했다.

건축은 욕망의 반영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불경한 위생 상태와 불경한 매너가 있는 곳에 살고 싶지 않아한다. 이러한 욕망이 건축에 반영되면 깨끗한 건물과 도로가 생겨나고 이러한 상태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마도 그들은 깨끗한 거리에 침을 뱉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그 도시는 도시를 꾸리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유지될 것이다. -하라 켄야

 

이는 ‘하라 켄야’가 말하는 ‘하우스비전(HOUSE VISION)’과도 닮아있다. ‘하우스비전’은 말 그대로 이용자가 중심이 되는 ‘미래의 집’이다. 우리가 수세기 동안 만들어진 집에 일방적으로 맞춰 살았다면, 하우스비전은 주체가 전환된 개념으로 이용자의 거주형태와 생활과 취향을 반영하는 집을 의미한다. 그리고 하라 켄야는 건축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산업과 디자이너와 함께 미래의 공간을 구축했다.

 

야마토 홀딩스 x 시바타 후미에, 냉장고 달린 집

<冷蔵庫が外から開く家> ヤマトホールディングス x 柴田文江, 출처: http://usklog.net


일본의 물류회사 ‘야마토 홀딩스’와 디자이너 ‘시바타 후미에’가 그린 하우스비전은 ‘냉장고 딸린 집’이다. 다소 기괴하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냉장고가 혼자 사는 사람을 대신해 택배를 받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단순히 물류를 수령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시스템은 거주자가 어떤 물건을 주문했는지 빅데이터를 구축하여 1인 가구의 소비 및 생활패턴을 파악한다.

 

<冷蔵庫が外から開く家> ヤマトホールディングス x 柴田文江

 

에어 비엔비(Airbnb) x 하세가와 호주, 삼나무 집

 

<吉野杉の家> Airbnb x 長谷川 豪


에어 비엔비(Airbnb)와 건축가 하세가와 호주가 꿈꾸는 하우스비전은 ‘삼나무 집’이다. 이들의 하우스 비전은 교토 옆에 위치한 나라현의 작은 마을 ‘요시노 쵸’를 배경으로 한다. 현재 요시노 쵸는 삼림은 물론, 도시화의 영얗으로 인구마저 줄고 있다고 한다. 하세가와는 지역 특색인 삼나무를 이용해 ‘오래된 지역이 새로운 관계를 지향한다’는 컨셉의 집을 구축했다. 이처럼 ‘하우스비전’은 에어 비엔비를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 지역을 개발 중이다

 

1층은 기다란 툇마루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산책하다 들를 수 있도록 개방해두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민박시설이 등장한다. 하우스 비전은 1층의 현지인과 2층의 외지인의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여 새로운 관계를 창출한다. <吉野杉の家> Airbnb x 長谷川 豪, 출처: http://house-vision.jp

 

파나소닉 x 나가야마 유코, ‘노(の)의 집’

<の家> Panasonic x 永山祐子, 출처: http://www.yukonagayama.co.jp

 

하이테크 전기회사 파나소닉과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의 하우스 비전은 ‘노(の)의 집’이다. ‘노(の)의 집’은 기존의 집과 달리 온 벽이 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곡면의 벽은 모두 스크린이 되어 집안 어디서나 영화와 TV를 시청하고 웹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돕는다. 지붕에는 풍향계 센서가 달려있어 외부 공기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の家>

 

무인양품 x 아틀리에 원, ‘테라스 오피스’

 

<棚田オフィス> 無印良品 x アトリエ・ワン, 출처: http://top.tsite.jp


무인양품과 건축가 아틀리에 원 꿈꾸는 하우스비전은 ‘테라스 오피스’다. 겉보기엔 시골 어디선가 봤던 움막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집은 ‘농업’과 관련 깊다. 현재 일본의 농촌은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하다. 하우스비전은 이 점에 착안하여 도시의 청년들이 노트북으로 자신의 업무를 보는 동시에 농촌의 일손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을 개발했다. 테라스 오피스를 꾸미는 모든 소품은 농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되었으며 1층은 수납공간을, 2층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졌다. 하라 켄야는 “무인양품에 일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 때문에 ‘농촌 어디선가 조용히 일할 수 있는 공간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무인양품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테라스오피스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棚田オフィス> 無印良品 x アトリエ・ワン

다이토 x 후지모토 소, ‘임대주택 타워’

 

<賃貸空間タワー> 大東建託 x 藤本壮介

일본 최대 임대사업자인 다이토와 건축가 후지모토 소의 하우스비전은 ‘임대주택 타워’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건축 양식이었는데, 프라이빗 공간은 크게 연출하고 공용공간은 비좁게 연출하는 기존의 임대주택과 달리 침실은 작게 (주방과 화장실, 서재, 공원과 같은) 공용공간을 크게 연출한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잘 꾸며진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커다란 욕조에 몸을 눕히고 싶을 것이다. 또, 임대 주택에 사는 누군가는 정원을 잘 꾸리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공용의 정원을 꾸린다면 거주민 모두 예쁜 정원을 구경할지도 모른다. 하우스비전은 이러한 사람들의 욕망을 읽어냈다.

 

지난 24일, DDP에서 하우스비전 세미나를 개최한 하라 켄야

하라 켄야의 하우스비전을 살펴보면서 건축에 이렇게도 많은 산업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현대의 대다수의 국가가 직면한 ‘1인 가구’ 트렌드에 하우스비전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동시에 앞으로 개최될 ‘하우스비전-서울’이 그간 개최되었던 ‘하우스비전-도쿄, 베이징’과 다른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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