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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힘, 민중공방(l’Atelier populaire)

17.09.26 0

우리는 힘(le pouvoir)이다

 

선거철이 되면 나라 곳곳에 포스터가 붙는다. 어떤 정당의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설명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포스터가 붙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치러진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물론, 대선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포스터 입소문만으로 어느 정도의 홍보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쉽사리 알 수가 없다. 안철수의 브랜드 가치만을 내놓기에는 포스터가 포함하는 내용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우리 기억 속의 포스터란 아마도 ‘화재 조심’이라는 문구를 어떻게, 그리고 강렬하게 한 장의 종이 안에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던 때부터 시작할 것이다. 초등학생 때 느꼈던, 하얀 백지 위에 ‘화재 조심’이라는 표어를 어떻게 넣을 것인지를 고민하던 것이 생생하다. 종이는 작았고, 압축적으로 생각하던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관건이었다. 그리곤 항상 비슷한 그림과 디자인을 구성했는데, 때문에 ‘화재 조심’이라는 핵심표어 역시 단조롭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포스터의 힘은 얼마나 중요한가? 다들 본 듯 안 본 듯 하지만, 포스터는 사람들의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여전히 유의한 매체다.

 

안철수 후보 포스터

미(美)를 전달하는 포스터는 아주 예전부터 사용됐다. 이에 대한 역사는 성지순례에서 ‘신앙의 은총’을 보이기 위해 성당의 팀파늄(tympanum)에 선악, 천국과 지옥을 그려 넣던 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땀을 흘리며 걷던 사람들에게 곳곳에 등장하는 선악의 구분, 천당과 지옥의 모습은 ‘이 길을 가고 있는 내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믿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보면서 자기 확신을 얻었을 것이며 성지순례를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생 나자르(Saint-Nazare) 성당의 팀파늄


팀파늄의 정중앙에는 그리스도가 서있다. 그리스도를 기준으로 왼편에는 지옥, 오른쪽은 천당이다. 지옥 면에서 천사장인 미카엘과 악마가 사람의 영혼의 무게를 재고있다. 저울이 천사장 쪽으로 기울면 그 영혼은 천당으로, 악마 쪽으로 기울면 지옥으로 떨어진다.

매체는 의미를 전달하므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힘을 전달한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기에 컴퓨터 상에 존재하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대학 캠퍼스와 노동운동 현장에는 포스터와 대자보가 존재한다. 이는 벽보가 직관적으로 호소하는 힘이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인터넷과 텔레비전에서 전하는 내용은 누군가의 검열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포스터는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이기 때문에 더욱 ‘진실되어’ 보인다. 무엇보다 인간은 시각적인 것에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같은 내용이라도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포스터에 현혹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강렬한 디자인과 간결한 문구는 잔상으로 남는다. 때문에 포스터는 감정을 호소하므로 저비용, 고효율적인 매체다.

 

나는 참여한다/ 너는 참여한다/그는 참여한다/
우리는 참여한다/ 당신들은 참여한다/ 그들은 이용한다

 

아름다움은 길 위에 있다

 

그런 맥락에서 프랑스 68혁명 포스터를 제작한 민중공방(l’atelier polpulaire)의 활동은 독보적이다. 68혁명은 프랑스에서 1968년에 일어났던 사회 변혁운동이다. 1960년대 당시 프랑스는 알제리 독립 운동과 세계 대전 이후의 불안함, 경제 성장 등이 합쳐져 사회적 혼란함이 커지던 시기였다.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학생과 근로자들이 일으킨 사회변혁운동으로 ‘5월혁명'이라고도 한다. 1968년 3월, 미국 베트남 침공에 항의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파리 사무실을 습격한 대학생 8명이 체포되자 그 해 5월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대규모 항의시위가 이어지면서 발생하였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겹치면서 프랑스 전역에 권위주의와 보수체제 등 기존의 사회질서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이는 남녀평등과 여성해방, 학교와 직장에서의 평등, 미국의 반전, 히피운동 등 사회전반의 문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정부가 대학교육문제와 유럽공동체 체제하에서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68혁명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 등 국제적으로 번져나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68혁명>


노동자(이민자/프랑스인) 모두 연합

 

이러한 상황에 알제리 독립 운동과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를 통한 집회, 베트남 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국가의 언론 통제 등이 결합하면서 68혁명의 열기는 고조됐다.
혁명 중, 대학생들이 모여 68혁명에 대한 포스터를 만들던 곳이 바로 ‘민중공방’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민중’의 ‘공방’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혁명 포스터를 만들었다. 공방에서는 포스터 제작하기 위해 판화를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몇 장 찍지 않았던 것들이 추후에는 몇 천 장으로 수가 늘었으며, 프랑스 전역 곳곳에 붙기 시작했다. 대학생, 일반인 할 것 없이 민중공방에서는 포스터에 그릴 그림들을 매일 밤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중요한 점은 앞장서는 사람이 없이 모두 함께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포스터는 만든 사람의 이름을 담지 않았다. 때문에 간결하면서도 단순한 포스터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끝까지 간다


우리는 당신들을 중독시킨다!

 

68혁명의 포스터를 살펴보면, 아직도 우리나라의 선전 포스터는 갈 길이 멀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그에 따른 이미지도 조금은 미흡한 탓이다. 이는 어쩌면 스스로도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것만큼 포스터를 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없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정리하는 것이 포스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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