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김물길

[365 ART ROAD] 행운아

15.06.22 0

 

- Mexico -


‘멕시코 가족’
Cancún, Mexico
여행 620일차, 이반과 아이다의 집

- No.326 My Trip in Mexico, Mexico

 

둥글게 말려 올라가는 멕시코 모자 위에 나.
유난히 높은 모자의 모양새가 들판에 우뚝 선 산 같기도 하다.

 

 

 

쿠바로 떠나기 전, 2013년 7월.

 

나는 쿠바로 가기 위해 툴룸과 칸쿤 사이에 위치한 플라야 델 카르멘이라는 도시까지 히치하이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를 태워 준 사람들 중에 멕시코 부부인 이반과 아이다가 있었다. 그들은 나를 목적지에 태워다 주고, 나중에 칸쿤에 놀러오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건네줬다. 그때 그 잠깐의 만남과 명함 한 장이 깊은 인연의 시작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나는 쿠바여행을 마치고 툴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 받았던 이반의 명함을 찾아 이반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반은 흔쾌히 나를 호스트해 주겠다고 했고, 나는 칸쿤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이반 부부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그들은 정말 나를 손님이상으로 생각해줬다. 진짜 가족처럼 말이다. 이반이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Sooro. This is your house. you can stay as long as you want.”

 

- 이반과 아이다

 

 

 

이반과 아이다는 멕시코에서 얻은 특별한 인연이다. 그들은 히치하이킹으로 만난 나를 집까지 초대해 남은 방을 흔쾌히 내주었다. 호스트를 하는 동안, 그들은 나와 함께 칸쿤에서만 할 수 있는 고래상어투어도 참가했고 내가 칸쿤을 떠나 다른 도시를 여행한 뒤 칸쿤으로 돌아와도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유독 내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던 이반은 직접 그림을 구매하기도 했다. (과테말라에서 그렸던 <베틀 짜는 할머니>라는 그림이었다.) 사실, 그냥 드릴 수 도 있었는데 그림에 맞는 값을 지불하고 싶다고 해서 팔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내가 이동할 도시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직접 연락해서 호스트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항상 메일로 안부를 물었고, 나를 성심껏 챙겨주셨다. 아직 자식이 없는 이반부부는 내게 자신들을 멕시코 부모라고 생각하라며 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정말 딸처럼 챙겨주셨다.


“My daughter, sooro. you can stay with us forever. we love you.”

 

 

 

그 때 느꼈던 세세한 감정까지 다 담을 수 없지만, 나는 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내게 특별한 존재가 됐다. 나 역시 그런 그들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고 카드를 써서 전달하기도 했다. 내가 받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내 작은 성의에도 행복하다면서 나를 꼬옥 끌어안아 주시던 이반부부 덕분에 나도 정말 행복했다.

 

그들과의 인연은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고래상어투어보다 더 값졌던 만남이었다. 나의 멕시코 가족인 이반과 아이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행 22개월 차, 마침 찾아 온 향수병에 힘이 빠져있었는데
당신 덕분에 향수병을 물리치고 다시 힘을 얻고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나는 다른 도시에서 멕시코 가족에게 안부 메일을 보낸다.

 

- No.324 Whale shark, Mexico

 

 




- No.325 Mexican folk dance with glasses, Merida, Mexico

 

멕시코 메리다의 월요일 밤. 광장에서는 춤 공연이 펼쳐진다.
머리 위에 물이 담긴 컵이나 병을 올리고 춤을 추는 멕시코의 포크댄스다.

 

 
 

‘행운아’

Oaxaca, Mexico

여행 647일차, 유릭의 집

 

 

 

밤새 달린 버스가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에 도착했다. 오악사카에는 이반의 사촌인 ‘유릭’아저씨가 살고 있다. 이반은 내가 오악사카에 언제 도착 할 예정인지 물어봤고, 자신의 사촌인 유릭 아저씨네 집에서 지내라고 했다. 그렇게 유릭 아저씨와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반 아저씨의 소개로 서로 알게 된 사이여서 그럴까? 만난 순간부터 왠지 모를 편안함과 친근감이 느껴졌다.

유릭과 함께 집으로 갔다. 유릭 아저씨는 건축가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집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아저씨가 직접 제작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부터 깔끔하게 정리된 거실과 방까지. 무엇보다 마티아스라는 거인같이 커다란 개가 인상적이었다.

- 멋진 마티아스

 

 

 

유릭아저씨는 정말 유머러스하고 센스가 넘치는 분이셨다. 아저씨는 회사일이 끝나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주말에는 시내 구경도 시켜주고 맛있는 식사도 대접했다. 상대에게 진심을 표하면 그 마음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는 아저씨의 진심을 느꼈다.

 

한국의 추석날 아침이었다.

 

“유릭, 오늘은 한국의 명절인 추석이에요. 아마 오늘 가족들이 모두 모여 맛있는 것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예요.”

“그래? 오늘이 한국 추석이구나. 가족이 보고 싶겠구나. 수로야.”

“보고 싶죠. 그래도 지금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좋아요.”

“수로 너는 한국 나온 지 오래되었잖아. 무슨 한국음식을 제일 좋아해?”

“한국음식이요? 흠....글쎄요...너무 많아서.... 양념치킨이랑 불고기를 좋아해요.”

“그래? 양념치킨이랑 불고기? 그게 무슨 음식이야? 설명해줘.”

 

나는 한국음식을 궁금해 하는 유릭아저씨에게 노트북을 가져와 양념치킨과 불고기가 어떤 음식인지 설명해주었다. 그 날 점심, 아저씨가 장을 잔뜩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로야. 오늘 점심은 양념치킨과 불고기를 만들어 먹을 거야.”

 

유릭 아저씨는 추석이라 기분이 약간 우울해 보이는 나를 위해 양념치킨과 불고기를 만들어 주기로 한 것이다.

 

“고추장은 결국 못 찾았어. 대신 태국 요리 양념을 사왔어.”

 

 

 

이내 유릭 아저씨가 요리에 집중하신다. 감사한 마음에 아저씨를 열심히 도왔다. 사실, 양념치킨은 한국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 아닌데, 멕시코 오악사카에서 양념치킨을 해먹다니..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다. 닭을 잘라 튀김가루를 묻히고 오일에 튀겼다. 양념은 고추장 대신 태국양념을 이용해 만들었다. 불고기는 양파, 마늘, 버섯을 믹서기에 갈아서 만들었다. 두부까지 사 오신 유릭 아저씨 덕분에 두부 전까지 맛들 수 있었다. 아저씨의 마음과 정성만으로도 충분한 요리였지만, 맛 또한 너무나도 훌륭했다.

 

 

“유릭! 이건 한국에서 팔아도 되겠어요!”

 

 

그 날 점심식탁은 어느 때보다 빛났고 감동적이었다. 유릭 아저씨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내가 떠나는 날엔 수채화 종이를 직접 잘라 예쁜 표지까지 갖춘 스케치북도 손수 만들어 주셨다.

 

 

“저는 정말 행운아예요. 유릭.”

“수로, 나도 널 알게 되어 행운이야.”

 

- 유릭아저씨가 만들어 준 양념통닭, 불고기 그리고 두부부침 만찬


- 유릭아저씨와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