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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해야만 했던 도시 - 선유도의 아침

13.11.04 2

2013.01 선유도, 작은 온실에서 (사진 : 김포포)
 
선유도의 아침은 아주 조용하다.  서울은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편이기 때문에, 문득 오늘은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날 아침, 정리해야 할 많은 생각들을 챙겨서는 아침 전철을 탔다. 약도를 고쳐들고 안내받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버스가 다리 한가운데에서 멈추고 여기서 내릴 예정인 사람은 혼자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기뻤다. 어쩌면 선유도에 나 혼자만 있을 수 있지는 않을까 기대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런 여행을 깊이 바란 것이 분명했다.

본래 옛날엔 정수장 시설이었던 선유도는 도심과 주거지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으로 가득했다. 넓은 수조였을 걸로 짐작되는 곳에서는 다리기둥을 따라 수풀과 나무가 감싸며 자라나 기이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선유도라는 공간이 기존에 가졌었던 목적성을 철거하지도 않은 채로 새로운 의미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잘못 매듭지어진 생각들을 살펴보고, 그게 안 되면 포기하고 버릴 생각으로 선유도를 찾아왔는데. 종일 내려앉았어야 할 나의 기분은 뒷전으로 하고, 나도 모르게 나는 미소 지으며 공원 부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선유도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꼭 안아주었다. 선유도는 스스로에게 다가온 타협 불가능한 변화를 견뎌내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날이 추웠다. 어디 몸을 좀 녹일 곳이 없을까 살펴보다가 작은 온실을 발견하였다. 그곳에서 사는 꽃과 나무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변해버리는 것들(시간이나 계절도 그런 미움을 샀다)에 대해 상처를 받았었고, 그런 식으로 매듭지어진 생각들을 챙겨서 선유도에 왔다. 그런데 선유도는 변해버린 스스로의 역할에 대체로 관대하였고, 온실은 변해가는 것들을 꽉 움켜쥐고 작고 연약한 식구들을 돌보고 있었다. 온실은 풍파에 흔들리는 듯 보여도 이렇게 의연하게 살아 있는데, 흔들리는 것은 진정 사람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나약함을 그대로 계승한 내가 몹시 부끄러웠다.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작은 온실의 겨울나기를 통해, 나는 앞으로도 많은 매듭들을 만날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또한 보살펴야할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상실의 통증이 이따금 찾아오더라도, 이 끈을 움켜쥐고 살아갈 것이고, 강인한 마음이 모든 일을 보살펴 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게 오는 변화들을 감내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아마 행복한 사람에 점점 가까워지지 않을까.

 

 

김포포

일종의 미술치료로 시작했던 사진이, 지금은 나의 전공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는 일이 좋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싶단 꿈이 있고, 심야 라디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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