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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 새로운 도전과 충격

14.06.03 0

 

[ Egypt ]

 

‘홍해바다에 빠져보자: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
- Dahab, Egypt

나에게 이스라엘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절절했던 가족과의 만남. 그것 하나였다.

엄마아빠와 떨어지기 싫어서 철없이 울어대던 그 막내딸은 다시 곧 씩씩한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요르단 남부에 있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도시유적인 페트라를 보고 다시 이집트로 넘어갔다.

내가 다시 이집트로 돌아온 이유는 바로 아름다운 홍해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이다. 이집트 다합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굉장히 저렴하게 딸 수 있다. 다합은 시나이 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고 인기 있는 휴양지 중의 하나이다. 다합에 도착해서 나를 물 깊은 곳으로 안전히 이끌어 줄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딸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에게 여기 다합에 한국인 강사가 있다는 정보를 전해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현지인 또는 외국인 강사에게 배우게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한국인 강사가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귀가 솔깃했다. 왜냐하면 스쿠버다이빙이라는 것은 목숨과 큰 연관이 있는 스포츠인데, 그렇기에 그 자격증을 따는 그 과정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영어보다는 한국어로 설명을 듣는 것이 이해하기에도 수월하고 더 잘 익힐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어물어 한국인 강사를 찾아갔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물속을 수차례 들어가다 나오며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코스를 밟았다.

 

No.198
World of Fishes, Dahab, Egypt

내가 스쿠버자격증을 탔다. 이제 세계 어딜 가도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다.
아 개나 소나 다 딴다는 자격증인데, 왜 이리 뿌듯한 건지.

공기통을 달고 30m로 내려갔다.
바다 속에서 숨을 쉬며 마음껏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이 이리 황홀한 것인지 몰랐다.
홍해 바다는 정말 그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헤엄이 서툰 한 마리의 아기 물고기가 되어 홍해바다를 수영했다.

 

No.196
Under the sea, Dahab, Egypt

 

 

 

‘나의 첫 번째 히치하이킹’
- Israel


그 아기 물고기는 두근거렸던 깊은 바다 속의 모습을 마음에 세기고, 다시 두발을 육지에 딛고 여행을 이어 나갔다. 이집트 다음으로는 이스라엘을 거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향하는 여정이 남아있었다.

카이로에서 버스를 타고 돌고 돌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국경인 타바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그때가 이집트는 금식기간이었던 라마단이 끝난 시기였고, 이스라엘에서는 유대교의 황금절이 있었던 주말이 있었던 때였다. 그렇게 마주한 두 나라의 커다란 휴일이 겹쳐버리는 날에 그 국경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그 국경에는 이스라엘에서 이집트로 가려는 사람들과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 가려는 사람들이 유난히 더 북적였다. 아니, 가득했다.

날씨는 뜨거운데 출국, 입국도장을 받기 위해서 그늘하나 없는 땡볕 아래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 분명 태양이 한창 밝을 때 국경에 도착했는데 이집트 국경을 지나 다시 이스라엘로 넘어가 도장을 찍고 나왔을 때는 해는 져있었다. 그 몇 미터 안 되는 국경을 지나오는데 꼬박 7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를 몰랐다. 택시를 타려니 너무 비싸고, 버스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눈앞이 까매졌다. 우선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승용차에 손을 흔들었다. 그 흔들었던 손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승용차들은 간절히 흔드는 내 손을 무심히도 무시하며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정망 신기하게 한 승용차가 멈춰 선다. 터키분이셨는데, 이스라엘로 일 문제로 잠깐 지내시고 계신 분이셨다. 그 분은 고맙게도 나를 국경 근처 시내로 데려다 주셨고, 혹시 여기서 이동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연락하라며 명함까지 주고 가셨다. 그리고 나는 시내 주유소에서 나를 태워 줄 다른 차를 기다렸다.

주유소 직원은 오랜 시간 주유소에서 주유하기 위해 들어오는 차량들에게 어디를 가냐고 쩔쩔매며 물어보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직원까지 합세해서 차를 잡는데 도와주었다. 그 덕분에 텔아비브 근처 도시까지 간다는 젊은 남자 두 명이 탄 작은 트럭 한 대를 잡아 탈 수 있었다. 텔아비브로 가는 비행기를 다음날 아침 비행기였고 어디서 하룻밤을 보내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서둘러야 했다.

작은 트럭은 텔아비브에서 약 30분정도 떨어진 도시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근처에 텔아비브로 이동할 수 있는 미니버스 정류장이 있다는 정보를 주시고 떠나셨다.

이 새벽에 이름도 생소한 도시에 남겨는 나는 그 분들이 말해줬던 미니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행히 곧 텔아비브로 출하는 버스가 있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다행히 비행기시간에 늦지 않게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하치하이킹 도전

그때 그 아저씨가 국경에서 차를 세워 나를 태워 주지 않았더라면? 그 주유소에서 아무차도 잡지 못했더라면? 마침 곧 텔아비브로 출발하는 미니버스가 없었더라면? 혼자 비행기에서 그 상상을 해보다가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는 동시에 그 과정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정신없이 지나간 그리고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그 날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나는 무사히 터키 행 비행기를 탔다.

 

 

 

[ Turkey ]

 

‘파묵칼레의 눈물’
- Pamukkale, Turkey

 

No.203
Tears of Pamukkale, Turkey

파묵칼레는 터키 남서부에 위치한 석회층으로 이루어진 온천지대를 말한다. 석회층의 계단식 논을 보는 것 같이 따뜻한 온천수가 계단을 따라 흐른다. 마치 눈과 같이 하얀 석회층에 빛을 받아 빛나는 물을 보고 있으면 현실세계가 아닌 곳에 내가 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

 

 

- 파묵칼레

 

 

 

‘나체 호스트’
- Cappadocia, Turkey


터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는 카파도키아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인 만큼 그 결말 또한 대단했다.

나는 지금까지 카우치서핑으로 여행을 해오면서 여성, 남성, 부부, 가족 호스트들의 집에서 다양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이 남성 호스트일 때의 경우였다. 물론 나도 걱정이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나는 호스트를 정할 때, 정말 꼼꼼히 체크를 한다.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사람들을 호스트 해왔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리뷰를 남겼는지, 그리고 여자만 호스트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리고 심지어 쪽지에 몇 퍼센트나 답변을 하는 지까지 확인한다. 심지어 카우치서핑 상에서 맺은 친구가 모두 같은 나라 사람인 것도 피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 나름대로 검열이 된 호스트에 한해서 나는 나를 재워줄 수 있을지를 물어본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나를 호스트 해주었던 사람들은 성별을 떠나서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고, 나를 괴롭히거나 당황하게 만든 적은 없었다.

카파도키아에 도착하기 전, 카우치서핑 쪽지를 몇몇 사람들에게 보냈으나 단 한 사람만이 답장이 왔다. 그리고 나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 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호스트 친구 ‘파티’가 나를 데리러 나와 주었다. 나는 파티의 차를 타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집은 한 빌라의 꼭대기 층이었고, 집은 작은 거실에 문이 없는 방이 하나있었다. 파티는 기념품점으로 일을 하러 가야했기에 나를 시내에 태워다 주고 일을 하러 갔다.

오후가 되어 나는 파티가 일하는 기념품점으로 갔고, 가서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파티가 일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예를 들어, 영어를 못하시는 한국인 여행자분들이 오면 파티가 말하는 기념품의 가격이라든가 상품설명을 통역해드렸다.

사실 집에 가서 쉬고도 싶었지만, 자기 일이 금방 끝나기 같이 가자고 하여 기다리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파티의 나이는 30살이었고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센스있는 친구였으나 그의 집에서 묵은 지 이틀 째 되는 날부터 그의 태도가 약간 모호해 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파티에게 잘 가라고 가볍게 포옹을 하는데, “수로, 너한테 나는 향기가 너무 좋다.”라든가, 저녁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와인을 한 잔 하자며 베란다에서 간단하게 와인을 마셨는데 자꾸 야한 유머를 하는 등의 상황이었다. 그 때부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아, 어차피 내일이면 나는 떠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오늘 밤만 잘 넘어가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다.

나는 술을 잘 못하기에, 와인 반잔을 마시고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고, 파티는 계속해서 자신의 와인 잔에 술을 따랐다. 불안한 마음은 더더욱 커져갔고, 그와 함께 파티의 불편한 스킨쉽도 함께 시작되었다. 허리를 감으려고 하고, 손을 잡으려고 했다. 이미 좀 취한 상태의 파티이기에, 지금 이렇게 같이 옆에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내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고, 파티에게 나는 너무 피곤하니 먼저 자겠다고 말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파티는 왜 벌써 자느냐고 나를 잡았지만, 내가 더 이상 폭발하기 전에 이 자리를 피해야 했다. 불길한 기운이 집 안에 가득 참을 느꼈고, 나는 오늘 하룻밤이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도했다.

나는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유난히 이 방에 문이 없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내가 지내는 이틀 동안 파티는 거실에서 잤으며, 나는 문이 없는 방에서 잤었다.

이불을 덥고 억지로 자는 척을 했다. 당연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저 술 취한 파티가 갑자기 어떤 놈으로 돌변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뒤척거리기를 몇 시간,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밤 중에 누군가 방으로 들어오는 기척을 느꼈다. 지금 이 시간에 방에 들어올 사람이 그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수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파티가 방에 들어왔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나체였다. 나체로 들어 온 파티는 나에게 수작을 부리려고 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났고 결국 내 바닥 밑에 숨겨 놓았던 분노와 화를 분출했다.

나는 영어로 할 수 있는 욕을 하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당장 옷 입어!”

파티는 내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지 몰랐는지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안, 미안.”

파티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속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거실로 나갔다. 그가 방을 나가고 나서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물론 그는 내 옷 하나 건들지 못했지만, 만약 그가 진짜 마음만 먹었더라면 힘으로 나를 제압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나가고 난 후, 나는 당장 이 집을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니, 파티 이놈의 집은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고, 집 앞에는 도로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짐을 다 싸서 나간다고 하면 이 한밤중에 갈 곳은 없었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침착하게.

거실을 빼꼼이 보니, 파티는 자는 건지 쪽팔려서 자는 척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소파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나는 해가 뜨면 이 집에서 당장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이 되었고, 파티는 지난 밤 자신이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이라며 너무 미안하다며 싹싹 빌었다. 화는 풀리지 않았지만, 떠난다는 나를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그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나는 차에게 내렸다.
그러자 갑자기 파티가 질문하나만 해도 되겠냐고 한다.
해보라고 하자. 그가 묻더라.

“어젯밤, 내가 방에 나체로 들어갔었잖아. 너 내꺼 봤어?”

미친 놈.

침을 뱉어주려다가 겨우 참고 자동차 문이 부서져라 힘껏 닫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더 깐깐하고 까다롭게 카우치서핑 페이지를 검열하게 됐다. 파티는 또라이였지만, 철저한 검열 덕분인지 그 이후 만났던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은 너무도 좋은 이들뿐이었다.

 

 

 

‘뜨개질 하는 할머니, 팬케이크 만드는 소녀’
- Cappadocia, Turkey

 

No.206
뜨개질 하는 할머니, Cappadocia, Turkey

 

No.204
팬케이크 만드는 소녀, Cappadocia, Turkey

밀가루 반죽을 가느다란 막대기로 밀면 순식간에 커다랗고 얇은 팬케이크 모양이 된다.
얇은 도우 안에 치즈와 고기, 야채를 넣어 구워준다.

 

 

- 카파도키아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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