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사의 균형, <셀린느> 피비 파일로

18.12.19 0

Phoebe Philo

‘셀린느(celine)’하면 떠오르는 절제된 선과 깔끔함, 클래식한 스타일은 지난 10년간 가장 ‘셀린느스러움’을 선보였던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작품이다. 셀린느의 디자이너로 일하기 전, 그녀는 27살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끌로에(chloe)>의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되어 짧은 시간 동안 끌로에의 매출을 끌어올릴 만큼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육아문제로 업계를 떠나야 했고, 그녀는 2년 동안 휴식을 취한다. 대단한 것은, 이미 10년 이상이 지난 그녀의 2006 F/W 컬렉션을 지금에 와서 봐도 세련되었다는 것이다.


2006 chloe F/W

 

그렇게 다시 그녀가 컴백한 곳은 ‘그녀가 곧 브랜드’가 되어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셀린느>였다. 그녀가 처음 셀린느에 부임했을 당시, 셀린느에는 이렇다 할 정체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무언가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었다고 한다.

“처음 도착했을 때 셀린은 이렇다 할 아카이브도, 독창적인 DNA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나는 이 하우스를 재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흥분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했죠. 지금 셀린에는 우리가 집중하고 개선해 나가는 목적의식이 있어요. 내가 설명해야 할 모든 것은 이미 제품에 담겨 있고요. 나는 이 하우스가 신중하고 느긋하고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그 후, 10년간 그녀가 선보인 디자인은 패션업계에 단 한 번의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 그녀의 옷이 더욱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건 <셀린느>를 통해 피비 파일로 스스로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디자인하여 실용성과 심미성을 놓치지 않은데 있다. 때문에 그녀의 옷은 군더더기가 없고 지나친 장식은 생략한 심플함과 편안함을 자랑한다. 여성들은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셀린느>의 디자인에 열광했고, 자연스레 ‘쿨 미니멀리즘’은 셀린느 고유의 수식어가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건, 여성을 자유롭게 하는 여성복 디자인 외에도 그녀가 정한 삶의 가치관이 견고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가 수십억 유로의 이익을 내고 top5 안에 드는 날, 나는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2년간 휴식을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2006년 첫 아이를 출산하던 해에 정말로 이 말을 지켰고 <셀린느>를 떠난 지금도 일과 가정에서 ‘가정’을 먼저 택하는 일관성을 보였다. 밤 11시까지 일 하지 않겠다는 소신 있는 발언도 유명하다. 이처럼 군더더기 없는 ‘여성을 위한 디자인’과 소신 있게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그녀의 애티튜드는 <셀린느>에 열광하는 소비층을 양산했다.


그리고 최근, 에디 슬리먼을(Hedi Slimane) 후임으로 맞이한 <셀린느>의 팬들은 애석하게도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셀린느의 파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에디 슬리먼의 첫 컬렉션이 마무리되자, 되레 피비 파일로가 디자인했던 제품의 가격이 수직상승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토록 그녀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인생의 기로에서 어떠한 망설임 없이 단호한 선택을 내리는 결단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녀의 단호함은 옳았기에,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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