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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툴룸 친구들 그리고 쿠바 공짜로 가기!

15.03.13 0

 

 
 
Central America

[ Mexico ]


‘툴룸 친구들 그리고 쿠바 공짜로 가기!’
Tulum, Mexico

 

 

06:00 플로레스에서 버스 터미널로 이동
07:00 국경으로 가는 버스 출발
08:30 과테말라 벨리즈 국경도착
09:00 벨리즈 입국
10:00 벨리즈 국경에서 히치하이킹 시작
16:00 2대의 승용차와 2대의 트럭을 거쳐 멕시코 국경 도착
18:00 체투말 버스터미널 도착

 

 

 

지금은 과테말라의 마지막 여행지 플로레스에서 멕시코 툴룸으로 가는 중이다. 아침 6시부터 한 번 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이동했다. 벌써 해가 지고 있다.오늘은 멕시코 카리브 해에 위치한 해변의 작은 도시, 툴룸에 간다. 미리 툴룸 지역의 서핑 호스트도 찾아 놓았고, 호스트 친구에게도 저녁쯤 도착할 것이라 말해 놓았다.

 

멕시코 동남부에 위치한 체투말 버스터미널에서 툴룸으로 가는 버스를 체크했다. 가장 가까운 버스는 저녁 9시였고, 만약 탑승한다면 4시간 뒤인 새벽 1시에 툴룸에 도착한다. 9시 출발 표를 사고 남는 시간에 카우치 호스트인 ‘알폰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폰소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그런데 전혀 대화가 안 된다. 나는 영어로 얘기하고 상대방은 스페인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서로 영어를 사용했어도 정상적으로 대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우선 전화를 끊고 주변에 인터넷이 되는 곳으로 가 알폰소에게 쪽지를 보냈다.

 

 

‘나는 지금 체투말 버스 터미널이야. 9시 버스를 타고 가면 1시쯤 도착할거야.’

 

 

9시다. 버스를 타러갔다. 그런데 탑승해야할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직원에게 표를 보여주며 버스의 행방을 물었다. 내 표를 한참 보던 직원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한마디 했다.

 

 

“지금은 10시예요.”

 

 

뭐? 지금이 10시라고? 급히 시계를 들여다봤다. 아니다. 시계는 분명 9시다. 뭐가 잘못된 걸까.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계는 한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있었고, 9시 버스는 떠난 상태였다.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매소표로 급히 뛰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매표소 직원은 알겠다며 상황을 이해해주고 별말 없이 표를 다음시간으로 바꿔주었다. 버스는 10시 45분 출발이었고, 그 버스가 툴룸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였다.

 

다시 알폰소에게 상황을 얘기해야만 했다. 어처구니없이 9시 버스를 놓친 탓에 툴룸 도착시간이 새벽 2시 반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누가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터미널로 마중 나올 수 있을까. 그냥 툴룸에 도착하면 아침까지 터미널에서 시간을 보내다 알폰소네 집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 그래도 상황을 전해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카페에서 쪽지로 연락하는 것보다 전화 한 통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표를 바꿔준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 아저씨는 알폰소 번호를 받아 대신 전화를 해주셨고 한참을 알폰소와 대화를 나눴다. 나를 바꿔주지도 않고 둘이서만 얘기를 나눠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아저씨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전해 주셨다.

 

 

“뭐래요?”

“걱정 말아요. 새벽 2시 반에 터미널 도착하면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알폰소와 직접 통화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가 어떤 뉘앙스로 대답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정말 짜증나고 귀찮은데 알겠다고 한 건지, 아니면 흔쾌히 터미널로 가겠다고 한 건지 말이다. 그가 어떤 기분으로 마중 나올지는 몰라도 어쨌든 혼자 터미널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다.

 

- No.318 My Trip in Mexico, Mexico

 

 


멕시코 여행 중이다.
둥글게 말려 올라가는 멕시코 모자 위에 나
유난히 높은 그 모자 모양새가 들판에 우뚝 선 산 같기도 하다.

 


버스는 새벽 2시 25분에 툴룸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는데 누군가가 터벅터벅 다가온다. 역광으로 비치는 빛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그가 알폰소임을 알았다.

 

 

“알폰소?”

 


알폰소는 굉장히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했다. 이 시간에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알폰소는 괜찮다며 지금 근처에 있는 바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왔다고 한다. 자기는 원래 늦게 자서 이 시간은 절대 귀찮지 않다는 설명과 함께.

 

- 알폰소와 로드리고의 집

 

 

 

 

알폰소는 뮤지션이다.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그는 로드리고라고 하는 다른 기타리스트와 함께 살고 있었다. 첫 인상만으로도 그가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임이 느껴졌다. 알폰소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집이 평범하지가 않다. 자유로운 뮤지션들의 공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리가 하나도 안 된 굉장히 정신없는 곳이었다. 방 내부도 시멘트 그대로고, 방안에 있는 화장실에는 문이 없었다. 그리고 그 더운 멕시코 날씨에 모기들이 들끓었는데도 창문은 방충망도 없이 열려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알폰소는 쉬라고 하며 다시 파티를 즐기러 나갔다. 분명 이집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누울 침대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상황에 직면하니, 여기서는 오래 못 지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밤만 잘 보내고 변명거리를 만들어서 그냥 숙소를 잡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없는 화장실에서 녹슨 타일 벽과 마찬가지로 녹슨 샤워기에서 시원찮게 나오는 물로 샤워를 했다. 선풍기를 틀고 모기에게 몸을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 에메랄드 빛 카리브 해

 

 



벌써 이 집에서 지낸지 일주일이 돼 간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 했던 첫 날의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 No.303 Caribbean Sea, Tulum, Mexico

 

 

 

일주일간 정말 행복한 카리브 해(海)의 휴식을 즐겼다. 아침에 눈을 떠서 야외 거실로 나가면 항상 알폰소와 로드리고의 기타연주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화려한 기타연주와 농도 짙은 노래실력. 기타도 직접 만들고, 탭댄스도 출 줄 아는 멋진 음악가 친구들이었다.

- 알폰소가 직접 만든 기타들

 

 

 

알폰소와 로드리고가 공연이 있는 날에는 함께 따라가 신나는 공연을 즐겼다. 함께 밤새 춤도 추고, 에메랄드 빛 카리브해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그리고 멕시코 음식에 푹 빠져있던 나를 위해 타코와 와카몰레를 직접 함께 만들어 먹기도 했다. 타고로 배를 채우고 에메랄드 카리브 해변에 몸을 싣는다.

 

 

 

 

즐거운 여행이랄 게 뭐 특별할 게 있을까. 그런 소소한 즐거움 덕분에 정신없는 시멘트 집과 모기, 그리고 문 없는 더러운 화장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래는 3일만 있기로 했는데 점점 5일, 일주일, 10일 늘어나더니 결국 2주 동안 그 곳에서 머물렀다. 덕분에 작은 동네 툴룸에 아는 사람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 집에서 만들어 먹는 타코

 

- No.304 Stage of Taco, Tulum, Mexico

 

 

그 나라음식이 맛있으면 반은 성공한 여행인 듯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큰 기쁨이 어찌 쉽게 찾아지겠냐만은.
멕시코음식은 정말 맛있다. 멕시코 음식에 푹 빠진 나는 지금 무대에 올라와 있다.

멕시코 음식 중에 타코는 가장 만만하고 기본적인 멕시코 음식 중 하나다. 타코 속을 자기 취향대로 먹을 수 있다. 보통은 양파, 토마토, 아보카도, 콩, 치즈 등을 넣어먹고 추가로 치킨이나, 해산물을 넣을수도 있다.

 

 

 

 

“아 쿠바 가고 싶다. 그런데 비행기 표가 여기서 거의 400달러야. 돈이 부족해.”

 

“수로, 너 쿠바 가고 싶어? 공짜로 쿠바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정말? 말도 안 돼. 어떻게 쿠바를 공짜로 가.”

 

쿠바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외국에서 물건을 사오는 일에 굉장히 민감하다. 때문에 쿠바 사람들이 옷이나 향수를 멕시코로 들여올 때,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짐을 실어 평범한 짐으로 둔갑시킨다. 한 마디로 쿠바에서 팔 옷들을 대신 옮겨주고, 왕복 항공권을 공짜로 받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 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마약이나 불법물이 들어있으면 어떡할 것인가! 그래서 처음에는 돈을 내서 가면 갔지,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새로 친해진 멕시코 친구가 하는 말이,

 

 

“나는 그렇게 쿠바에 4번이나 갔다 왔어. 내가 쿠바여자와 사랑에 빠졌었거든. 괜찮아, 안전해. 왜 돈을 내고 가?”

 

 

경험자를 만나고 나니 신뢰가 생겼다. 그리고 그런 ‘여행’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페이스 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렇게 쿠바에 갔다. 선택을 하기까지 알폰소와 로드리고가 핸드폰 요금폭탄을 맞아가며 열심히 정보를 알려줬다.

 

 

 

 

# 쿠바 공짜로 가기 D-Day

 

 

칸쿤 공항 2번 터미널에 있는 에어멕시코 체크인 앞에서 담당자를 만나기로 했다. 칸쿤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하기 위해 7시에 집을 떠났다. 그리고 버릇처럼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그런데 정말 차가 서지 않는다. 이러다 정말 공항에 늦을 것 같아 버스를 탔다. 히치하이킹으로 버린 시간 때문에 10시가 넘어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12시 14분 비행기라 여유가 있었다.

 

공짜로 쿠바에 가기 위해서는 40kg이 되는 짐을 옮겨야한다. 공항에서 담당자를 만나 가방을 받았다. 만약의 문제를 대비해 담당자는 문제될만한 물건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가방은 다양한 옷가지와 향수로 가득했다. 담당자는 내가 쿠바에 도착했을 때 해야 할 일을 설명했다.

 

짐을 찾아서 공항을 나설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라고 했다. 보기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짐을 검사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짐을 검사하게 되면 선물용이라고 끝까지 우기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벌금을 내야 한다면 영수증을 챙기라고 했다. 그러면 대기하고 있던 쿠바 담당자가 벌금을 돌려 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긴장이 되는 건 당연했다. 담당자가 설명을 마치고 왕복티켓을 내 손에 쥐어 줬다.

 

 

‘이제 간다. 쿠바!’

 

 

비행기가 카리브 해를 건너 쿠바, 아바나 공항에 도착했다. 내게 맡겨진 짐을 찾아 큰 배낭은 등에 메고, 보조가방은 앞으로 멘 채 캐리어를 끌며 수색대로 향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태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수색대 출구에 서있는 두 명의 검사관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좋은 오후에요.”

 

 

그러자 그들도 웃으며 대답한다.

 


“좋은 오후입니다.”

 

 

그렇게 아무런 문제없이 무사히 빠져 나왔다.
공항 밖으로 나와 기다리던 쿠바담당자를 만나 들고 온 짐을 전해줬다.

 

 

이제 나의 모든 임무는 끝났다.
나는 자유고,
여기는 쿠바다.

 

 

‘이 기쁨을 두발 걷어 부치고 도와준 툴룸의 뮤지션 알폰소와 로드리고에게 돌립니다!’

 

- 해먹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뮤지션 알폰소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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