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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보다 디자인, 스메그(SMEG)

18.09.18 0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올 여름, 선풍기가 필요했다. 20년 가까이 쓰던 선풍기는 이미 목이 부러졌고 휘황찬란한 디자인은 집안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더위를 무릅쓰고 간 대형마트에는 기능과 디자인이 상반된 제품들이 즐비했다. 디자인이 괜찮다싶으면 기능(각도 조절 불가, 팬 몹시 작음)이 별로였고, 기능이 괜찮다 싶으면 디자인이 별로였다. 같이 마트에 방문한 엄마는 무조건 ‘기능’을 강조했지만, 투박한 디자인의 선풍기는 하얀 색깔 빼고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SMEG @Sme_UK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알면 알수록 욕심이 나는 게 기능과 디자인이다. 이왕이면 제 기능을 다 하면 좋겠고, 이왕이면 예뻤으면 좋겠는 마음. 하지만 그 둘의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두 가지만 고려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오로지 디자인만으로 꾸준한 인기를 끄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강남 냉장고’로 유명세를 탄 이탈리아 브랜드 ‘스메그(SMEG)’다.

 

 

가전 업계는 스메그 제품의 인기 요인으로 디자인의 차별화를 꼽는다.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가전제품들을 출시함으로써 주부들과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젊은층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스메그는 ‘디자인과 함께하는 기술’이라는 회사 모토로 렌조 피아노, 마크 뉴슨, 마리오 벨리니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처: 디자인 정글 

차이는 ‘디자인’이다. 스메그 냉장고는 대표적인 레트로(retro·복고풍) 디자인이다. 1940년대 미국 냉장고에서 유행하던 동글동글한 유선형을 택했다. 또 아이보리 화이트 같은, 일반적인 가전제품에 흔히 사용되는 색상 대신 빨강·민트·분홍·파랑 등 강렬한 색상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잡았다. 게다가 작고 깜찍해 멀리서 봐도 스메그 제품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출처: <강남 사람들은 왜 스메그에 열광하나> 

 


스메그 생활가전, 출처: SMEG KOREA

사실 스메그 냉장고의 기능은 국산 냉장고보다 뛰어난 점이 없다. 오히려 작은 수납공간과 비싼 가격대를 자랑하며, 세일이라는 가격적인 메리트도 없었다. 그럼에도 스메그 냉장고는 일명 ‘강남냉장고’라 불리며 열풍을 일으켰고, 한국을 겨냥해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스메그는 2도어 냉장고를 비롯하여 토스트기, 블렌더, 착즙기, 커피포트 등, 다양한 생활가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스메그 소형가전, 출처: SMEG KOREA


사실 스메그의 인기도 한철일 수 있다. 하지만 산업디자인계에서는 스메그의 열풍에서 잘나가는 한국의 가전업계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전 디자인에는 감동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삼성과 LG로 대변되는 한국의 가전은 기능면에서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감성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주부들의 요구에 맞춰 냉장고 문짝을 4개로 만든다든지, 커다란 홈바를 만들어 냉기 유출을 막는 등 기능적 디자인은 세계 최고지만 이것만으로 지갑을 열게 할 재주는 없다는 이야기다. 출처: <강남 사람들은 왜 스메그에 열광하나>

 

Dolce and Gabbana and Smeg Collaboration

해당 기사가 작성된 이후 5년이 흘렀지만, 스메그는 여전히 인기다. 일명 ‘강남 아줌마’에게 한정되어있다는 관심도 1인 가족과 젊은 층으로 더욱 확장된 듯하다. 오히려 그 때의 열풍이 초석이 되어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더욱 다양해졌고, 그만큼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2016년에는 명품브랜드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와 협업하여 한화 4천만원에 이르는 한정판 냉장고를 출시하기도 했다.

 

자동차보다 비싼 냉장고, 기능보다 디자인 때문에 사는 스메그의 미래는 앞으로도 어떨까. 동시에 국내에서도 ‘애플’과 ‘스메그’같이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생활가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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