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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쿠바여행의 시작

15.03.27 0

 

 

[ Cuba ]

 



 


남미에서 중미로 넘어가면서 매일같이 그려도 지치지 않던 그림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게 불편하고 불안했다. 이런 어색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억지로 그리지 않겠다’는 것.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색함과 불편함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저녁이 되면 ‘오늘 하루 동안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하루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도 기다렸다. 정말 억지로 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씩 정말 작업을 하고 싶을 때 펜을 잡고 끄적 거렸다. 매일 그리던 그림이 2,3일에 하나로, 4일에 하나로, 5일에 하나로 줄었다. 그렇게 유럽에 이어 두 번째로 찾아 온 ‘그림 권태기’가 한 동안 지속됐다. 바로 쿠바에 도착하기 전까지 말이다.

 

 

 

‘나도 쿠바에선 고급레스토랑을 갈 수 있다’

[Havana, Cuba]

 

 

이름만 들어도 멀고 신기하기만 했던 나라 '쿠바'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의 거리에서 쿠바의 파랗고 빨간 국기를 볼 때마다 ‘아, 내가 쿠바에 있구나.’하고 깨닫는다.

 

 

쿠바에서 특별한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그냥 아바나에 있는 동안 매일 같이 오비스포 거리 -숙소 근처에 있는 ‘여행자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를 걸어 다녔다. 딱히 할 일이 없어도 구경한 거 또 보고 맛있는 거 사먹는 게 하루 일과였다.

- 매일같이 갔던 아바나 오비스포 거리

 

 

 

쿠바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현지인 화폐 (모네다/CUP), 다른 하나는 여행자 화폐(쿡/CUC)이다. 1쿡이 약 1달러이며, 24모네다다. 그러니 1모네다면 50원정도인 셈이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내가 아바나 오비스포 거리에서 매일같이 사먹는 콘 아이스크림은 1모네다였다.

 

 

 

그 뿐만 아니라, 섬나라인 쿠바는 착한 가격의 싱싱한 해산물로 가득하다.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서 해산물 요리, 스파게티 또는 피자를 시켜 먹어도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이면 훌륭한 식사가 가능하다.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어도 6천 원 정도니, 여행자들에게는 먹을 것 하나만큼은 걱정 없는 곳이다.

 

덕분에 가난한 배낭여행자인 나도 쿠바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스테이크를 써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지 쿠바인들은 한 달에 25달러정도를 벌기 때문에 -길거리 현지화폐인 모네다 식당에서 햄버거 하나가 10-15모네다(약500)정도고, 접시 가득한 식사하나가 1달러정도다- 5, 6천원이라는 가격은 사실 굉장히 비싼 것이다. 물론 나도 보통 때에는 현지인들이 먹는 500원, 천 원짜리 식사를 했다.

 

‘오늘을 무엇을 먹을까.’ 돈이 없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아닌, 선택의 폭이 너무 많아 고민하기는 오랜만이다. 길거리에서 이것저것 한 참을 사먹어도 1~2천 원 밖에 되지 않는 물가가 쿠바에 도착해서 느낀 첫 매력이다.

 

 


‘아저씨, 경찰서로 가시죠.’

[Havana, Cuba]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쿠바의 명물 중 하나 '코코택시'.
마치 놀이공원의 자동차처럼 귀엽게 생겼다. 어쩌다 코코택시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몰라도 꽤 잘 어울린다.

- No.316 Coco Taxi, Havana, Cuba

 

 

 

언뜻언뜻 보이는 게 마치 헬멧 같다.
한번 헬멧 같다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는 볼 때마다 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았다.


쿠바에는 대표적으로 약 4가지 교통수단이 있다.
첫 번째는 쿠바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인 올드 카.
두 번째는 일반 택시, 세 번째는 코코택시
네 번째는 자전거 택시다.

 

 

 

 

처음 아바나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올드 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리마다 형형색색의 자동차들로 가득 차 마치 전시장에 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드카는 1950년대에 생산된 미국산 자동차로, 혁명 이전 미국에서 건너온 부자들이 타던 교통수단이다. 경제 봉쇄로 물자가 부족해지자 쿠바인들은 그들이 남기고 간 자동차들을 고쳐 가면서 사용했는데 그런 고풍스러운 느낌이 쿠바만의 독특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쿠바에서 올드카를 타고 달리면 오래된 명화 속에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 매력이 철철 넘치는 올드카는 쿠바에 오면 꼭 한번 쯤 타봐야 하는 명물이지만, 문제는 외관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부다. 내부는 아주 불편하고 낡은 모습이다. 
아바나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비냘레스로 이동할 때,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올드카를 타고 이동한 적이 있다. 그 뜨거운 날씨에 에어컨마저 작동 하지 않아 서서히 올라오는 뜨거운 엔진을 온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특별히 불만은 없었다.

- No.313 Bicycle Taxi, Havana, Cuba

 

 

 

어느 날, 숙소에서 친해진 한국인 언니와 일본인 친구와 함께 구시가에서 뉴타운 혁명광장으로 이동하려고 자전거 택시를 탔다. 세 명이서 한 자전거 택시에 탈 수 없어서 두 대로 나눠 탔다. 가격도 저렴했기에 우리는 아무런 걱정 없이 자전거에 올랐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두 명의 기사님을 응원하며 즐겁게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곧 뉴타운 혁명광장에 잘 도착했다. 돈을 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말을 바꾸신다. 처음에 타기 전에는 현지화폐 10모네다를 불렀는데, 도착해서 돈을 내려고 하니 외국인 화폐 10쿡을 내라고 하는 것이다. 10모네다와 10쿡의 차이는 아주 크다. 10모네다는 약 500원정도이고, 10쿡은 만원이다.

 

그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알겠다며 10쿡을 바로 내 줄 수 있을가? 돈 앞에선 한 없이 예민해지는 나는 말도 안 된다며 10모네다를 강하게 주장했다. 아저씨는 아니라고 10쿡을 내라며 절대지지 않았다. 계속되는 실랑이 끝에 결국 경찰서를 가자는 말까지 나왔다. 물론 아저씨가 먼저 가자고 했다.

 

그래서 아주 흔쾌히 '그래요 아저씨, 경찰서로 가시죠.'라고 했고, 우리 3명과 자전거택시 2대는 근처 경찰서로 향했다. 우리가 선뜻 경찰서로 가자고 동의할 줄 몰랐던지 경찰서로 향하는 동안 가격을 6쿡으로 해주겠다며, 또 말을 바꾸신다. 그래도 절대 안 된다. 경찰서 가자고요.

 

사실 10쿡이라는 돈은 어마어마하게 큰돈은 아니지만, 우리를 속였다는 괘씸함 때문에 끝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쿠바에 와서 아바나 경찰서까지 구경하게 된다는 설렘도 생겼다.

 

경찰서에 도착했다.

 

아저씨와 우리는 각자의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 곧 경찰서장 같으신 분이 이것저것 적으시고 기사 아저씨와 얘기하시더니, 우리들 보고 그냥 가란다.

 

‘그냥 가라고?’

 

생각보다 아주 빨리 정리가 됐다. 사실, 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다. 10모네다가 싸긴 너무 쌌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건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일을 못한 아저씨께 죄송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때문에 경찰서를 나온 후, 아저씨께 따로 4쿡을 드렸다. 아저씨는 돈을 받으시고는 고맙다며, 미안하다면서 인사를 해주셨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경찰서 해프닝으로 혁명광장에 다시 찾아갔을 때에는 이미 해가 졌다. 
때 마침 익어오는 하늘에 무지개가 더올랏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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