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

18.11.06 0

<인터스텔라>나 양자물리학에 관심을 보였던 때가 있다. 너무나 어려워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일상을 꾀나 즐겁게 만들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의 책 속의 한 에피소드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한 아이가 부모로부터 우주탄생을 실험하는 도구를 선물 받아 우주를 창조했는데, 그 우주가 우리가 사는 지구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러한 상상은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우주가 누군가의 어항 속일지도 모른다는 재미를 준다. 다나카 타츠야(Tanaka Tatsuya)의 작업은 이런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그가 만든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이 녹아있다.

 


우리 우주 역시 지극히 거대한 어떤 책의 지면 한 구석이나 어떤 구두의 밑창, 또는 어떤 거대한 다른 문명의 맥주 깡통에 묻은 거품에 자리를 잡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우리 우주는, 아니 우리 우주를 담은 입자는 텅 비어 있었으며 차갑고 어둡고 고요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위기를 야기하였다. 누군가가 책장을 넘긴 것이든
맥주깡통의 거품을 닦은 것이든, 일종의 <깨어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대로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폭발, 즉 빅뱅(bigbang)이었다.

그렇다면 정적에 싸여있던 그 방대한 우주가 어떤 어마어마한 폭발 때문에 갑자기 깨어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저 위에서 왜 누군가가 페이지를 넘겼을까? 왜 누군가가 맥주 거품을 닦았을까? 어쨌거나 그 깨어남이 있었기에 그대가 이곳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온갖 것이 나타나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대가 이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한소의 어딘가에 새로운 우주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대의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를.

<상상력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어쩌면 우리 앞에 놓인 키보드와 핸드폰, 모니터에도 우리가 사는 우주가 녹아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이 누군가의 키보드나 마우스의 일부일수도 있고.


Tanaka Tatsuya


http://instagram.com/tanaka_tatsuya
http://miniature-calendar.com/about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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