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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칼리에는 뜨거운 살사가 있다.

15.01.08 0

 

 

 

[ Colombia ]

 

 

지갑을 제대로 털었던 갈라파고스 낙원에서 키토를 거쳐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키토 터미널에서 에콰도르의 국경근처인 툴칸으로 이동했다. 오전 11시에 출발한 버스는 5시간 후, 툴칸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해가 지면 국경을 넘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날이 아직 밝아 국경을 넘어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롬비아 입국심사 때 알게 된 독일 친구와 함께 국경도시 이피알레스로 이동했다. 그리고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를 잡았다.

 

아침 7시 버스다. 절대로 늦잠자면 안 된다.

 

 

 

 

 

 

‘칼리에는 뜨거운 살사가 있다.’
Cali, Colombia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분명 알람을 맞추고 잤는데 울리지 않았다. 핸드폰이 없어서 믿는 거라곤 오로지 항상 차고 다니는 싸구려 전자시계뿐인데 요즘 들어 이놈의 실수가 잦다.

 

하지만 다행히 버스 출발시간 한 시간 전인 6시에 일어났다. 이제 내 몸도 여행시간에 맞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터미널도 바로 코앞이라 한 시간이면 늦을래야 늦을 수가 없는 시간이다.

 

버스는 12시간을 달려 저녁 7시에 칼리에 도착했다.

 

칼리 카우치 호스트 친구인 윌베르에게 연락하기 위해 터미널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빌렸다. 핸드폰이 없어도 여행을 하면서 전화를 쓰는 일은 절대 어렵지 않다. 공중 전화박스를 찾아 현금을 넣고 전화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어렵고 귀찮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잠깐 1,2분만 빌려 전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자, 내가 서울 어딘가에 서있다. 그런데 누가 봐도 배낭여행자인 외국인이 다가와 종이에 적힌 번호를 내보이며 ‘전화 한 통 쓸 수 있을까요?’라는 부탁을 한다. 전화를 빌려주는 것은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돕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어쨌거나 현지인에게 핸드폰을 빌려 윌베르에게 전화를 했다. 곧이어 나를 데리러 온 윌베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를 데리러 온 사람은 윌베르 혼자가 아니었다. 여자 두 명과 남자 한 명이 함께 있었다. 알고 보니, 윌베르는 살사댄스 선생님인데 약속했던 시간이 수업 바로 직전이라 수강생들과 함께 나를 데리러 온 것이다.

작은 승용차에 성인 5명이 탑승해 윌베르네 집으로 갔다. 윌베르는 수업을 집에서 하는데 (물론 집에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덕분에 칼리에 도착하자마자 살사수업을 구경할 수 있었다. 현란한 몸놀림이 살사를 맛보기 한 느낌이다. 살사의 본고장인 콜롬비아 칼리에 왔는데, 나를 호스트 해주는 친구가 살사댄스 선생님이라니 정말 호스트 한번 제대로 잘 만났다.

 

- 콜롬비아에서의 첫 아침식사

 

 

 

 

 

 

다음날 저녁, 살사 선생님 윌베르는 나를 데리고 살사클럽에 갔다. 나는 그저 구경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윌베르와 함께 도착한 살사클럽은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자정이 넘어서자 살사 춤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춤을 추는 사람들을 관람했다. 무대가 높지 않았지만 나는 관객이고 그들은 공연을 하는 사람 같았다. 윌베르는 내게 춤을 추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칼리는 살사의 본 고장답게 모두가 살사 전문가였다. 다들 타고난 살사본능이 있는 것인가. 정말 날아다니듯 춤을 춘다.

 

- 살사를 온 몸으로 즐기는 칼리 사람들 

 

 

 

 

 

“춤추실래요?”

 

키가 큰 흑인 친구가 손을 내민다.

 

“아니에요. 저 살사 출 줄 몰라요.”

 

정말 살사를 출 줄 모르기도 했지만, 나 같은 초급자를 데리고 춤을 추면 상대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요. 제가 알려 드릴게요.”

 

덤덤하게 손을 계속 내밀며 괜찮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내 손을 올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그는 내 손을 잡고 살사의 기본적인 스텝부터 알려줬다. 사실 기본적인 스텝은 윌베르네 집에서 살짝 배웠던 것이지만, 배워봤다는 말을 하기에는 실력이 너무 부끄러웠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는 게 훨씬 나았다.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스텝을 반복적으로 밟고 있는 내 모습이 화려한 춤사위 속에서 기름과 물처럼 겉도는 느낌이었다.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니 몸이 좀 풀린 기분이다. 이제는 내 발뿐만이 아니라 파트너의 얼굴도 보게 됐다. 아무래도 아까 마신 맥주의 힘도 없잖아 있었다. 그 뒤로는 함께 춤을 추자는 젠틀한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추다보니, 살사라는 춤 장르에 굳이 나를 맞추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춤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흥이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칼리의 작은 살사클럽은 밤새 살사의 열기로 뜨거웠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쉬지 않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살사가 얼마나 특별한지 느낄 수 있었다.

-No.291 Salsa, Cail, Colombia

 

 

 

정말 행복하게 춤을 춘다. 
춤을 추지 않으면 신나게 박수를 친다.
박수를 치지 않으면 신나게 노래 부른다.
한 마디로 그들은 한시도 쉬지 않는다.

 

 

살사클럽이 문을 닫으려하자 문을 닫는 것이 마치 엄청난 형벌인 것처럼 모두가 아쉬워한다. 닫힌 문 앞에서도 그들은 떠나지 못한다. 노래와 춤은 계속 된다.

 

칼리에는 식지 않는 열정, 살사가 있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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