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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내 손으로 느낀 아프리카, 케냐 & 마다가스카르

14.02.27 0
[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5화
내 손으로 느낀 아프리카, 케냐 &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는 과일이 참 달다.’
- Mombasa, Kenya

 

No.120
Fruit cart, Mombasa, Kenya

 

‘아프리카는 과일이 참 달다.
그 과일은 가격도 참 달다.’

동네 거리를 거닐다 과일수레를 보면 항상 멈춰 섰다. 뜨거운 태양. 그늘 아래 무지갯빛 과일 수레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주문을 하면 아저씨는 바나나, 파인애플, 파파야, 아보카도, 망고, 수박을 종류별로 잘라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주신다.

“아, 아보카도 좀 더 넣어주세요.”

개인 맞춤 주문은 개인 역량이다. 맘에 쏙 드는 조합으로 받은 과일 접시를 들고, 나는 수레 앞 삐걱거리는 나무 벤치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짧은 이쑤시개로 그 과일들을 먹는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같은 벤치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던 아줌마와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릇을 반납하면서 나는 또 어느새 주인아저씨인 압둘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참 자연스러워졌다. 대화의 시작이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

“압둘 아저씨! 내일 또 올게요.”

 

 

‘당나귀 섬’
- Lamu, Kenya


2012. 05. 07

케냐 뭄바사에서 나를 호스트해준 브라이언이 아침 7시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 주었다. 늦잠을 잤지만 덕분에 늦지 않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라무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뭄바사에서 버스로 6시간 반을 달린 후, 섬으로 들어가는 배로 갈아타야 했다. 오후 1시 반에 선착장에 도착하여 때마침 출발하려는 배를 급하게 타고 라무 섬으로 향했다. 그 조그마한 배에 어찌나 사람들을 많이 쑤셔 넣던지, 배 난간에 매 달려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살이 세지면 바로 튀는 바닷물에 옷과 가방이 젖었다. 사람들이 빼곡히 가득 찬 그 배 안에 외국인은 나 혼자 뿐이었다. 배는 40분 뒤 라무 섬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으면 몸을 부대끼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짜증도 나지만, 그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금세 친해질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몸을 부대끼면서 친해진 한 아줌마의 도움으로, 섬에 도착했을 때 나는 적당한 숙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삭막한 대도시였던 나이로비를 거쳐 와서 그런지 이곳까지 오는 길은 피곤하였으나, 한껏 여유로워 보이는 섬의 모습은 긴장과 피곤을 풀어주었다. 이 섬의 첫 느낌은 자극적인 조미료를 뺀 시골 음식상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이동하느라 몸이 노곤해서 방안에서 쉬고 그림을 그리다가 숙소에서 스물스물 나와 작은 라무 섬의 시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No.121
A girl-Ⅳ, Lamu island, Kenya

 

No.122
A girl-Ⅴ, Lamu island, Kenya

 

- 라무의 아이들

 

라무는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자, 구 시가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이기도 했다.

이 라무 섬에서는 길을 잃을 이유가 없다. 섬이 작은 이유도 있겠지만,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당연한 듯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 그렇게 길을 묻다가 함께 걷게 된 한 아저씨와 나이로비행 버스도 예약하고, 쥬스도 얻어 마시고,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저녁도 먹었다. 그리고 그 식당에서 친해진 현지 친구들과 식사 후 라무의 저녁 해변을 거닐기도 했다.

 

- 라무의 친구들

 

참 신기하다. 이렇게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특히 아프리카는 이런 특징이 강한 곳이다. 다른 서양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것이 문화 차이 때문인지, 단지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는 내가 정확히 판단 내릴 수는 없지만, 그 덕분에 나의 여행은 더 특별해질 수 있었다.

 

No.123
Donkeys, Lamu island, Kenya

라무에는 당나귀가 참 많다.

당나귀는 이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친구 ‘돌핀(그의 별명)’이 하는 말이 지금 라무에 있는 모든 집과 건물들은 당나귀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 라무의 당나귀

 

- 라무의 최고의 교통수단

“당나귀가 없었다면 라무도 없었을 거야.”

어둑해질 때쯤, 시내를 걷다가 커다란 우리를 발견했다. 당나귀 우리였다. 나는 돌핀에게 물었다.

“돌핀, 여긴 당나귀들이 엄청 많네, 당나귀 마켓이야?”
“아니, 여기는 병원 같은 곳이야. 아프거나 늙은 당나귀들이 여기에 있어. 갓 태어난 새끼 당나귀들도 있지.”

철썩거리는 바닷소리를 배경으로 은은하게 비추는 거리의 전등. 하늘은 보랏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당나귀 우리 앞에 서서 나는 그들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돌핀도 그 시간 동안 나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길 위에 차 바퀴자국이 없는 것이 좋다.
뒤에서 차가 오진 않을까 길 가장자리를 찾아 걷지 않아서 좋다.
사람들이 그 위에서 들썩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이 좋다.
또닥또닥거리는 당나귀의 발걸음소리가 참 좋다.

그날 밤, 나는 일기장에 라무를 ‘당나귀 섬’이라고 적었다.

 

No.124
blue dressed baby, Lamu island, Kenya

 

- 라무 섬의 소녀모델

 

 

Madagascar
-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가 준 선물

 

-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

“지금까지 네가 여행한 나라 중에서 다시 여행한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
“다시 여행한다면? 마다가스카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이면서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동식물의 70%가 오직 마다가스카르에서만 서식한다는, 그리고 어린왕자의 이야기에서 모든 걸 다 삼켜버리는 무서운 나무로 표현 된 신비의 바오밥 나무가 있는 곳이다.

처음에 나는 마다가스카르 여행기간을 1달로 잡고 나이로비에서 왕복티켓을 끊었었다. 1달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한 달이 되기도 전에 비자를 1달 더 연장했고, 미리 사두었던 돌아가는 편도 비행기 표도 과감하게 포기했다. 그렇게 나의 마다가스카르는 여행은 두 달이 되었다.

다시 찾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
나를 더 붙잡아 두었던 그 매력이 무엇이었을까.

항상 그렇듯이, 내 여행의 가장 중요한 ‘사람’, 그리고 자연이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현지에 살거나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지, 여행자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은 컸다. 그리고 그 관심은 호기심이었고, 그 호기심은 깨끗하고 순수했다.

 

<Sunday market>
Antananarivo, Madagascar

 

- 일요시장의 풍경

마다가스카르는 원래 내 계획에 있었던 나라가 아니었다. 내가 탄자니아에 있을 때 만났던 여행자 친구가 마다가스카르를 꼭 가봐야 한다고 강력히 추천해서 계획을 급하게 변경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다가스카르 여행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다. 사실 여행할 때 사전 공부는 어느 정도 필요한 게 사실인데, 이제는 도착해서 부딪치며 알아가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언어였다. 마다가스카르는 공식어인 프랑스어와 말라가시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나는 프랑스어도 못할뿐더러 말라가시어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언어였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 되어 나를 호스트해준 딤비네 가족은 나에게 기본적인 말라가시어를 알려주었다. 들리는 소리대로 한글로 적어 놓고서 들고 다니면서 외웠다.

‘마나오나 툰푸쿠’
‘살라마?’
‘짜라 화 미사우차’

하루 이틀 공부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으나, 말이 안 통하면 그림을 그려서라도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혼자 의욕 있게 시내로 나갔다. 나는 각 나라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그 지역의 시장은 꼭 찾아간다. 시장 구경만큼 진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오늘은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시내에 일요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말라가시어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딤비 네 집 앞에서 64번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시내 중심 큰길가를 따라 음식, 의류, 철물점, 미용용품 등 거리 마켓이 줄지어 서 있었다. 옷과 물건을 직접 손에 들고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은 특히나 눈에 띄는 나를 목표로 줄줄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시장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느새 그들의 손에 들려 있던 티셔츠 두 장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보통은 물건을 구입하고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봉투도 돈을 내고 사야 했다. 그 결과로 작은 보조가방은 점점 배가 불러왔다.

기대도 안했는데, 어제부터 공부했던 부족한 말라가시어로 나름의 쇼핑이 가능했다.

“오-찐 이-띠 (이거 얼마예요)”
“아-또후-비 무-라 (싸게 해주세요)”


늘어선 재래시장을 따라 계속 걸었다.

특히 신발과 의류는 새 제품보다는 중고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신발가게에 신발을 진열한 모습이었다. 판매하는 신발 한쪽씩을 끈에 묶어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것.

 

No.127
Sunday market, Antananarivo, madagascar

한국 거리에서 신발을 팔 때는 가판대에 올려놓고 파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왜 이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했지?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독특하잖아! 사지도 않을 신발을 구경하고 만지작거리며, 그 신발 열매들을 감상했다. 괜히 하나를 골라 신어보기도 하고, 사지도 않을 거면서 가격을 물어본다.

그러다가 너무 오래 신어 신발바닥이 뚫려가는 슬리퍼의 존재를 깨닫고, 새 슬리퍼를 구입했다. 그리고 신고 있던 낡은 슬리퍼를 버리려고 하는데, 주인아줌마가 자기한테 달라고 했다. 원하는 대로 그 신발을 드리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 대롱대롱 신발가게

정신 차리고 보니 구경만 하겠다고 나온 시장에서 나는 쇼핑에 빠져 있었다. 티셔츠를 사고, 신발을 사고… 그러다 중고 옷가게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가격을 보니 저렴해서, 손으로 옷걸이를 들춰가며 옷을 골랐다. 새파란 울트라마린색의 카디건 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걸쳐보니 몸에도 딱 맞고 가격도 저렴했다. 그 옷을 기분 좋게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64번 버스 안에서 목 뒤에 택을 들춰보니,

‘made in korea’

그 많은 옷 중에 고른 옷이 한국 옷이었다니! 하필.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반가운 마음도 들면서 이곳 마다가스카르에서까지 한국산 옷을 골라 입게 된 것에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I was made in korea, but I am in africa now!’

 

- 일요시장 거리의 꽃집

 

마다가스카르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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