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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기대치 않은 4일간의 선물

15.01.26 0

 

 

 

[ Colombia ]
 

 

‘기대치 않은 4일간의 선물’

Capurgana, Colombia

 

 

 

 

콜롬비아에서 파나마는 서로 인접해있지만 육로로는 국경을 넘을 수 없다. 때문에 콜롬비아에서 파나마로 가려면 배를 타고 가거나 항공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나는 콜롬비아에서 배를 타고 파나마로 넘어간 뒤, 비행기로 파나마시티로 가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 배를 타기 위해 카프리가나로 가야했다.

 

카프리가나는 파나마 국경 근처에 있는 콜롬비아 쪽 카리브해안에 있는 작은 동네다. 보고타에서 카타르헤나를 거쳐 카프리가나로 가는데 그저 버스를 타면 될 줄 알았던 처음 예상과는 달리 여러 상황을 마주했다. 카타르헤나에서 카프리가나로 가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배를 타서 이동해야 하는 것이었다.

 

카타르헤나에서 오후 2시 반에 버스를 타고 7시간이 걸려 저녁 9시에 몬테리아 터미널에 도착했다. 몬테리아에 도착하면 터미널 주변에 작은 숙소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설상가상 다음 이동지로 이동하는 두 번째 버스는 내일 새벽 4시 출발이었다. 결국 나는 터미널 의자에 앉아 7시간을 보내야했다. 공항이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버스터미널 의자에서 7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벌써부터 몸이 피곤했다. 잠을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 배낭도 지켜야 했고 잠들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니 맘 편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뜬 눈으로 지샌 7시간이 지나고 배를 타는 선착장이 있는 투르보 마을로 이동할 작은 봉고차를 탔다. 보통 일반적인 버스를 타면 선착장까지 6~7시간이 걸린다는데 봉고차를 타면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터미널에서 잠을 못 잤더니 너무 피곤해서 그 좁은 차 안에서 정신없이 잤다.

 

 

 

 

 

 

아침 7시 45분. 투르보 마을에 도착 했다. 선착장에 가서 카프리가나로 가는 보토시간표를 보니 두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우선 표를 사고 의자에 앉았다. 그러다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해 함께 배를 기다리던 미국여행자 친구와 말문을 텄다. 그녀의 이름은 ‘레니’. 레니도 카프리가나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보트를 탔다. 그리고 보트 위에서 또 다른 친구 ‘셀리나’를 만났다. 셀리나는 스위스 출신으로 그녀 역시 혼자 중미 여행 중이었다. 나홀로 여행객인 아시아, 북미, 유럽 대륙의 세 여자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세 여자가 탄 보트는 2시간을 힘차게 달렸다. 작은 보트가 파도를 만나 하늘로 수차례 날아오를 때마다 구명조끼를 단단히 고쳐 맸다.

 

‘이거 웬만한 놀이기구보다 더 스릴 있는 걸.’

 

하지만 놀이기구는 길어야 몇 분 아닌가. 두 시간 내내 놀이기구를 탄다고 상상해 보면 이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다 내장기관이 자기 자리를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다행히 우리 셋은 정상적인 상태로 카프리가나에 도착했고 함께 숙소를 잡았다. 나에게 카프리가나는 그저 파나마를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경유지 일뿐이었다. 때문에 하루 빨리 파나마시티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해야 했다.

 

숙소 주인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항공편을 검색해 보니, 4일내에 탑승 가능한 항공편이 없었다. 파나마 국경에서 파나마 시티로 가는 비행기는 큰 비행기가 아니라 금방 자리가 찬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4일 뒤 출발인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런데 아줌마께서 4일 뒤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도 운이 좋은 거라 한다.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가 일주일은 여기서 보내다 가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니 위로가 된다.

 

 

 

 

 

 

‘4일 동안 이 작은 카프리가나 동네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곧 알게 됐지만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 자연수영장

 

 

작은 동네 카프리가나에는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온동네를 통틀어 두 세 곳 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30분 단위로 비싼 요금을 내야 해서 인터넷과 연을 끊는 것을 택했다.

 

카프리가나로 오는 보트에서 만난 세 명의 여자는 오늘 함께 ‘자연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레니말에 의하면 해안가를 따라 좀 걸어가면 ‘자연 수영장’이 있다고 한다. 사실, 눈앞에 보이는 게 온통 바다인데 굳이 ‘수영장’에 가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의아했다. 하지만 괜시리 궁금해져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레니와 셀리나를 따라나섰다. 해변을 끼고 산길을 따라 30분 정도를 걸으니 바위 위에 지어진 작은 나무집을 발견했다. 자연수영장의 주인집이다. 자연 수영장이 어디 있나 둘러보니 바다에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싸인 작은 바다수영장이 있다.

 

 

 

 

 

그 바위로 둘러싸인 수영장은 마치 두 손 모아 물을 받아 놓은 것 같다.

 

- No.300 Natural Pool, Capurgana, Colombia

 

 

 

 

 

 

레니, 셀리나와 함께 수영복 차림으로 조심조심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물 밖에서도 노란 줄무늬의 작은 물고기들이 잘 보인다. 수영장은 생각보다 작다고 무시할 곳이 아니었다. 수영장 중간에는 대각선으로 굵은 밧줄이 묶여있었다. 처음에는 ‘수심도 얕은데 왜 이런 게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유를 금세 깨달았다. 바위 사이로 들어오는 파도가 꽤 강해 밧줄을 안 잡고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으면 파도에 뒤통수를 맞고 뒹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도가 한번 휩쓸고 가면 어린이들처럼 꺄르르 웃으며 신나게 수영을 즐겼다.

 

“파도 온다. 밧줄 잡아!”

 

3명의 어린이들은 수영놀이를 마치고 수영장 주인집으로 올라갔다. 작은 나무집에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조각들로 채워져 있었다. 마치 작은 카페 같았다. 집 옆에는 몸을 헹굴 수 있게 소금기 없는 계곡물을 모아 둔 곳도 있었다. 우리 셋은 그 곳에서 간단하게 몸을 씻었다.

 

나무집엔 부부와 9살 어린 딸이 함께 살고 있었다.이 집에서 몇 년째 살고 있다는 가족은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였다. 9살 꼬마소녀는 말 수가 적고 소극적이게 보였지만 체스도 야무지게 잘 두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우리는 꼬마와 함께 체스도 두며 시간을 보냈다. 꼬마의 머리는 아빠를 쏙 빼 닮아 심한 곱슬이었다. 그래서 두꺼운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묶었다. 질끈 묶은 머리를 보자니 예쁘게 따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내 손을 빗 삼아 머리를 땋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리가 너무 엉켜있어서 땋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머리 땋기에 성공했다.

 

 

 

 

 

 

땋고 나서 보니 깔끔하고 너무 예뻤다. 아이도 마음에 들었는지 엄마, 아빠한테 자랑을 한다. 신나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작은 나무집엔 수영놀이를 좋아하는 3명의 다 큰 어린이와 땋은 머리가 마음에 드는 9살 꼬마가 있었다.

 

 

 

 

 

# 산을 넘어 파나마 해변으로

 

 

 

- No.301 What we cannot see, La Miel beach, Panama

 

 

 

 

 

 

 

카프리가나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산을 넘어가면 아름다운 해변을 간직하고 있는 삽쓰루라는 동네가 나온다.

 

 

 

 

 

 

 

레니, 셀리나와 함께 삽쓰루에서 1박을 하고 오기로 하고 간단하게 짐을 쌌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물에 뛰어 들었다. 이제 강이고 바다고 물이 지겨울 법도 한데, 매번 이렇게 잘 즐기고 있는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내 이름에 맞는 체질인가 보다. 우리가 열심히 산을 넘어 이곳에 온 것은 쌉쓰루를 보고 싶었기도 했지만, 또다시 작은 산을 넘으면 파나마 해변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수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숙소를 잡아 파나마 해변으로 출발했다. 30분정도 계단을 타고 산을 오르면,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국경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국경을 넘어봤지만 이렇게 산꼭대기에 덩그러니 있는 국경 오피스는 처음이다. 한쪽에는 콜롬비아, 맞은편엔 파나마 오피스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리고 이래도 되나 싶긴 했는데 이 순간을 사진으로 너무 남기고 싶어 오피스에 앉아있는 콜로비아와 파나마 군인에게 함께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기다란 총을 들고 인상을 쓰고 있어 무서웠던 첫 인상과는 달리, 사진에 찍힌 그들의 모습은 굉장히 순박하다.

 

 

 

 

 

 

 

 

여권에 도장을 찍고 파나마 해변으로 넘어갔다. 물론 파나마로 넘어왔다고 파나마여행을 쭉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기는 오로지 파나마 해변만 즐길 수 있다.

 

 

 

 

 

 

 

역시나 열심히 등산할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 셋은 또 처음 바다를 본 아이들 마냥 바다에 뛰어든다.

 

 

 

 

 

 

 

# 바다 빛 물든 여유
 

‘해먹’은 기둥이나 나무 사이에 달아 침상으로 쓰는 그물이다. 내 몸에 맞게 자리를 잘 잡으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여유도 분위기를 담아 즐기면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바다에서 갓 나온 몸을 해먹에 눕히고 부리는 여유는 너무 낭만 차다.

 

 

 

 

 

 

 

쌉쑤르 숙소에는 커다란 해먹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 씻기도 전에 찾아가는 곳이 해먹이었다. 바닷소리를 들으면서 해먹에 누워 짧았던 아침잠을 더 채운다.

 

- No.302 바다 빛 물든 여유, Sapzurro, Colombia

 

 

 

 

 

 

 

계획에 없었던 카프르가나에서의 4일.

 

‘여기서 도대체 뭘 하면서 시간을 때우지.’ 라고 생각했던 첫 날 과는 달리, 떠날때는 ‘4일이란 시간이 이렇게 금방 지나가 버리다니!’라고 생각했다. 아쉬움이 살짝 남긴 했지만, 뭐랄까 더 먹으면 너무 배부르고 조금 덜 먹었으면 허전했을 느낌이다. 컵의 물이 딱 3분의 2정도 찬, 적당한 기분인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번갈아 가며 생긴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한 듯, 모든 게 좋았던 카프르가나를 떠나 파나마로 가는 길은 영 신통치 않았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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