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시각보다 강한 청각,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

16.10.07 0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이는 ‘행복하지 않음’을 탓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누구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한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행복이 상대적인 감정이기 때문인데, 가끔 세상을 살다 보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불행과 행복이 너무나도 단순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그래서 ‘이런 감정을 불행이라고 불러도 될까?’는 생각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나 이런 불행한 상황이 ‘전쟁’이나 ‘테러’등, 내 잘못이 아닌 너무나도 명확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런 감정 또한 ‘불행’에 해당하는지 궁금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아무도 모르게 자행되고 있는 학살 사건은 그저 인간의 행복과 불행으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2016년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개최되는 광주 비엔날레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우리나라도 ‘묻지마 폭행’을 넘어 ‘묻지마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단지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만 해도 한 60대의 할머니께서 그저 성당 안에서 기도를 하다 참변을 당하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난민 문제도 있다. 사실, 전쟁이 그들에 의한 것도 아닌데 세상의 피해를 왜 죄 없는 사람들이 당해야 하는 걸까? 물론 이렇게 큰 사건들이 아니더라도 모두 마음 속에 답답함을 가지고 사는 사회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난세에 예술이 왜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러나 또 가끔은 예술이 가진 힘이 난세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때문에 이런 현실에서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현재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와도 같은-는 질문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그런 질문이다.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은 오디오 분석을 통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우리가 평소 눈으로만 접하던 (혹은 뉴스나 기사로만 확인할 수 있던) 시각적인 충격을 청력으로 옮겨 새롭게 감각으로 느끼게 한다. 우리 세대는 너무나도 시각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기에 자극적이지 않으면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청력은? 의외로 의식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한 감각이 없을 때 다른 감각이 활성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눈이 가려진 채 납치된 김혜수가 사용한 감각은 후각과 청각이었다. 화장실에 갇힌 그녀는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었고 도망쳐 나올 때 맨홀에서 올라오는 시궁창 냄새를 맡았다. 이런 감각을 통해 (물론 그 당시는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난 후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드라마지만, 그만큼 우리의 감각은 힘이 있다는 이야기다.

 

“전적으로 감정에 의존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는 말입니까?” 내가 놀라 묻는다. 하인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그럼 그것 말고 믿을 게 뭐가 있소? 감정만큼 구체적이고 생생한 건 없소. 그래서 사람들이 지식이 아닌 사랑과 행복, 우정 같은 걸 동경하는 거 아니겠소?”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한스 라트, 박종대 옮김. p.273.

 

 

로렌스 아부 함단의 전시 정경, 출처: http://lawrenceabuhamdan.com

 

로렌스 아부 함단 의 작품 을 시각과 청각을 활용해 접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2014년 3월,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2명의 십대(Nadeem Nawara , Mohamad Abu Daher)를 총으로 쏴 생을 마감하게 한 사건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군인들은 자신들이 소년들을 죽인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한 소년의 몸에서 고무총알이 발견 되었다. 로렌스 아부 함단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무총알의 위치를 판넬로 표현했고 당시 열렸던 재판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제시했다. 판넬의 거리는 갤러리 혹은 전시 장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무총을 쏜 0.01초 이후 총알이 실제 있는 장소에 판넬을 놓는 것이다. 또한, 판넬의 색깔은 총으로 쏘았을 때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붉은 색이 가장 큰 소리가 났을 때, 초록색은 그보다 조금 낮은 소리, 그리고 파랑 색은 가장 낮은 소리가 들렸을 때다.

<고무 도포 강철> 로렌스 아부 함단, 2016 HD 비디오, 21분 / <마지막 어휘>, 2016 섬광 수류탄, 고무도포 강철 총알, 음소거 아음속 소총 탄약, 음소거 실탄, 실탄, 고무 총알 장치에 장착된 실탄, 금속박지에 6종류의 인쇄, 출처: 김종환 도슨트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단지 인터넷을 통해 화면으로만 보았을, 혹은 문자로만 표현되어 ‘또 어떤 생명이 죽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음 기사로 넘어갔을 그 순간을 다시금 목격하게 된다. 한낱 한 문장으로 표현된 전쟁의 비극은 이로써 다시 무게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십대들의 비극과 불행이,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짧은 인생의 마지막이 어땠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The 2015 Armory Show commissioned artist Lawrence Abu Hamdan (Photograph by Eric T. White, courtesy of the Armory Show), 출처: http://www.artspace.com

 

최근 들어 예술이란 죽었던 것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일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단순히 언어로만 정의 내릴 수 없는 우리 인생의 수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예술을 통해 몸체를 갖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환기시킬 수 있는 것’. 그것이 예술이 지닌 다양한 역할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