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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 다움의 표현, Mareykrap

19.02.14 0


강렬한 인상과 움직이는 오브제, 그녀의 작업에는 언제나 에너지가 녹아있다. 딱히 규정짓지 않은 자유로운 틀에서 현재를 살고, 현재를 느끼며 작업하는 작가 ‘Mareykrap’의 이야기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mareykrap’이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박예람입니다.


처음 작가의 이름을 접했을 때, 그 의미가 매우 궁금했다. 

아마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아요. 인터넷 아이디를 바꿀 일이 있어서 ‘뭘로 바꾸지’ 하다가 그냥 제 본명인 ‘박예람(Park Yeram)’의 영어문자를 거꾸로 나열해서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mareykrap’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서 제가 만든 작업물을 게재할 때 왠지 본명으로 올리기가 싫더라고요. 그렇다고 거창한 예명을 만들기도 그렇고, 작가명에는 아무런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아서 ‘mareykrap’이름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mareykrap’이라는 이름이 제 이름에서 유래됐지만 이름을 들었을 때 성별을 알 수 없고 어딘가 낯선 단어처럼 들리는 게 좋았어요.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 

사실 발음까지 고려해서 만든 이름은 아니어서 처음엔 저도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머레이크랩’으로 읽습니다. 사실 어떻게 발음해도 상관은 없어요. 작가명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mareykrap


졸업을 앞두고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특별히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학창시절 내내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 다녀보니 옷을 제작하는 것이 저와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죠. 저는 본래 목표한 바가 있으면 그것만 보고 달리는 편이라, 패션 디자이너가 저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말 막막했어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죠. 이 시기에는 제가 어렸을 때 썼던 그림일기도 찾아보고, 여행도 하면서 그 간의 인생을 쭉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나서 내린 결론은 패션디자이너가 아닐지라도 ‘미술은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후로는 ‘뭔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정말 하고싶었던 걸 하나씩 해보며 나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졸업하고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아요.  

 

Mareykrap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러프한 ‘선’과 강렬한 ‘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실 저는 저 스스로를 “~한 스타일의 작가입니다”라고 정의하고 싶진 않아요. 때문에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저를 가두기보다 매순간에 열중해서 그때, 그 시기에 느꼈던 바를 풀어내는 사람이고 싶어요. 일례로 빈센트 반 고흐가 모베에게 ‘나는 예술가입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죠. 저는 예술가란 ‘무엇을 온전하게 찾아낼 때까지 늘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마치 “난 그것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그 답을 찾아냈지요.”라는 대답과 정반대선상에 있는 “나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고, 아주 열중하고 있다.”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저 역시 현재 그러한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CALL ME BY YOUR NAME

This Is America

 

 

Velvet Goldmine

 

Les Amants du Pont-Neuf


Mareykrap의 작업은 이 외에도 ‘움직임’의 재미가 있다. 특별히 작업에 ‘움직임’을 더한 계기가 있다면.

움직임 중에서도 ‘gif’ 작업을 많이 한 이유는 찰나의 순간을 무한정 반복해서 그 순간을 영원하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모두들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순간을 영원히 반복될 수 있도록 작업해 놓으면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작업 초기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지금과는 달리 다소 기하학적인 인상이다. 특별히 작업 스타일이 바뀌게 된 이유라도 있나.

앞서 언급했듯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 아직 실험하고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발현된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어제 느꼈던 감정과 오늘 느낀 감정, 그리고 내일 느낄 감정의 결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재의 저는 온전히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고요.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많이 배우고, 체험하고 시도하고 싶어요.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그래픽이 될 수도 있고, 영상일 수도 있고,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혹은 글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까지의 작업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과 그 이유

올 1월 말에 릴리즈 된 ‘펀치넬로’의 첫 e.p 타이틀곡 <blue Hawaii>의 뮤직비디오 작업이요. 가장 최근의 작업이기도 하고 제 첫 뮤직비디오 데뷔작이라 기억에 남아요. 특히 <AOMG>는 평소에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레이블이라서 더욱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짧은 분량의 애니메이션만 작업해봐서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죠. 무엇보다 펀치넬로님을 포함한 AOMG 스텝분들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히 저를 믿고 지지해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Mareykrap의 작품은 강렬한 색 조합이 인상적이다.

색채 선정에 딱히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잘 나타내는 색을 선정한 후, 이에 어울리는 서브컬러를 정하는 편이에요. 보색 대비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시하는 요소가 있다면,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에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보다도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맞는 색을 사용하려는 편이죠.


작업 시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가 있다면.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이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중점에 둡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직전 작업과 그 이 후의 작업에서 미묘하게 ‘성장’이 느껴진다는 점이었어요. 대부분 트렌드를 좇기보다 스스로에게 더 집중해서 작업이 다채로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때문에 저도 과거를 반복하기보다 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를 많이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it's zero o'clock nowUtada Hikaru - Too Proud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디어 구상부터 스케치, 색채, 완성까지 한 작품을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궁금하다.

개인작업의 경우, 아이디어 구상은 평소에 많이 해놓는 편이에요.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일기를 비롯한 메모를 많이 해두죠. 또 손이 빠른 편이라, 구상이 완료되면 그 후의 작업은 원활해요. 그 중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 작업은 보통 하루나 이틀 정도 소요되고, gif 애니메이션 작업은 길이와 스타일에 따라 정말 상이하게 달라요.


주로 작업적 영감은 어디서 얻나. 

이상하게도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많이 들 때는 대부분 우울한 순간이었어요. 대부분 자존감이 낮아져서 이 세상에서 나 하나 사라져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을 때요. 생각해보건대 사람들은 자아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뭔가 흔적을 남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때에 저는 글을 많이 써요. 나중에 작업을 할 때 이 글을 참고하고요. 언젠가는 이런 감상을 기반으로 웹툰이나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이야기의 소재를 모아두는 중이에요.


작업을 하는 장소에 대해 알려달라.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 주로 작업을 합니다. 아직 개인 작업실을 갖고 있지는 못해서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누군가가 있으면 집중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곳이 가장 좋아요. 그래서 공동 작업실이나 도서관, 카페 등에서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친구들이 신기했어요. 올해 말쯤에는 집 말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볼 까도 계획 중인데, 사실 집에서 작업하는 게 가장 편하고 좋아요. 그래서 집에서 작업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쪽으로 생각 중입니다.

 

 

최근 첫 개인전 <It's MAREY o'clock now!>을 개최했다. 전시에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사실 개인전을 열었던 공간의 규모가 작아서, 어떻게 하면 저의 작업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 그래픽 디자인, 두들링, 오브제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편이고 지난 1년 동안 작업해온 작업 양이 꽤 많아서 모든 걸 보여줄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되레 그간의 작업을 대표할만한 타이틀 작업을 새로 하게 되었죠. 그래서 애니메이션인 <it’s MAREY o’clock now!>과 <cities in colors>의 연작인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3점 추가했어요. 또, 평소에 낙서 같은 드로잉 작업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번 개인전을 위해 <its ~ o’clock now>라는 테마의 드로잉들도 여러 버전으로 작업해서 전시장 내 시트지에 연출했어요. 궁극적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인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첫 개인전과 관련한 인터뷰 영상에서 언급했다시피, 작품 <cities in colors>는 선명한 색채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밝음과 우울함이 공존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그림을 그린 저 자신에게 밝음과 우울함이 공존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많이 밝아진 편이지만 ‘우울’이란 감정은 언제나 제 안에서 존재하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거든요. 그게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개인전 계획이 있는지

만약에 좋은 기회가 생겨 개인전을 열게 된다면 아마 1년 뒤쯤이 될 것 같아요. 2017년 말부터 2018년을 보낸 저의 작업들을 <it’s marey o’clock now>에서 전시했다면, 2019년 이후에는 그동안 또 저 스스로에게도 작거나 큰 변화들이 많이 생길 거고, 그것을 표현한 작업물들로 전시장을 채워보고 싶습니다

 

it's zero o'clock now

자신의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나.

아직은 신인이니까 아무래도 식상하지 않은 ‘신선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새로움과 다양함이요. 또, 이전 작업에 비해 멈춰있지 않고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품이 한 가지만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가끔 보내주시는 다양한 피드백이 즐거워요.


Mareykrap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혹은 작품이 있다면.

영감을 주는 사람들은 정말 많아요. 주변 친한 친구들과 가족, 강아지,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SNS 세상 속 사람들 등등. 아직 뮤즈라고 해야 할까, 그런 특정한 존재는 없는 것 같아요. 대신 저의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영화를 몇 개 꼽으라면 <레볼루셔너리 로드>, <가타카>, <포레스트 검프>, <죽은 시인의 사회>가 있어요. 도서로는 <데미안>이 있죠. 사실 좋아하는 영화나 책은 더 많은데, 이 작품들은 제 인생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생긴 인생관은 작업하는 태도에도 많이 영향을 미치죠.


요즘에 유독 관심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그동안 계속 관심 있었고 배우고 싶었던 ‘유화’예요. 아직까지 한 번도 유화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그냥 혼자서 작업해본 적은 있는데, 갈증이 제대로 해소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물감의 종류나 재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요. 그리고 드디어 이번 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배워볼 계획이에요. 고흐도 제 나이 무렵부터 유화를 시작했으니까 뭔가를 배우는데 시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유화를 배우려는 이유는 우선 디지털 드로잉 이외에 원화 작업도 올해부터는 시작할 예정이고, ‘마띠에르’에 대한 연구도 하고 싶고, 제작하는 아트웍에 좀 더 깊이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재밌을 것 같아서요.

 

It's make-up o'clock now

it's pizza o'clock now!

brush your teeeeth

 

it's working o'clock now


작가가 아니었다면 mareykrap은 지금쯤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을까.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그냥 혼자 스토리 만들어서 그림을 그리고 놀았었고 입학 후에는 시나 소설을 써서 상도 여러 번 받았었어요. 글 쓰는 일은 여전히 좋아해서 아직도 틈틈이 쓰고 있기는 해요. 그것도 아니면 영화를 만든다거나 연기를 했을 것 같아요. 방식이 무엇이든 뭔가를 창조하는 직업군에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깊고 넓은 작가요. 제 꿈이죠.


<굿즈모아마트(goods is goo)>展


Mareykrap의 장/단기 목표

우선 2월 말부터 대림미술관의 구슬모아당구장에서 6개월 동안 그룹전을 개최합니다. <굿즈모아마트(goods is good)>라는 전시예요. 지금 전시 준비 막바지에 이르러서 많은 분들이 모두 열심히 준비해주시고 있으니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또 앞서 언급했듯 2월 말부터는 개인작업의 일환으로 유화를 시작하려고 해요. 그리고 3월 이후에는 새로운 뮤직비디오 작업이나 아트웍,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것 같아요.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이렇고, 죽기 전에는 모두 제가 연출한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싶어요. 그 작품을 해외 영화제에도 출품해보고 싶고요. 아주 먼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정말 꿈입니다.


Mareykrap

http://notefolio.net/mareykrap
http://instagram.com/mareykrap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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