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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이기에 즐거운 일러스트레이터 5인 - 돼지우리 ①

13.10.10 0

지난 1월 초, 전혀 상관없는 반경 속에 살던 5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이 ‘돼지우리’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100명, 200명의 관심에서 시작해 어느새 2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돼지우리. 다소 엉뚱하기도 발칙하기도, 때로는 우울하기도 한 그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저 함께이기에 행복하다는 돼지우리. 그 멤버들을 직접 만나 물어보았다.

 

돼지우리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정윤 : 돼지우리는 일러스트, 웹툰 등 저희가 만들고 있는 콘텐츠들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처음엔 한 가지 주제를 잡고 네 명(현재 '미나리' 추가돼서 다섯 명)이 매 요일마다 페이스북에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진행하다 보니 주제에 맞춰 억지로 쥐어짜는 느낌이 들어 최근엔 자유롭게 각자 올리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각기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는 다섯 작가의 그림을 소개하는 페이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좋아요 누르시고 받아보시면 됩니다.

 

- 돼지우리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  


멤버들의 소개와 근황을 부탁한다.

정윤 :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윤입니다. 돼지우리를 시작하고 나서 일상적인 소재를 많이 그리다가 최근엔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와 관련된 것들을 그리고 있어요. 
주용 : 만화가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주용입니다. 돼지우리 초반에는 일러스트에 치중했는데 이제 중/장편 만화를 좀 해보려 합니다.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쏘 쿨" 이라는 야시꾸리한 단편만화를 연재중입니다(링크).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근래에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 중이에요.
참다랑어 :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참다랑어, 성민주 입니다.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나기를 어려워하는 성격인지라 글과 그림으로 열심히 소통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요즘은 고향에 내려와 산란기 물고기마냥 살이 통통 오르고 있습니다. 
TOB :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태엽입니다. TOB라는 필명으로 활동을 하고 있구요. 요새는 졸업작품을 만들고 국방부 블로그에 ‘티오비의 군모닝(링크)’ 이라는 밝고 경쾌한 군대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비 대머리입니다. 
미나리 : 그림 그리는 보통 사람입니다. 늘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찾고 있어요. 지금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고, 그 외의 시간에 그림도 그리고 취미생활을 해요.

 

- 돼지우리 멤버 (왼쪽부터 정윤, 주용, TOB, 참다랑어, 미나리)


돼지우리의 뜻은 무엇인가. 예전에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잊었다. 미안하다.


- 돼지우리 로고


정윤 : 부담 없이 친근하고 소위 ‘병맛’ 같은 네이밍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제 방을 봤는데 돼지우리 같이 난장판 인거에요. 그래서 그냥 돼지우리로 하자 뭐 그렇게 됐어요. 그 후에 중의적인 의미로 그냥 ‘돼지우리’ 그리고 ‘돼지, 우리’ 즉 ‘우리가 된다’ 라는 뜻을 부여하게 됐죠.
주용 : 그래서 저희 로고를 자세히 보면 돼지와 우리 사이에 쉼표가 있어요.
정윤 : 근데 그걸 다들 몰라, 모르더라구.
주용 : 그런데 내 기억에는 그냥 카톡방에서 누가 드립을 던졌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정윤 : 시작은 드립이었는데 그 후에 의미를 부여한거죠. (웃음)
TOB : 처음에는 미나리가 없고 모두들 라인드로잉 위주였기 때문에 ‘라인맨’ 같은 이름도 나왔는데 안하길 잘한 것 같아요. 그랬으면 멤버를 추가하고 싶어도 라인드로잉 위주의 아티스트들만 섭외를 했겠죠.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이었다고 들었다. 

정윤 : 태엽(TOB)이랑 주용이가 고등학교 친구에요. 저랑 태엽이는 대학교 친구구요. 그리고 민주누나는 제 대학교 동기 전 여자친구고.. 복잡하네요. 주용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메신저나 블로그를 통해서 알고 있긴 했어요. 그림 올리면 서로 댓글도 달고. 
주용 : “정윤아 그림 참 잘그린다.” 이렇게 되게 형식적으로
정윤 : (웃음) 그래도 서로의 그림을 아니까 이 친구랑 같이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해서 먼저 연락했어요. 
참다랑어 : 너희가 제일 가식적인 관계였지. 흠, 제 개인적으로는 정윤이나 태엽이는 전 남자친구 덕분에 친해진 아이들인데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도 이렇게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요. 연애와 인간관계는 세트로 묶여 다니는 게 보통인데 말이죠. 

- 학창 시절부터 인연을 만들어온 주용(좌), 정윤(우)


다섯 번째 멤버 미나리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었는지.

정윤 : 원래는 4명이 각자 요일을 맡고 있었는데 4명이다보니까 한 요일이 비더라구요. 한 명만 더 있으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딱 맞게 올릴 수 있겠다 싶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먼저 연락하게 됐습니다.  

 

 

- 돼지우리의 다섯 번째 멤버, 미나리의 그림  

 

아. 기존멤버들이 먼저 연락을 한건가?

주용 : 네, 저희가 블로그도 스토킹하면서 한 참 뒤져보고 고민하다가 제안했죠(웃음). 
참다랑어 : 미나를 발견하기 전까지 꼭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었고 저희 자존감도 너무 낮았기에 괜히 권유했다가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미나를 찾은 거에요. '딱이다!' 느낌이 오니깐 없던 용기도 생기더라구요.
TOB : 정윤이가 이 사람 어떠냐고 그림을 보여줬는데 그림이 무척 맘에 들어서 정말 같이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만장일치로 미나리에게 연락을 했죠.
미나리 : 연락을 받았을 땐 정말 좋았어요. 고향으로 돌아와 그림이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면서 고독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늘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왔으니, 생각하는 방식이나 감성이 그런 식으로 형성이 돼 있는데, 얘기를 해도 다들 ‘???’ 이런 반응이었거든요. 생활에 치여서 그림이랑도 자꾸 멀어지고, 뭔가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하던 찰나에 정윤이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서로 굉장히 친하지 않다는 소문이 있는데, 자주 만나나?

정윤 :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는데..(웃음) 처음엔 사실 조금 어색했었죠. 다 같이 만난 건 두세 번 정도? 만날 때 마다 돼지고기 먹는 사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딱 한 번 올렸네요. 
참다랑어 : 연락하는 횟수를 보면 참 안 친하거든요. 근데 같이 있을 때 침묵이 부담스럽지 않은 걸 보면 심적으론 가까운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제가 부산에 내려오기 전에 자취방에서 멤버들과 마지막 회식을 했는데 부른 배 두드리며 방바닥에 누워서 수다를 떨다보니 그냥 이렇게 다같이 작업실을 꾸려 같이 생활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 가끔 객관적으로 대화를 보게 될 때가 있는데 다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함께 한 시간이 짧고, 만나보지 못했어도 저는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만날 일이 많이 있을 거예요. 만들어야죠. 
정윤 : 지역이 멀다보니까 오프라인 만남을 못하는 게 좀 아쉽긴 하죠. 원래 저희가 처음 만남을 가졌을 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만나서 서로 근황도 이야기하며 친목을 다지자고 이야기했는데. 미나는 대구에 있고 또 민주누나는 부산으로 내려가서 조금 정체기이긴 합니다. 약간. 
참다랑어 : 돼지들이랑 원거리 연애하기 힘드네요.
TOB : 다 같이 엠티라도 가자.
참다랑어 : 태엽이가 가자고 하면 괜히 싫다. 

 

- 서로 어색했던 시절의 돼지우리, 2013년 02월 


각각 멤버들의 스타일이 달라서 더 재미있는 것들이 나올 수 있는 집단인 것 같다. 

참다랑어 : '따로 또 같이'가 유연하게 될 수 있는 것이 저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다르진 않으면서도 차이가 있죠.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게 어쩌면 그저 각자 작업을 진행하는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수도 있는데 나름 한 팀으로서 명명되고 있으니까요. 
미나리 : 맞아요. 그게 돼지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스타일이 다르다는 건, 시선, 관심사, 표현방법, 모두 다르다는 거잖아요. 멤버들 그림이 올라올 때마다, 되게 흥미롭게 봐요. 무심코 지나치던 대상이나, 관심이 없어 모르던 소재에 눈길이 가니, 자연스럽게 제 그림의 시야가 넓어질 기회가 생기는 거죠. 돼지우리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명절에 받는 과자 종합 선물 세트 같지 않을까요? 여러 맛을 먹어볼 수 있어서 질리지 않고, 먹어본 적 없지만 세트 안에 있으니까 궁금해서 먹어봤는데, 생각 외로 자기 취향일 수도 있어요. 


또 돼지우리는 생활 친화적인 그림이 많아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정윤 : 전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공감을 많이 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또 돼지우리는 제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좀 더 친근감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참다랑어 : 제 그림은 일상의 우울감이 바탕이예요. 요즘 사람들은 참 우울하거든요. 전 사람들이 자존심 때문에(대부분의 사람들은 쿨 함을 유지하고 싶죠) 입 밖에 낼 수 없던 그런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제 그림에 '좋아요' 를 누르는 순간 그 사람의 타임라인에는 제 글과 그림이 뜨게 되면서 타인에게 전달 할 수 있게 되니까요. 제 그림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게끔 도와주고 싶어요. '나 우울해' 라고.  
미나리 : 모두들 지나쳐 보내는 생활 속의 일상적인 풍경들이 저에게는 정말 멋지고 짠하게 다가오곤 해요. 모두가 보면서도 아무나 모르는 그 멋진 것들이 안타까워서 골목길 하나를 걸어도 뭐든 집중해서 보게 되고, 그러면 또 그리게 되고 그래요. 제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매일 바라보던 일상을 새롭게 보게 되는 것은 엄청난 일이죠.   

 

- WC morning, TOB

- 과부하, 주용

- 술자리, 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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