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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샤갈의 그림처럼

14.04.09 0

<산책, The Promenade>, 1917 - 1918

[사랑한다면, 샤갈의 그림처럼]

사랑 [명사] 
1.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2. 남을 돕고 이해하려는 마음.
3.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저 세 가지의 한글 풀이를 따져 다시 해석을 해보면, 사랑은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서 열렬히 그리워하고 좋아하면서, 이해하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보면 되는 것 같다. 살면서 정말 어려운 감정들이 한 단어 안에 다 들어있다. ‘열렬히’, ‘그리움’, ‘이해’, ‘귀중히 여기는 것’을 내가 아닌 ‘어떤 상대’에게 한다는 것. 그러니 사랑은 평생을 두고도 알기가 힘든 과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원래 ‘남’이었던 사람의 점 하나를 지워 ‘님’으로 만드는 과정이니, 그 점하나를 지우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얼마나 많은 이해와 생각과 눈물과 기쁨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죽기 전에 다 알 수나 있을까? 

 

<결혼, The Wedding>, 1914

친구를 사귀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의 다른 점은, 사람을 사귀는 것은 ‘동질감’을 위해서지만, 사랑을 하는 것은 동질감을 넘어 나와 ‘동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넓고 넓은 이 세상, 너무 많은 것에 치일 때 나의 생각을 읽어주는 사람, 설명할 수조차 없는 일이 벌어질 때 나의 등뼈를 쓰다듬어 달라고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마음을 준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아주 작은 것들까지 나와 같은 생각이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그러나 눈에 보이는 휴대폰이나 물병 같은 것이라면 좋으련만,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정확성을 갖고 있지 않아서 오해할 수밖에 없다. 실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알 수가 없어 아쉽고, 볼 수가 없어 무겁다.

 

 

<도시 위에서, Over the town>, 1914-1918

사람은 사랑을 하는-받는 과정에서 느끼고 겸손해지는 것 같다. 나 자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고, 자꾸만 나만의 벽을 만들고 살아왔다는 것을.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많은 감사와 평안을 느낀다. 피를 나눈 가족은 ‘피를 나눴기 때문에’ 애를 써서 나를 이해해 주려고 하지만, 순도 100%의 타인이 주는 ‘나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을 보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귀찮음과 짜증과 미움을 모두 덮고, 긴 호흡으로 타인을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큰일인 걸까? 쉽게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기적 같은 이야기. 

둘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샤갈의 그림은 그런 것이다. 샤갈의 그림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 남자, 벨라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흰 칼라의 벨라, Bella with White Collar>, 1917
<에펠탑의 신랑신부, Les mariés de la Tour Eiffel>, 1936

샤갈은 원래 ‘테아’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샤갈은 테아의 집에서 그녀의 친구였던 벨라를 처음 보게 되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다. 그리고 그녀 역시 그에게 반한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것인데, 그 둘은 너무나도 서로를 사랑한다. 벨라를 만난 1909년부터 그들이 결혼식을 올린 1915년, 샤갈의 그 즈음의 그림들에는 연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색채와 분위기 모두 너무 아름답다. 그는 1944년 벨라가 죽고 나서 재혼을 하지만, 벨라를 향한, 그리고 벨라와의 사랑이 소재인 그림들은 젊은 샤갈의 마음이 어땠는지가 아직도 느껴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많이 있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두근두근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샤갈과 벨라의 사진

사랑의 과정이 매 순간 아름다울 수만은 없겠지만, 삶의 과정 과정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우리가 숨 쉬고 있는 불완전한 삶 속에서 흔들릴 때 외롭지 않게 해주고, 언제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면. 서로의 인생을 이해하고, 귀중하게 받아들여 준다면. 

그런 사랑을 한다면, 그 자체로도 참 아름다운 인생이 되어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샤갈의 그림처럼.

 

<생일, The Birthday>, 1915

 

<라일락 속의 연인들, Lovers in the Lilacs>, 1930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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