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 메모지와 초충도 파우치

18.08.30 0

자개 메모지 '배꽃'과 '서울풍경',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서점 못지않은 굿즈를 뽑아내는 곳이 있다.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아는 바, 이곳에서 생산하는 굿즈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곳의 굿즈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박물관에서 제작한다’는 점과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다뤘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우리가 으레 ‘한국적’이라고 생각하는 요소(전통문양, 나전칠기, 자수, 도자 등)가 녹아있는 굿즈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모티브로한 파우치 '꽃', '수박'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화접도 울실크스카프


특별한 양장수첩, 꽃과나비

 

왠지 ‘나라’가 만들었다고 하면 촌스럽고 어설프다는 편견이 있지만, ‘국립 굿즈’는 다르다. 그저 ‘예쁜 쓰레기’가 되기엔 쓸모 있고, 상품 자체의 질도 좋다. 때문에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굿즈가 무엇일까 고민했다면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외국인 친구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인사동이나 스타벅스에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단순 선물용으로 하기에는 욕심이 나는 것들이 많다. 실제로 국립 굿즈의 몇몇 상품들은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자수자석 세트

이토록 국립 굿즈가 인기를 끈 요인은 제품의 의미와 실용성, 디자인 모두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기념품스럽지 않은 디자인’이 큰 부분을 차지했고, 여기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는 점이 시너지를 발휘했다. 그렇다면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번지는 굿즈구매의 심리는 어디서 비롯될까.

 

자개보석함 보상화


한지미니쌍합보석함

패턴 마스킹 테이프

남일호 노란꽃 3단 자동우산

 

3단 자동우산 김홍도 풍속화

다람쥐 나전필함


여기에는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며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와, 소비 행위로 상품에 담긴 철학과 의미를 알리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 굿즈 열풍 현상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들은 실생활과 밀접한 정보에 깊이 몰입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평창 굿즈와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의 경우 올림픽을 기념하거나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알리는 의미까지 더해져 큰 반향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익금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기부되는 상품이나 유기견을 돕는 상품 등의 인기에서도 보듯 젊은 세대의 ‘개념 소비’ 현상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SNS에서 구매 후기를 공유하는 현상은 일종의 놀이문화로 소비자들을 끈끈하게 묶는다. 굿즈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고리타분할 것만 같은 내셔널 굿즈에 대한 거리감도 좁혀졌다. 문화 산업 전반에서 굿즈 마케팅도 활발하다. 이향은 교수는 “굿즈 열풍의 근간에는 각박한 사회에서 겪는 헛헛한 마음을 가시적인 물질로 보상받고 그 순간의 의미와 기억을 투사하려는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고 짚었다. 출처: 한국일보 <내셔널 굿즈 열풍>

 

하지만 이러한 심리는 ‘박물관’이라는 장소뿐만 아니라,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던 ‘우리문화’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혔다. 실제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매출은 입소문을 타면서 전년대비 151% 수직성장을 보였고, 굿즈구매를 목적으로 박물관에 방문하는 관람객도 늘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우리문화를 주제로 한 디자인 상품이 각광받게 되어 기쁠 따름이다. 앞으로도 숨어있는 많은 우리의 디자인이 현대적으로 해석되어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 소개되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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