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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17개월 여행기간 중 제일 비싼 투어를 하다!

14.12.26 0
 
‘17개월 여행기간 중 최고가 투어에 사인하다.’
Galapagos Islands, Ecuador
 

 

 

 

 

 

 

# ‘Cruz Boat Tour, Last minute!’
“저거 봐!”

 

 

갈라파고스에서 알게 된 독일친구 스테판과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물고 시내를 걷다가 스테판이 소리쳤다. 한 여행사가 붙은 큰 종이 때문이다.

 

내용을 보아하니, 여러 여행자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5일간 도는 투어상품이 정상가에서 100달러 할인된 가격으로 한 자리 남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보트투어는 스테판이 전에 예약했던 투어와 같은 것이었다.

 

“내가 계산한 가격보다 100달러나 더 싸다니!”

 

스테판은 놀라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채 내게 진짜 좋은 가격이라며 함께 보트투어를 하자고 했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100달러 할인된 특가였지만 어쨌거나 총 가격은 600달러가 넘었기 때문이다. 만약 하게 된다면, 17개월이라는 긴 여행기간 중 가장 최고가 투어였다. 하루에 10달러정도 쓰는 여행소비를 생각해 보면, 600달러는 족히 두 달은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이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에 도착하자마자 했던 각오가 떠올랐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자. 지갑한번 털어보자!!’

 

내 생에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을 때 후회 없이 즐기고 싶었다. 돌이켜 보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 술 취한 선장놀이와 빨간 보석 목걸이
 

 

보트투어가 시작됐다.

 

가이드 ‘이반’아저씨와 함께 앞으로 5일간 함께 할 보트로 이동했다. 이미 8일 투어 코스 중 3일을 마친 10명의 여행자들이 보트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보트는 이층으로, 1층에서는 식당과 부엌 그리고 우리가 쓸 방이 있었다. 2층에는 의자와 주변 경관을 내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배를 운항하는 선장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선장아저씨는 나를 보며, 이번에 새로 온 친구냐며 반가워 하셨다. 핸들로 방향을 잡는 선장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저도 운전해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것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사람은 이럴 때 문제다.

 

“해보고 싶어요? 그래요 한번 해봐요. 그런데 조금씩만 움직여요. 조금이라도 크게 돌리면 방향이 확 바뀌어버리니까.”

 

 

 

 



핸들을 잡았다. 이제부터 배는 내 손에 달렸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멀찌감치 떨어진 작은 섬이다. 그냥 직선으로만 가면 되는데 물살 때문에 방향을 섬세히 잡아야 했다. 그런데 배를 처음 운전해보는 내가 처음부터 잘 할 리가 없었다. 분명 조금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배가 오른쪽으로 훅 가버리고, 놀라서 왼쪽으로 살짝 돌리자 또 왼쪽으로 너무 훅! 가버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 고집쟁이는 끝까지 핸들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실력 없는 선장 때문인지 배는 바보같이 지그재그 노선을 그렸다.

 

선장 아저씨는 한바탕 웃으시며 충분히 잘했다고 핸들을 놓게 했다. 나의 선장놀이는 그렇게 끝났다. 선장실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을 찾아보니 모두 뱃머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저요, 방금 선장실에서 배 운전하고 왔어요.”

“아, 지금 배 운전한 사람이 너였어? 마침 우리가 그 얘기 중이였는데 어쩐지 배가 이상하게 움직이더라고. 왔다갔다 술 취한 사람처럼. 하하”

 

 

괜히 말했나보다. 졸지에 술에 취해 운전한 사람이 됐다. 
지그재그 술 취했던 배가 다시 주인을 만나 섬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 No.292 Red Crab necklace, Galapagos Islands, Ecuador

 

 

 

 

# 게 목걸이

해안가에 검은 바위 위에 반짝거리는 붉은 게들이 눈에 띈다. 바로 갈라파고스의 붉은 게 ‘Sally Lightfoot crab’이다.
한 번 바닷물에 코팅된 등에 햇빛을 받으니, 그 색이 작은 등껍질 위에서 촉촉하게 빛난다. 붉은 보석을 중심으로 작은 산호로 엮인 이 목걸이를 누구에게 주면 좋을까.

 



 

 

# 얼마나 아름다운지 스스로 알고 있을까

 

- No.293 Beautiful fishes, Galapagos Islands, Ecuador

 

 

 

 

보트투어를 하는 5일 동안 매일 같이 했던 일이 있다. 바로 스노클링이다. 하루에 보통 한번, 그리고 많으면 두 번까지 스노클링을 했다. 정말 수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을 만났다. 물고기들은 자신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가졌는지 알기나 할까?

 
아름다운 색을 가진 물고기를 보면서,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자신의 색과 보이는 색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너무 만족하거나 다른 물고기를 질투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냥 우리네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눈이 너무 밝고 머리가 너무 밝아 그 만큼 힘들어지는 것도 많다. 차라리 눈이 어둡고 머리가 밝지 않았다면, 현대와 같은 발전은 없을지라도 행복지수는 더 올랐을 지도 모른다. 물고기를 보고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조금 우습다.

 

 

 

 

# 바다 이구아나 그리고 인간의 선택

- No.294 Marine Iguana, Galapagos Islands, Ecuador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조각들이 흩어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바다이구아나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발견되는 이구아나로 도마뱀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위장하고 생존하는 바다 파충류다. 목 뒷부분에는 가시 모양의 볏이 즐비하고, 몸 뒤쪽에서 꼬리 끝에 걸쳐 무늬가 가득하다. 이구아나를 덥고 있는 수많은 조각들을 보니 그들의 피부가 마치 모자이크 같다. 피부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의 정교한 갑옷 같기도 하다. 심지어 날카로운 발톱은 1억 년 전의 공룡 한 마리가 축소된 것처럼 보인다.

 

갈라파고스에는 정말 독특한 고유종들이 잘 보존돼 있다. 나는 처음에는 이 모든 종이 생존력이 강해 살아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Bartolome섬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 이반아저씨가 흥미로운 얘기를 해주셨다. 갈라파고스의 Bartolome섬에는 들쥐와 거위가 굉장히 많이 살았다. 그런데 번식력이 뛰어난 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섬에 살고 있던 바다사자와 거북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선택해야 했다. 자연의 순리대로 놔두어야 할지, 아니면 바다거북과 바다사자들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할지 말이다. 사람들은 후자를 택했고 섬에 식물을 심기 시작했다. 식물의 이름은 차마에시케. 이 식물은 검은 바위섬에 유독 초록색으로 눈에 띄는 존재였고, 열매에서는 우유와 비슷한 액체가 나왔다. 그래서 들쥐와 거위들이 먹을 것이 없으면 이 식물을 먹었다. 하지만 열매에서 나오는 흰 액체에는 치명적인 성분이 있었다. 한마디로 들쥐와 거위들은 독을 먹은 셈이었다. 그리하여 열매를 먹은 들쥐와 거위들은 죽게 됐고, 동시에 거위를 사냥한 사람들에게 포상금을 주기도 했다. 그 결과, 섬에는 들쥐와 거위가 사라졌다.

 

이는 인간의 선택으로 원치 않는 종을 인위적으로 멸종시킴으로써 다른 종이 생존하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들쥐와 거위도 소중한 생명이 지만, 그들의 번식을 제지하지 않았다면 갈라파고스의 Bartolome섬에는 바다거북과 바다사자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갈라파고스 섬이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자연의 이치와 더불어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진 것이다.

 

 

 

 

 

 

 

# 바다를 담은 부비 새의 푸른 발

 

- No.295 The sea in a Blue-footed Booby, Galapagos Islands, Ecuador

 

 

 

 

파란 발을 가진 새 '푸른 발 부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서식하는 푸른 발 부비 새는 이름 그대로 푸른 발을 가지고 있다.

 

푸른 발 부비는 갈라파고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다. 보트투어를 하면서 푸른 발 부비 새의 등장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했다. 파랗게 물든 부비들의 발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 모습은 마치 푸른 갈라파고스의 하늘과 바다를 담은 듯하다.

 

부비는 겁이 없고 땅에서의 걸음걸이가 매우 서툴러 뒤뚱뒤뚱 거린다. 이렇듯 걷는 모습이 우스워 스페인어로 ‘바보’라는 의미를 가진 ‘보보’에서 지금의 ‘부비’가 유래됐다.

부비의 알에는 특이하게도 햇볕을 전달하는 얼룩이 없어 어미가 발을 이용해 알을 품는다. 부비의 발은 피의 공급이 원활해서 따뜻하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암컷의 발에서 한 달을 보낸다. 따뜻한 발로 알을 품는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5일간의 보트투어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보트에서 차려주는 3끼를 꼬박꼬박 먹고, 매일 다른 섬에 들려 고유의 생태계를 감상했다. 300만 년 전에 있었던 화산 활동이 남긴 용암 섬에 가기도 했다. 물 밖의 갈라파고스에서부터 물속의 갈라파고스까지 느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5일이었다. 매일 밤 식탁에서 그림을 그리고, 배 위에서 하루를 정리했다. 갈라파고스라서 모든 것이 특별했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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