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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 India

14.01.16 1
365 ART ROAD 2화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 India

 

No. 25
Aurangabad, India, 2012

 

2012년 새 해 첫날이 하루 지난 1월 2일. 인도 뭄바이에 도착했다.

약 2달동안의 인도여행은 뭄바이에서 시작해, 아우랑가바드, 고아, 코치, 트리밴드럼, 마이소르, 함피, 델리, 자이푸르, 우다이푸르, 자이살메르, 바라나시를 거쳐 네팔로 넘어가는 여정이었다.

사실, 인도여행 오기 전에 인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읽었다.

미얀마에서 만난 인도출신 Sunil 아저씨(1화 참조)마저도

‘너 혼자 여행하기엔 위험하다. 꼭 동행을 찾아서 같이 다녀라.’
‘절대 혼자 택시 타지 말아라.’
‘거리에서 사람들이 말 걸면 그냥 다 무시해라.’
‘아니면 너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결혼반지처럼 네 번째 손가락에 끼고 다녀라.’
‘사실 수로 네가 인도에서 카우치서핑을 이용하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하더라도 남자는 피하고 무조건 여자로 찾아라.’ 등등..

인도정보 카페에서는

‘떡 하니 제품에 가격이 써 있는데, 몇 배로 비싸게 부른다.’
‘인도 남자들은 외국 여자 여행자들이 성적으로 오픈되어 있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등등.등...

이러한 이야기가 이제 곧 진짜인지 아닌지 알게 되겠지.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시작된 인도 여행이었다.

 

 

인도의 첫 인상. 빨래터 Dhobi Ghat

도비가트(Dhobi Ghat)는 인도 뭄바이에 도착해 찾아간 곳이었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나를 붙잡아 둔 곳이다.

 

No. 25
<소년의 삶> Dhobi Ghat, India, 2012

 

도비가트는 야외 빨래터이다. 뭄바이의 도비가트는 약 180년 동안 이어진 장소이며 판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빨래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곳이다. 이 곳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은 인도 카스트제도의 최하 신분인 수드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로 취급된다.

인도에서 신분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아직 뿌리는 깊게 남아있다. 이들의 직업은 대를 물려 전수된다. 도비가트에서는 인도 뭄바이의 호텔과 대형숙소에서 나오는 빨래 감을 받아서 일을 한다. 최근 도비가트는 도시 재개발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데, 도비왈라(도비가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들은 별다른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Dhobi Ghat

 

칸칸이 나눠진 빨래터에서 그곳에서 빨래를 하며 삶을 보낸다는 것. 바로 뒤 풍경은 고층 건물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하루 종일 손발, 온몸이 젖어 있을 것 같았다.

계단 위에서 신기한 듯 바라보는 나나, 다른 관광객들이나. 이게 그저 처음 보는 우리에겐 신기하게 쳐다볼 풍경이라지만. 그들의 삶을 감히 상상해 보니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는 내가. 미안하고 부끄러워졌다. 혹은, 이 노동의 삶을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나 혼자만 괜히 감성적인 마음을 품는 것일지도 모르지...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조용히 그들의 삶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삶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작은 것 하나에도 투덜대며 만족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항상 나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내 행복을 맞추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면 항상 불행한 사람이 될 뿐인데...

'남에게 맞추려는 행복은 결코 내 행복도 될 수 없으며, 진짜 행복을 찾을 수도 없다.'
'내 행복은 내 기준이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행복하면 행복한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에 행복을 찾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품은 뒤로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이소르. 오일가게에 벽화를 선물하다

 

No. 38
<천연오일가게> Mysore, India, 2012

 

인도 남부여행을 하는 중에 들린 천연 오일과 항료의 도시 ‘마이소르(Mysore)’. 저녁에 식사 후 차를 한잔하려고 들린 거리 카페에서 함주라는 청년과 친구가 되었다. 어떤 의도로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좋은 친구였다. 마이소르 볼거리를 소개해주었고, 마이소르 오일과 향료에 관심이 있었던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 가게를 구경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들린 한 오일가게.

약간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데리고 온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곳에 계셨던 사장님은 굉장히 친절하고 예의 있는 사람이었다. 오일을 하나하나 구경시켜주시며 여러 가지 천연오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일을 구경한 후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사장님은 내가 미술을 공부한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대뜸 벽에 아무 그림이나 그려달라고 하신다.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서 여행하고 있어요.' 이 말만 했을 뿐인데, 사장님은 벽을 도화지삼아 아무거나 그려달라고 하셨다. 이미 다른 쪽 벽에는 사장님의 조카가 그린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었고,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벽을 나에게 내어 주셨다.

인도 마이소르의 작은 오일가게의 한 벽을 나에게 맡기다니, 사실 너무 좋았다. 

'정말 아무거나 그려도 돼요?'
'네,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걸 그려주세요. 전혀 상관없어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가게 사장님과 함께


지금까지 남인도를 여행한 이야기를 벽에 그려 넣었다. 내가 봤던 사람들, 먹었던 음식들, 보았던 풍경들.. 그리고 사장님이 급하게 구해오신 수채화 물감으로 색도 넣었다. 사실 만족할 만한 그림은 아니었다. 급하게 그리느라 퀄리티, 구성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분들은 너무 맘에 들어 하셨다. 그러다 내 그림을 보시고 더 부탁하고 싶으신 게 있으신지 고민에 빠지신 사장님께서는 조심스레 나에게 하나를 더 부탁하셨다.

반대 쪽 벽에 연꽃을 하나 그려 달라는 것.
고민 할 것도 없이 OK. 왜냐하면 나도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 가게 벽에 연꽃을 그리는 모습

 

- 완성 된 글씨와 연꽃

 

내가 그림을 그리는 내내 그림을 배우고 싶어한다는 조카아이는 옆에 와서 스케치에서 부터, 색을 만들고 칠하는 것까지 꼼꼼히 관찰했다. 부디 그림 그리는 나의 짧은 이 시간동안 많은 것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 오늘만큼은 그것이 나의 기쁨.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아하시던 사장님이 급히 나가시더니 집에서 비리아니(인도 볶음밥)을 가지고 오셨다. 덕분에 그림 그리고, 다 같이 맛있는 홈메이드 비리아니를 먹었다. 그리고 사장님의 조카가 그림을 너무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직접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은 시간 동안 사장님의 조카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짧게나마 알려주기로 했다.

초등학생인 조카. 가게 벽에 그려놓은 그림을 보니,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사람 얼굴을 그리는 것과, 작은 것을 크게 그리는 것이었다. 우선 내 카메라에 있는 사람을 하나 보면서 벽에다가 인물 그리는 팁을 알려주면서 그림을 그렸다. 이 아이는 상상해서 그리는 인물이 아닌, 실제를 보고 똑같이 그리고 싶어했기 때문에 인물을 볼 때 얼굴의 간격, 수직 수평으로 따지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조카와 나는 한 쪽 벽면을 붙잡고 함께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마이소르 오일가게에서의 예상치 못했던 작업을 마치니, 오일가게 양옆이 나의 그림으로 채워졌다. 동네 사람들까지 와서 구경하고 박수도 쳐주셨다. 마음이 괜히 뿌듯했다.

사장님은 보답이라며 내가 탐냈었던 향초와 오일들을 하나하나씩 병에 잔뜩 담아 선물로 주셨다. 이게 웬일! 내가 받은 것만 해도 얼마짜리인가. 가지고 싶었던 산달오일, 자카란다, 수련오일을 다 챙겨주셨다. 물론 부탁은 받은 일이었지만, 나 역시 즐거운 일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이런 큰 선물을 받아 정말 기뻤다.

 

 

- 사장님과 조카


많은 돈과 훌륭한 언변보다 나는 더욱 값진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만 행복한 길이 아니라 남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재능은 남을 위한 선물이 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내 인생에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No.42
India, 2012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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