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존중] 1화 - 찐따를 위한 영화는 있다.

13.11.22 11

 

 
취향존중 1화 – 찐따를 위한 영화는 있다.


치마보다 청바지가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김치볶음밥은 자기가 잘 만들어서 대신 잘 먹을 수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그런 남자도 있다. 처음부터 이상형에 대한 자세한 취향을 밝히고 싶진 않다. 하지만 앞으로 취향존중을 통해(특히 어떠한 대상에 대한 호불호 중 호에 중점을 두고) 나의 취향을 커밍아웃해보고자 한다. 나 같은 사람의 소소한 취향 따위 누가 궁금하겠나 싶기도 하지만, 좋고 좋은 게 너무 많아서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는 심심한 추천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미 좋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고, 만약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좋은 게 좋은 거였으면 좋겠다. 앞으로 부끄럽지만 당당하게 말하겠다. “취향입니다. 후후. 존중해주시죠!”


최근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에 빠졌는데 스마트폰 중독은 물론 거북이 목으로 진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지만 추천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왜냐면 좋으니까! 앱스토어에서는 꽤나 다양한 영화를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주로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의 영화를 공략하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은 이제는 정말 옛말이 되어버린 건지 훌륭한 영화를 제법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통하는 말인 것 같은데, 생각 없이 지르다 보면 요금 폭탄을 맞을 수가 있다.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영화 한 편 영화관에서 보는 게 거의 만원인데 고작 1,000원 가지고 요금 폭탄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영화 계통에 계신 분들에게 조금은 죄송한 표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르자. 컨텐츠는 지르는 게 진리다.

여튼 영화관에서 놓친 주옥과 같은 영화 몇 편을 네이버 전문가 평점에 의지한 채 정신없이 받아서 감상했다. 네티즌 평점은 사랑하는 사이의 나이처럼 그저 숫자에 불과하니까... 그 누구의 추천도 없었기 때문에 힘들게 골라본 몇 편의 영화 중 오늘의 추천 영화는 우디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이다.

 

- 왼쪽은 우디 앨런 선생님, 지적인 장난꾸러기의 생김이랄까. 오른쪽은 미드나잇 인 파리 포스터, 그림과 사진 합성이 절묘하다. (출처 : 위키피디아,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모 일간지에서는 홍상수 감독을 한국의 우디앨런이라고 소개했다는데 개인적으로 ‘제2의 머머머’, 혹은 ‘한국의 머머머’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비슷한 느낌이라고만 밝혀두겠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남자 주인공이 수다스럽고 소위 말하는 ‘찐따’라는 점이 아닐까 하는데 이런 캐릭터에 무한한 연민을 느끼며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단지 내가 찐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조금 모자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펼치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컨셉의 무한도전이 사랑을 받는 것이고, 슬램덩크의 주인공이 서태웅이 아니라 강백호인 것이며, 나루토의 주인공이 사스케가 아니라 나루토인 것이다.

사실 무한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굉장히 잘나가는 연예인이고, 강백호는 리바운드로 경기를 지배하는 천재이고, 나루토는 대단한 혈통인 게 함정이긴 하지만.

- 미드나잇 인 파리 중 한 장면. 남자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겨울연가 배용준 느낌이 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자면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도 역시나 그런 캐릭터 중 하나인데, 쓸데없이 창작에 고뇌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주인공의 설정에 공감되기 때문에 이 영화가 참 좋다. 또한, 영화에서 헤밍웨이나 피카소와 같은 누구가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예술가가 많이 등장하는 데, 알고 있는 몇 명을 보고 키득거리는 재미와 함께 모르는 예술가들은 검색 하게 됨으로써 지난 세기의 저명한 예술가를 공부할 수 있는 학습효과도 겸비하고 있다.

자세한 영화의 줄거리는 인터넷에 즐비하고 자칫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한다. 영화는 조금 찌질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게 전부인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또 공감되고 중요한 메시지가 있으니 그것은 각자가 영화 감상을 통해 받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뒤에 “아, 좋다. 이것이 참 좋다.” 라고 느껴진다면 우디앨런의 ‘마이티 아프로디테’도 추천한다. 이 영화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인데, 진짜 웃기다. 짧은 표현이지만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진짜 웃기다. 심지어 이야기의 몰입도가 있다. 만약 보고 나서 안 웃겨도 너무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취향입니다. 후후. 존중해주시죠.”

 

* 혹시나 비슷한 영화를 알고 있다면 댓글로 추천 바랍니다. “그 취향, 존중해드리죠.”

 

 

양재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 그룹 5unday(선데이)의 소속 디자이너.
긍정적으로 먹고 살고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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