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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없는 동물원

18.10.23 0

시민들이 마련한 상암이 묘, 상암반려견 놀이터


상암동에 위치한 반려견 놀이터에는 ‘상암이’라는 유기견이 있었다. 황구였던 강아지는 사람들은 무서워했지만 그들의 강아지들과는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는 견주의 동행이 필요했기에, 주인이 없는 상암이는 놀이터에 입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상암이는 운동장에서 실컷 놀고 나오는 친구들과 짧은 인사와 놀이를 나눴다. 이런 순한 성격 덕에 상암이는 자연스레 놀이터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누군가는 상암이를 입양하고자했다. 그렇게 행복만 있을 줄 알았던 9월 28일, 상암이는 ‘구조’라는 명목 하에 사냥꾼이 쏜 마취총을 맞아 쇼크사하고 만다. (관련기사: 마취총 맞고 떠난 ‘상암이’가 던지고 간 고민)

대전 오월드 퓨마

상암이의 죽음이 더 이슈가 된 건, 대전동물원을 탈출한 퓨마가 사살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죄 없는 동물이 재차 억울한 죽음을 당해서였다. 사육사의 관리미흡으로 사육장을 빠져나간 퓨마는 사람들에게 전송된 문자 속 내용과는 달리 동물원을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사람들은 퓨마의 죽음을 애도했고 비로소 ‘동물복지’와 동물원의 ‘비윤리적 행위’에 관해 담론을 이루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퓨마’와 ‘상암이’는 그간 경시되어왔던 ‘생명’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된 것이다.

지난 2005년 미국 디트로이트 동물원은 81년간 인기를 끌던, 코끼리 전시관의 문을 닫았습니다. 코끼리 전시보다 코끼리 보호가 우선이라고 선언한 건데요. 두 마리 코끼리 ‘완다’와 ‘윙키’는 좁은 동물원을 벗어나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보내졌습니다. 올해, 미국 인디애나 폴리스 동물원은 북극곰 전시관을 폐쇄했습니다. 1988년부터 홀로 살아가던 북극곰 ‘툰드라’를 좀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내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죠.

온갖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지만 진짜 동물은 단 한 마리도 없는 동물원도 있습니다. 대신, 실제크기의 동물 영상과 각 동물이 살고 있는 야생의 기후, 바람, 냄새까지 완벽히 재현한, 일본 요코하마의 ‘대자연 체감 뮤지엄’입니다. 동물이 하나도 없는 이 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은 오히려 더 생생하게 자연을 만나고,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죠. 더이상 코끼리를 전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디트로이트 동물원의 관장, ‘론 케이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정 코끼리를 위하는 일은 코끼리를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출처 <뉴스 G>

 


이런 맥락에서 ‘동물 없는 동물원’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니 다소 어폐가 있지만 현대의 과학기술과 그래픽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올해 초, 뉴욕 타임스퀘어에는 물과 물고기가 없는 디지털 아쿠아리움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카운터(national geographic encounter)’가 문을 열었다. 디지털 신기술로 완벽 구현된 이 아쿠아리움은 동물의 희생 없이도 인간과 동물을 상호보완 하는 윈-윈 시스템이 된 것이다.

 

national geographic encounter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저희는 동물원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동물원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제국주의시대에 다른 나라 점령하고 거기에 있는 이색동물들을 데려다가 전시하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지금 현재도 호기심 충족의 수준이지 반드시 살아있는 동물을 가지고 교육을 하는 것이 교육에 효과가 있다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보고 있고요. 오히려 생명을 쉽게 착취하는 것에 대한 그런 문제제기, 그런 문제점이 어린이 동심에 심어질 수 있다는 것, 이런 것이 오히려 더 비교육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 착취하는 동물원, 비교육적이죠>

이와 같이 최근 이루어진 논의에 힘입어, 아이들에게 직접 동물을 만지고 체험하게 함으로써 “이게 사자야, 이게 가오리야”하는 피상적인 교육보다 동물의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는 배경을 주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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