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고향, <고잉 홈, Going Home>

19.05.10 0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나면 흔히 ‘어떤 약을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 육체와 일치하는 삶을 살 것인지, 실제가 아닌 가상공간일지라도 행복한 파라다이스에서 살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다소 쓸데없는 고민은 내가 사는 지금 이 현실이 가혹할 때, 내지는 과거에 무언가 그리운 대상이 있을 때 더욱 가중된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는 <매트릭스>뿐만 아니라 <바닐라스카이>, <AI>같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다룬 영화의 주제가 되곤 했다. 그리고 날로 발전하는 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제법 영화와 같은 현재를 살고 있다. 아이맥스 영화와 VR시청 등, 오감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는 대체 현실이 ‘재미’로 일상생활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향민 김구현 할아버지는 언제나 꿈을 꿉니다. 꿈속에선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려, 평안북도의 동생을 만나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묘소를 찾아갑니다. 70년 가까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온 할아버지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이 <고잉홈(Going Home)>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할아버지의 고향은 어떤 모습일까요?

 


할아버지의 소원은 오직 하나입니다. 막힌 곳 없이 길을 달려 고향 땅을 밟는 것. 자신의 차인 쏘나타 2에 짐을 싣고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은 머릿속에서 수없이 그려본 장면입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지만, 소원이 이뤄지는 그 날을 위해 체력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김구현 할아버지. 현대자동차그룹 <고잉홈(Going Home)> 프로젝트는 김구현 할아버지의 마음을 위로해 분단의 아픔에 공감하고, 실향민에 대한 관심과 통일에 대한 염원을 잇고자 시작됐습니다.

 

물론 영화 <AI(에이아이)>에서는 이러한 가상현실이 범죄에 활용되었을 때의 부작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때문에 주로 가상현실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보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요소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그래서 ‘범법’의 행위가 애매모호해지고, 우리는 이에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가상의 영역’이기에 이를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러한 가상현실의 긍정적인 측면을 활용하여 이산가족 김구현 할아버지의 고향을 찾아주었다.

 


이번 캠페인에는 현대자동차 중앙연구소의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Human Machine Interface) 시뮬레이션 기술과 현대엠엔소프트의 내비게이션 개발 기술,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 지도 서비스인 브이월드(Vworld)를 참고한 3D 복원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 시뮬레이션은 인간 공학에 기반을 둔 차세대 기술로,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성 향상을 위해 신규 차량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11월 5일, 디데이가 밝았습니다. 김구현 할아버지의 집 앞에 제네시스와 K5가 들어섭니다. 할아버지는 제네시스에, 아들은 K5에 오릅니다. 이윽고 내비게이션에 임진각을 입력한 뒤 고향을 향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차창 밖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한참을 달리자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임진각에서 바라본 북한은 무척 가깝게 느껴집니다. 코앞에 고향이 있다는 사실이 모두를 안타깝게 합니다. “할아버지, 북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볼까요?” 제작진의 말에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북출입사무소를 톨게이트처럼 쉽게 통과하자, 개성 거리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할아버지를 태운 차는 평양으로 이동하고, 할아버지는 스크린에 스쳐 지나가는 평양의 모습을 놓칠세라 집중해서 바라봅니다. 차량은 마을 입구의 운천교를 지나 할아버지의 고향 집 앞에서 천천히 멈춰 섭니다. “어머니, 구현이가 왔어요”. 할아버지는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집 앞에서 어머니를 불러봅니다. 작은 마당, 집 앞으로 피어있는 꽃나무까지 할아버지의 기억 속 고향 집 그대로입니다.

 


영상이 다시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자그마한 동산의 좁은 길로 올라갑니다. 이윽고, 두 개의 묘가 나란히 있는 곳에 멈춰섭니다. 고향에 있는 부모님의 산소. 말없이 커다란 스크린의 오른쪽 왼쪽 화면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무릎을 꿇고 산소에 인사를 올립니다. 매년 명절과 제삿날마다 찾아뵙지 못해 죄송했던 마음이 터져 나옵니다. “아버님! 이 불효자식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김구현 할아버지 
 

1998년, 아산 정주영 회장은 소 1,001마리를 트럭에 싣고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판문점을 넘어 육로를 통해 말이죠. 실향민이었던 아산 정주영 회장의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일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2015년, 현대자동차그룹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향민에게 고향을 선물했습니다. 앞으로도 현대자동차그룹은 인간과 모빌리티를 기술로 연결하는 삶의 중요한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인간 중심의 진보’로써 말이죠. 우리가 다시 하나 되는 날, 그리운 곳으로 향하는 그 길을 대한민국 자동차가 함께 달려가겠습니다.

모든사진 출처: HMG journal 


할아버지는 68년 만에 가상현실을 통해 고향을 마주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할아버지가 얻은 건 '희망'일까, 아니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소원을 간접으로나마 이룬 '만족감'일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할아버지에게 만큼은 현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즐거운 여행이 되었기를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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