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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개성공단’ 엿보기

18.07.13 0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평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동안 얼어있던 남북관계의 대화가 다시 물꼬를 트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시선도 한층 부드러워진 게 사실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성 덕분인지, 이미 머릿 속에는 통일 후의 사회·문화적 변화와 예술의 발전을 가늠해본다. 얼마나 많은 민족 고유의 글과 작업을 접할 수 있을지 설렘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문화역서울284의 <개성공단>展은 이념적 대립과 갈등 속에서도 공존을 통해 평화가 생성되는 지점에 집중한다.

 

 

개성공단은 도라산역을 넘어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6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여 북한 군사전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장소였다. 남북의 합의를 통해 이 군사지역에 남북경제협력지구가 만들어졌고, 덕분에 DMZ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의 인력과 차량이 매일 왕래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군부대는 뒤로 밀려나고 남북은 하나 둘 규칙을 만들고 건물을 세워 물건과 문화를 만들었다. 10여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남과 북이 함께 생활했던 이 특별한 시간은 이들의 삶속에서 서서히 평화로운 일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그 일상에 대한 이야기와 물건들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입구에 들어서면, 개성공단과 관련된 통계자료(공단 분양 및 입주, 생산, 근로자 현황과 기업 매출액, 총자산 등)를 접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2005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했는데, 당시 남한 근로자 800여명과 북한 근로자 5만 5천명이 함께 일했다고 한다. 북한 근로자의 약 70%는 여성이었고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84.5%가 중·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보유했다. 반면, 십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성공단 안팎을 둘러싼 소식은 남북한 언론에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전해졌다. 이 곳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남북한이 보도했던 기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평양, 30분, 서울> 양아치 

2015년 8월 15일, 북한은 평양표준시를 도입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일제의 100년 죄악을 결산하고 우리나라에서 일제식민지 통치의 잔재를 흔적도 없이 청산하며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존함으로 빛나는 백두산 대국의 존엄과 위용을 영원토록 떨쳐나가려는 것이다." 북한의 평양표준시 공표는 ‘투(Two) 코리아 전략’을 의미한다. 이는 남북한의 정치적 분단, 경제적 분단은 물론 일상의 분단을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뒤인 2018년 5월 5일, 북한은 서울표준시로 복귀 선언을 한다. 이 작품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30분이라는 시공간의 간극에 주목했다.

<30분의 차이 그리고 그 어딘가에> 이예승 

 

<30분의 차이, 그리고 그 어딘가에>의 커다란 구조물은 개성공단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이다. 이예승 작가는 개성공단이 일반적인 공업단지가 갖는 경제적인 논리와는 다른 구조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개성공단은 효율성의 논리가 아니라 이념적 대립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생산이 중단되고 재개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입주기업들은 뜻하지 않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지만 외부의 대립과 달리 공단 내부의 노동자들 사이에는 대채롭고 시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외부의 대립 속에서도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아리 프로젝트> 김봉학 프로덕션

<로보다방> 이부록

또 하나 눈에 띄는 작품은 <로보다방>이다. <로보다방>은 서울과 개성을 잇는 ‘굿모닝 믹스카페’ 컨셉 스토어다. 이곳은 북측 노동자에게 제공되었던 ‘로보물자’들 중, 막대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상의 커피점이다. 여기서 ‘로보’란 ‘로보물자’에서 차용한 단어로 ‘로동보조물자’의 줄임말이다. 북측노동자들에게 제공되었던, 일종의 복지물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처음에는 초코파이로 시작됐지만 이후 봉지커피, 라면, 동태 등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카페 안에는 개성공단을 상징하는 미싱테이블이 줄지어 있다. 이는 공단 폐쇄조치 이후 잃어버린 시간에 대해 논의해야할 협상테이블, 혹은 서울과 개성을 오고갈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쉬어가는 테이블을 상징한다.

 

<로보다방-로동보조물자다방> 이부록 

미싱 테이블 위에는 남북측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생산표어와 무늬가 합성된 테이블보가 펼쳐져 있다. 더불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 문구에서 끌어온 서체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여 상품에 투영한 굿즈들도 등장하는데, 전시를 관람하는 시각적 재미가 쏠쏠하다. 이 외에도 2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장에는 남북한의 국면을 다룬 다양한 영상, 설치작업이 마련되어있다.  

 

<로보다방-로동보조물자다방> 이부록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어쩐지 말로 형언하기는 힘든 감상이 들었다. 그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시청하던 때의 감정과 아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찌됐던 개성공단은 정치적 대립과 이념적 대립에 따라 재개와 폐쇄를 반복하며 단순히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국제사회의 이면을 반추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외부의 긴장이 높아지며 공단폐쇄로 이어졌지만, 더이상 개성공단이 멈추어진 과거를 기억하는 역사적 장면이 아닌 현재로 존재하길 바랄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전시를 통해 앞으로 존재할 개성공단을 만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기간 2018년 7월 6일 – 2018년 9월 2일  
운영시간 AM 10:00 - PM 7:00 (*월요일, 설날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장소 문화역서울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1)
문의 문화역서울284 / 02-3407-3500

김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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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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