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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ROAD] 이번에는 갈라파고스제도다!

14.12.12 1

 

 

 

[ Galapagos Islands ]

 

 

별다른 정보 없이, 에콰도르 과야킬에서 갈라파고스 행 비행기 표를 샀다. 내가 아는 거라곤 앞으로 도착할 곳이 갈라파고스라는 사실이었다.


 

 

 

 

남미의 지상낙원인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 서쪽, 동태평양에 위치한 섬이다.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 곳은 아름다운 자연과 동식물로 가득하다. 섬을 처음 발견 했을 때, 큰 거북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에스파냐어로 ‘거북이’는 ‘갈라파고스’였는데 ‘갈라파고스 섬’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남미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갈라파고스는 꼭 가리라!’ 다짐 했지만 여행이 막바지로 갈수록 경비문제가 생겨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에콰도르에 도착해서 갈라파고스가 참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스쳐가기엔 너무 아쉬워서 큰맘먹고 갈라파고스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갈라파고스에는 독특한 동‧식물이 많다. 때문에 환경 보존을 위해 갈라파고스로 드나드는 짐을 철저히 검사한다. 공항에서 검사를 마친 모든 가방에는 색색의 잠금 끈이 묶여있다. 그리고 갈라파고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 잠금 끈을 떼어서는 안 된다.

 

갈라파고스 발트라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입국도장을 받는데, 여행객들에게는 ‘국립공원 입장료’라는 명목하에 100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갈라파고스에 가면 돈을 많이 쓰게 될 것.”이라는 프란시스코 가족의 조언을 떠올리며 ‘시작부터 만만치 않구나.’라고 생각했다. 공항이 있는 발트라 섬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속한 작은 섬이었기에 배를 타고 5분정도의 거리인 산타크루즈 섬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부터 버스,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는 기분이 조금씩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여행객들이 하나같이 커플 아니면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혼자 여행을 온 사람으로 보이는 여행객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내내 혼자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17개월간 혼자 여행한 여행자답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정말 이곳에 있는 동안 혼자 외롭게 보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산타크루즈에서 찾아간 숙소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고민은 금세 해결됐다. 그렇다. 어찌되었던 간에 나는 꿈에 그리던 갈라파고스에 왔다.

 

 

 

 

 

‘거북이 시계’
Galapagos Islands, Ecuador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며 친해진 캐나다 커플과 독일친구인 스테판과 함께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전에는 해변에서 수영을 하며 보내고, 오후에는 갈라파고스 제도에 서식하는 대형 육지 거북을 보러 가기로 했다.

 

 

 

 

시내 센터에서 20여분을 걸어가면 토투가 베이 해변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입구를 따라 30여분을 걸어 들어가면 아름답다는 말 자체로는 표현하기 힘든 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는 에메랄드빛을 띄고 모래는 하얗게 빛났다. 하지만 파도가 너무 쌔서 수영하기는 어렵다. 해변을 따라 쭉 들어가면 잔잔한 해변이 나오는데, 그곳에서는 수영뿐만 아니라 카약도 탈 수 있다.

 

먹음직스럽게 차려 놓은 진수성찬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나는 곧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 들었다. 나무 위에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하늘에는 펠리컨이 날아다니며 해변에는 검은 바다 이구아나가 기어가거가나 삼삼오오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백옥의 모래사장에서 촉촉하게 젖은 해변을 밟는 느낌이 너무나 좋다. 모래 위를 기어가는 이구아나와 새들 또한 나와 같은 기분일까.

 

 

 

 

 

 

 

해변에서 한껏 적신 몸을 햇볕에 말리며 토투가 베이를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대형 육지 거북을 보기 위해 엘차토 공원으로 향했다. 엘차토에는 자연생태에 있는 육지 거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곳에서 진흙 늪에 들어가 휴식중이거나 천천히 풀을 뜯어 먹고 있는 거북이를 만났다. 갈라파고스 대형 거북은 ‘코끼리 거북’이라고도 불리며,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 국제멸종위기 종으로 지구상에서 몸집이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사는 거북이다. 큰 것은 등딱지길이가 1미터가 넘고, 몸무게도 400~500㎏이나 나간다. 항상 주먹 만 한 거북이에만 익숙해져 있다가 몇 백배는 확대한 것 같은 갈라파고스 거북을 보니, 눈 코 입 그리고 등껍질이 낯설게 느껴졌다.

 



 

 

 

 

 

거북들이 사는 곳에 들어오니, 시간이 거북이에 맞춰 흐르는 것 같다. 거북이가 괜히 거북이겠는가. 진짜 움직이질 않는다. 움직여도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이동했다. 거북이의 시간은 우리가 타고 있는 시간보다 더 느리고 길게 흐른다. 그래서 장수 하나보다.우리는 거북이의 느린 움직임을 보며 답답해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거북이가 보는 우리는 ‘빨리 감기 영상’ 같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 쓸데없이 저렇게 빨리 움직이는 걸까. 이렇게 천천히 움직이고 여유를 가져도 충분할 텐데. 바보 같은 인간들.’

 
-No.289 Clock of Turtle, Galapagos Islands, Ecuador

 

 

 

 

쓸데없이 바쁜 인간들은 그렇게 거북의 시계에 잠시 들어갔다가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갈라파고스에서 남은 여행기간동안 무얼 할 지 계획해봤다.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보트투어 등 정말 구경할 곳도, 경험할 것도 넘쳐났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갈라파고스에 임하는 내 각오는 다음과 같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자. 지갑한번 털어보자!!!!’

 

 

 

 

 

 

 

‘벤치에서 낮잠 자는 바다사자, 어시장에 쇼핑 나온 펠리컨’
Galapagos Islands, Ecuador

 

 

갈라파고스의 특별함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
갈라파고스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섬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이 섬은 어느 곳보다 바닷물이 가까운 섬의 외곽이 활기가 넘치는 메인 놀이터이다. 그리고 가장 자연과 사람의 경계가 없다. 선착장을 따라 걷다보면 아무런 걱정 없이 여유를 즐기는 바다사자를 만날 수 있다. 바다사자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만 번식을 하는 물개 과 동물이다. 아주 사회적이며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이다. 좀 짓궂게 말하자면 ‘도시의 개’와 같다. 하지만 골칫거리라기 보다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다.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 벤치 위, 동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의 미끄럼틀에도 바다사자는 태연히 자리 잡고 낮잠을 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리가 이 녀석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만약 사람들이 이들에게 해코지를 했다면, 바다사자는 절대 사람들 사이에서 편히 자고 있지 않을 것이다.

 

- No.290 Sleeping Sea Lion, Galapagos Islands

 

 

 

 

자는 모습만큼 평화로운 모습이 있을까. 수영으로 젖은 털을 말리며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낮잠을 즐기는 바다사자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어시장이 열릴 시간이다.

 

바다가 주는 풍요로운 선물을 가득담은 배가 육지로 들어오고, 싱싱한 물고기들이 손을 타고 도마 위에 오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사람들보다 더 빨리 알고 찾아 온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펠리컨이다.

 

- No.291 Pelican, Galapagos Islands

 

 

 

 

펠리컨은 부리가 크고 아랫부리에 신축성 있는 큰 주머니가 달려 있다. 아랫부리 주머니는 피부로 되어 있으며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먹이를 낚았을 때 크게 늘어난다.

 

내가 이전에 펠리컨을 가장 많이 봤던 것은 다큐도 동물원도 아니었으니. 바로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있는 펠리컨은 부리주머니가 바구니처럼 크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수많은 펠리컨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약간은) 징그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누가 먼저 'They are pelicans.'라고 하기 전엔 그들이 펠리컨인지도 몰랐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펠리컨의 현실은 냉혹했다. 난 받아 들여야만 했다.

 

 

 

 

 

어시장에 물고기를 쇼핑하러 나온 펠리컨들은 생선을 손질하는 아주머니 손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닌지, 아주머니는 손질 후 남은 생선을 펠리컨들에게 던져준다. 길게 뻗은 부리가 열리며 물고기를 제법 잘 받아먹는다. 무슨 사고가 있었는지 윗부리가 잘려나간 펠리컨이 눈에 띄었다. 저 부리를 가지고는 스스로의 힘으로 사냥이 불가능할 텐데 건강한 것을 보니 저 아이는 어시장의 단골손님인 것 같다. 역시나 어시장 아저씨는 윗부리를 잃은 불쌍한 펠리컨에게 정확하게 생선을 던져주신다. 그리고 동시에 도마에 턱을 괴고 있는 바다사자가 애절한 눈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그 귀여운 바다사자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생선 한 마리를 사서라도 주고 싶다. 아주머니도 아이의 애교에 넘어가셨는지 결국 생선을 주신다.

 



 

 

 

 

그 어떤 사람도,

이들에게 벤치에서 내려오라고 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미끄럼틀에서 비키라고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이들을 어시장에서 쫒아내려 하지 않는다.

이들이 불청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모두가,

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들과 함께 살아가길 원한다.

 

내가 찾고 싶었던 갈라파고스의 특별함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갈라파고스는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섬이었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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